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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May 17. 2024

적응이 되는 날도 올 건지

나이와 상관없나 보다.

평온한 아침이 한순간에 침통해졌다.

일본을 꺾었으니 당연하게 인도네시아는 이길 줄 알았다.

올림픽 연속 출전이라는 말의 뜻을 겨우 알고는 기대를 했더니

당연할 줄 알았던 일이 내가 설쳐서 이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나이가 되어서도 이러고 흥분해서 날뛰는 내가 미웠다.


축구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아쉽고 안타까운지

내 체면을 깎는 것도 아닌데 일본과 달라진 상황에 화를 내면서

누군가 원망해야 할 대상을 찾으려고 뒤적거리는 나를 보고는

이제는 이런 경기에도 무덤덤하게 지나쳐야 할 것 같았다.


시합을 한다면 이길 수도 있지만 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걸 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건 나이와 상관이 없나 보다.



분명히 좋은 일로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이 살면서 4년간 좋은 학교로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천하를 얻었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좋은 일이 떠올리려고 애를 써야 느낄 수 있다.


원서를 넣는 것으로 정하고는 교수의 마음이 바뀌면 어쩌나 하고 

그다음엔 서류가 제대로 진행이 될 건지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비자를 받는 것에서도 마음을 졸이면서 모든 행동에 부정타지 말라고

아이의 표정에 눈치를 보면서 이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자고 했었다.


잘못된다면 그건 아이의 탓이 아니니 내 표정 관리를 잘하자고

잘 되었을 때의 준비보다 더 많은 경우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썼었다.

아이의 충격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그냥 기다리자고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느라고 그때의 기쁨은 즐길 수 없었다.


왜 좋게 되었을 때의 준비는 하지 않았었는지 모르겠다.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엔 그다음의 준비에 바빠서 정신없다가

모든 일이 다 해결이 되고 보니 기뻐해야 하는 순간을 놓쳤다는 것에

일생에 몇 번 없을 그때를 그냥 그렇게 지나친 것이 아까웠다.


걱정은 매일 하면서 준비를 해 나가니 긴 시간을 할애하는데

기쁜 일은 순간 지나치게 되어 머리에 새겨지지 않는 것 같다.

불안한 일에 걱정을 하면서도 좋은 일에 대한 준비는 할 수 없었는지

그냥 일상에 적응이 되어 살아가듯이 걱정에도 적응이 된다면

좋은 일에 더 많이 기뻐하면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나이가 들면 뭐든 다 둥글어진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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