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하는 운전
이 말이 나를 많이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망설이며 가능한 운전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나를 잘 관찰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을 이해해 보니
그렇게 겁을 먹을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했었고
10년간 16.5만 마일 그러니까 26.5만 km를 운전했다.
처음 1년은 엄청 조심하면서 아이들 학교 정도를 가고
마지막 2년은 왕복 806km를 29번이나 다녔었다.
무사고로 이 정도면 나름 운전은 꽤나 잘하는 것으로
나도 나를 꽤나 믿고 아이들이 어떤 부탁을 해도
밤에도 새벽에도 부르면 달려 나갔을 정도였는데
그게 전부 없었던 일처럼 나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내 나이는 그래야 하는지 거의 10년을 운전하지 않았더니
내 나이가 이런 어르신에 들어간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운전을 하라고 하는 말에는 동의하는데
이 나이가 더 늦기 전인지 후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운전은 필요하니 해 보라고 나이는 상관없다는 말이 듣고 싶은
이런 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지 망설이는데
해 보니 마음이 불안했던 것이 더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순발력도 있어 보이고 판단력도 나쁘지 않게 느껴져
몸으로 배운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지
운전을 하려고 차문을 여는 내 기분이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LA에 온 아들이 차가 있는데 하면서 공항에 타고 간다고 해서
그럼 그걸 누가 운전해서 가지고 오냐고 하며 말렸는데
아들이 하면 될 거라고 이런 기회에 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아들이 고작 2주 만에 떠난다는 아쉬움보다는
공항에서 차를 몰고 집으로 올 수 있을 건지에 신경이 쓰였다.
10년 만에 운전대를 잡고 LAX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그냥 가는 일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공항을 나갔는데
매번 보던 거리가 아니어서 곁에 있는 딸에게 물으니
지도를 보던 딸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아직 이륙도 하지 않은 비행기에 있는 아들에게도
이 상황을 알리면서 한바탕 웃으면서 여유를 가지니
여기까지라도 운전을 해서 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렇게 하면 집에는 갈 수 있겠다는 배짱이 생겼다.
그동안 몸으로 느끼면서 배운 운전은 남아 있을 거라고
자신도 모르는 힘이 지탱해 줄 거라고 최면을 걸었는데
그 최면이 효과가 있었는지 생각보다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나이와 연결시켜서 일단 조심은 하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나이를 생각하면서 웅크리고 있을 것은 아니라고
나이가 주는 제약이나 환경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