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의 크기가 달라졌다.
그전에는 없었던 알레르기를 일본에 살면서 얻게 되었고
그래서 나에게는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물건이란 것이 생겼다.
미국에서 반년에 한 번은 반드시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했는데
자동차 정비소에 도착하면 꼭 차 안에 있던 티슈 상자를 끌어 앉고
엔진 오일을 부탁하면서 다른 곳도 잘 챙겨 봐 달라고 했었다.
이런 내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척하고 알아본 한인 사장님은
비염이군요 하면서 자신도 비염이라고 고충을 서로 나눴는데
티슈 상자를 손에서 떼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이렇게 비염에 걸리면서 티슈는 집안에 쌓아 두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중요한 건지 없을 때를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간다.
그런데 실평이 9평이 조금 넣는 이 부산의 오피스텔에는
수납장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데
문제는 티슈를 한 번에 6통은 사야 합리적인 가격이 되어
그렇게 사놓자면 이 공간은 좁은 것으로 수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들 어쩌고 사는지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동영상에 있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을 구경해 봤더니
다들 부피가 큰 티슈를 선반 위나 구석이 있으면 넣어 두었는데
나도 그렇게 하자면 자리는 많지만 보이게 놔두는 것은 싫었다.
처음엔 3개짜리를 사다 쓰면서 버텼는데 환절기가 오면
티슈 한통이 언제 다 쓴 건지도 모르게 바닥이 나서 불안해졌다.
그래서 6개짜리를 사서 한정된 공간을 넣어 보자고 머리를 썼는데
변하지 못하는 공간에 넣어야 한다면 넣을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꼭 필요한 티슈는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에서 종이 상자를 버리자고
티슈를 꺼내어 비닐봉지에 압축해서 넣었더니 부피가 확 줄었다.
티슈의 종이 상자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튀지 않는 색으로 쓰다가
다 쓰게 되면 옆을 열어서 알맹이만 넣어서 썼는데 이대로 충분하면서
넣어 둘 공간도 넉넉해져 미리미리 사놓고 쓰니 안심도 되었다.
부산의 이 오피스텔에 살면서 사용하는 이 방법은 얼마나 좋은지
티슈 8개짜리를 주문해도 넣어 둘 공간이 있어서 절약도 되었다.
나는 현관의 신발장 윗부분에 티슈와 세제등을 넣어 두고 쓰는데
여기에 화장지도 넣어 두려고 높이를 재어서 가능한 것을 찾아보니
화장지 24개 들이였지만 언제든지 살 수 있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이래서 화장지의 크기를 정확히 알고 살아왔는데
24개짜리가 없어서 36개짜리를 사서 옮겨두려고 보니 크기가 달라
설마 하면서 비교를 해 보니 두루마리의 폭도 양도 달라져 있었다.
이 수납장은 신발이 모두 합해서 딱 두 개인 나라서 가능한 건데
신발장의 선반을 조절해서 만든 위칸은 올려 둔 것이 겨우 손에 닿는다.
그래서 화장지는 밑에 구멍을 내어서 꺼내 쓰는데 머리를 잘 쓴 것 같아
꺼낼 때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엄청 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