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거만
기분은 붕 떠서 내가 무언가가 된 듯했다.
눈이 자꾸 늙어가니 할 수 없이 숫자가 큰 시계를 샀었다.
조금 답답하게 두껍기는 해도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나를 납득시키며 사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시계가 언제부턴 지 놀고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기다렸는데 움직이지 않아
전지가 다 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계산을 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일본인데 뭐든 비싸다.
시계가 로렉스도 아닌데 전지 갈아 넣는 것을 맡기는 것은 바보 같았다.
그리고 난 쫌 손재주가 좋다.
이 정도의 시계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과감히 뒷 뚜껑을 열었다.
나름 머리를 써서 굴러 다니지 말라고 해 놓으니...
뭔가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사진도 찍어 아들에게 기술자 같다고 자랑질을 했다.
일단은 성공적으로 전지를 뽑았으니 같은 전지를 구하면 되었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작은 전지는 주변의 마켓에서 팔지 않아 꽤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우연히 전자 상가를 지나게 되어 손에 넣고 기대에 부풀었다.
비용도 절감하고 내 손으로 갈아 끼운다는 것에..
헌데
뚜껑이 일반적인 틀의 뚜껑처럼 닫치질 않는 것이다.
컴퓨터에 뚜껑 닫는 법을 찾아 보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해 보았다.
안된다.
거기다 시간 맞추는 것을 확 뽑았다가 다시 끼웠더니..
한국에 갈 때 가져가 고쳐 볼 참이다.
이젠 비용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고쳐져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