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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May 23. 2024

꿈에서 숫자를 받아 적었다면

복권에 당첨이 된다면 

꿈에 아이가 갔다는 장소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휴대폰을 찾고

아이의 유치원에 전화를 해서 그곳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주변이 시끄러워 잘 안 들리는 그 번호를 되새기며 잊으면 안 된다고

적어야 한다고 종이 위에 숫자를 쓰려니 기억이 가물거리려고 했다.


난 숫자의 순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숫자는 기억에 남아서

쓰면서도 이게 뒤에 있어나 하면서 아리송한 내가 답답했다.

그렇게 숫자를 집중해서 생각하다가 내가 꿈에 숫자를 받다니

이건 복권의 숫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는 눈이 떠졌다.


엄청난 흥분에 이게 복권의 숫자라면 대단한 일인데 하면서

이제까지 꿈에 숫자를 받아 적은 일은 없어서 진짜 같다는 생각에

적어 놔야 한다고 순서가 다르더라도 일단 적어 두자고 했는데

누운 채로 휴대폰에 적어 두면서 숫자도 가물거린다는 것을 알았다.


사물을 보면 기억이 날아갈 것 같아서 얼른 눈을 감고는

숫자를 떠올리려고 애를 쓰다가 정말 복권 번호이면 대단하다고

그럼 당연하게 당첨이 될 거라는 생각까지 하고 나니

그 많은 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몇억 대의 돈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집을 사야 하는 건가 하면서

지금 사는 곳은 좁으니 30평 정도의 아파트를 사 둘까 하다가

이 나이에 그 넓은 아파트를 청소하면서 사는 것은 힘들다고

지금 오피스텔의 위치가 가장 좋은데 하면서 아파트는 포기했다.


당첨금이 생기면 아이들에게도 지장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열심히 일해서 거기에 맞는 월급을 받으면서 뿌듯해하는데

갑자기 공돈이 들어와 자신들이 받는 월급의 가치를 떨어트리면

아직도 살날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당첨금은 내가 가지면 안 된다고 기부를 해 버리기고 하고

그럼 어디에 기부를 할 건지 여기저기를 생각하다가 반크가 떠올랐다.

많이 기부할 수 없어서 언제나 아쉬웠던 반크에 전부 기부하자고

그럼 이 치가 떨리는 일본의 나쁜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 줄 거라고

복권 당첨으로 받은 돈은 잘 처분하는 것이라고 만족을 했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내가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는 것은

내가 남은 일생에 써야 하는 내 복을 한 번에 다 써버리는 것은 아닌지

혹시 아이들 것까지 끌어당겨 쓰는 것은 아닌가 하며 당황을 하고는

절대로 이런 일에 운을 쓰면 안 된다고 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더듬다가 복권을 사지 않기로 했다.

복권을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흐릿한 숫자가 더는 아쉽지 않았고

기억력이 모자란 나를 탓하려고 했던 것도 아무 의미가 없어지니

복잡했던 마음이 갑자기 편해지고 홀가분해져서 안심이 되었는데

복권을 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에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지 나를 보게 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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