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냐고 물어 온다면

중년의 곤란한 대답

by seungmom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제목을 참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질문을 읽으면서 네!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오면서 쭉 행복했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그럼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일까 궁금하다.


난 이런 질문에 대해서 선뜻 대답이 안 나와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행복이 없었나 하며 난 행복하지 않았나 하면서 갸우뚱거리는데

적어도 잘 커 준 아이들만은 행복이었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는

그렇다고 내가 불행한 것은 아닌데 왜 행복하다고 말하기 힘들까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불행한가요? 하고 물어 왔다면

난 바로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을 할 것 같다.

이 질문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는지

나도 신기한데 아무리 따져봐도 불행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럼 절대로 불행은 아니라고 확신을 하니 행복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억지로 어딘가 자리를 잡으라면 행복과 불행의 사이인 것 같다.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창피할 정도이지만 절대로 불행하지는 않아

흐릿하긴 해도 행복의 울타리 안에서 비비적거리고 있다고...


정말 지금 아무런 불행이라는 것은 나에게 없다.

자식들도 있고 건강도 어느 정도 있고 먹고 싶은 것은 먹을 수 있는데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차도 없으며 꼴랑 9평 오피스텔에 살고 있으니

행복이라고 말하긴 그래도 절대로 불행하지 않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이것이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왜 행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지

더 큰 평수라면 청소는 누가 하고 관리비는 누가 내줄 건지

작은 차라도 누가 나에게 덜렁 가져다 준다고 하면 난 사양하는데

그 차 보험비와 유지비와 기름값을 생각하면 돈의 가치와 맞지 않다.

그래서 나는 최상의 조건에서 살고 있어 불행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눈으로 재어보면 고작 그것으로 행복이라고 말하긴 그럴 것 같다.


난 스스로도 행복이라는 단어로 나에게 질문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아이들에게도 행복하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행복이 어떤 것인지 받아 보려고 누려보려고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행복이라고 하는 단어는 그저 상표 같은 기분으로 느껴지는데

행복을 대신해서 만족하냐고 편안하냐고 했던 것 같다.


행복하냐고 물어오는 질문이 이렇게 어색한 일인지 몰랐다.

그래도 난 행복이란 단어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려 한다.

행복이 주변 어딘가에 있는지 어떤 색의 새였는지 하는 것보단

그저 매일 만족하며 살아가도록 그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산다면

불행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그 대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전 29화이제는 내가 우선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