글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중년의 투쟁

by seungmom

이러지 말자고 다짐에 각오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가라앉고 있었는지 글이 무겁고 침울해졌다.


항상 밝게 즐겁게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알고

나만 그런 것 같다고 세상을 비난하는 그런 인간은 되지 말자고

그래서 작은 것에도 사는 재미는 찾을 수 있다고 외쳤는데

어둠은 소리도 없이 주변을 덮더니 나는 어느새 그 속에 들어가 있었다.


좋은 일은 뭐가 있었는지 손으로 꼽아 보자고 하는데

나쁘게 느껴지는 일들이 떠올라 손가락을 멈추게 만든다.

그래도 희망적인 일들은 반드시 있다고 뒤지며 찾아내려고 애를 쓰는데

그런 애를 쓰는 내가 처량해서 더 가라앉아 버렸다.


더 소름이 돋게 몸서리치는 것은

내가 이런 내용의 글을 쓸 때엔 정말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삶 속으로 들어가니 잊었던 시간들이 자꾸 삐져나온다.

왜 호텔에서 지내냐며 동생들 집에 가 있지 그러냐고

의사 부모님에 하나 딸이었으니 대단했겠네...

잊었던 일들에 대해서 하나씩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데

그것들 모두가 내가 생각했던 나의 존재보다 더 하찮은 존재였다고

부모도 형제도 나 조차도 나를 지우고 싶었던 것 같아 보였다.


이들과 벗어나 나를 찾아내는데 20년 이상이 걸렸는데

내가 예전의 나처럼 이들의 말에 생각 없이 움직이는 데는 단 한 달도 안 걸렸다.

의식이 없는 부모님이 말을 하고 명령을 하는지 나는 순종을 하면서

내 주제에 의사 동생들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라던 단호한 음성에

아직도 나는 나와 내 아이들은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시 나는 나를 위해서 내가 어떻게 힘들게 살았는지 주절거리며

그러면서 생각하기 싫은 시간들에 대해서 떠올리고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끈들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에 발버둥 치면서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았었는데 하면서 힘을 내라고 나를 다그친다.


난 절대로 그들 속으로 다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의 병실을 드나들어도 달라진 모습에 눈물이 나와도

그 병실을 나서면 없었던 일처럼 잊으려고 나에게 주문을 걸어

내가 찾아 놓은 내가 어쩌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번 투쟁을 하듯이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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