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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Jun 08. 2024

이래서 자식이 있어야 하나 보다.

엄청 자식 덕을 본다.

딸아이가 한국에서 만든 셔쓰를 주문해 달라고 한다.

언제나처럼 딸이 보낸 웹 주소로 들어가서 회원 등록을 하고

원하는 색을 골라서 카드로 지불을 하는데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회사마다 하는 방식이 다른 것에서 나는 불안해지는데

이렇게 여기저기에 회원이 되면 나의 정보가 퍼지는 것은 아닌지

내 카드에서 모르는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불안 초조로 새로운 곳에는 구경도 안 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한국 물건을 보다가 쓰고 싶다고 하면 고맙다는 생각에

얼른 새로운 곳에 등록을 하면서 새로운 물건도 구경을 한다.

그래서 나는 입어 본 적도 없는 요가복 회사에 회원으로 되어 있고

새로운 요가복 선전이 오면 매번 날씬한 모델을 보면서 웃는다.


이게 다 자식이 있어서 누리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나를 억지로 이런 곳을 열어 보고 구경하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나이에 지금의 젊은이들의 세상을 조금은 느껴 본다.


아이들을 키울 때 짜증 나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울타리도 되어주고 살아가는 목적도 만들어 줬다.

내가 엄마라고 나만 보면 좋다고 웃는 아이가 있다는 것에서 

꼬물거리는 손을 마음껏 잡아 볼 수 있어 선물이구나 했다.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떠나야 한다고 마음먹고

용기를 내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내가 한 가장 큰 일이었다.

이 떨리고 불안한 일을 벌이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힘을 줬고 그래서 해 냈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처음부터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면 그 긴 세월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았을까 하니

그게 더 힘든 나날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과 즐거웠던 것을 저울질하자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지 지금의 내 머릿속에는 즐거웠던 일만 많다.


아이들은 내가 키워야 하는 의무가 전부인 대상이었지만

많은 순간순간에 아이들은 최고의 성취감을 나에게 줬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절대로 누려 볼 수 없었던 일들을

경험하게 해 주면서 내가 살아 있는 가치를 맛보게 했다.


엉뚱한 발상이 많았던 아들에게서 현실적인 딸에게서

수영 시합에서 핏기가 없어진 아들의 얼굴로 선수의 극치를 느끼고

악보를 노려보면서 연습을 하는 딸의 모습에서 경지를 상상했는데

나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미국의 대학도 경험하게 해 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내 삶을 정말 다양하게 만들어 줬는데

딸아이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좋아해서 덕분에 나도 즐긴다.

그래서 내 아이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꼭 아이는 가지라고 결혼도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말을 꺼내니

아들은 결혼은 할 건지 결혼을 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하고

딸은 우선 남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 아이들도 나와 같은 자식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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