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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포케 맘

포켓몬고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계정을 날려버린 책임

by seungmom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밖에 나가서 걷기가 버거웠다.

괜히 포켓몬을 잡자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하는 걱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마스크만 잘 쓰고 손을 얼굴에 가져가지 않는다면 상관이 없는 것을

그때는 몰라서 더 웅크리고 있었는지 만약이라는 생각에 포켓몬은 방에서만 잡았다.


아들이 여름에 부산에 와서 겨울이 되고 코로나 공포가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걸어야 하는 포켓몬고 이벤트를 완성해서 얻는 포켓몬이 가지고 싶다고 안달을 하니

아들은 나를 위해서 진짜로 걷는 것은 아닌데 GPS 조작을 통해서 걷고 있는 것으로

걸어야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나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뭔가를 설치해 주었다.


그게 얼마나 신기한 건지 원하는 장소에 내가 가서 그곳에서 레이드도 할 수 있고

특이한 포켓몬이 나타난다는 장소에도 걷는 속도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결국 가는데

방 안에 앉아서 나의 아바타가 열심히 걷는 것에 고맙다고 수고한다며 좋아했다.


사람은 정말 적응을 빨리 하는 것인지 뭔가 얻는 것이 있어서 욕심이 생긴 건지

하루하루가 꿈처럼 원하는 것이 손만 움직이면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에

여기저기를 시간차 없이 포켓몬 잡을 생각만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보더니

아들이 이런 방법은 포켓몬고에서는 불법으로 정한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이런 맛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가면 얻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을 이번만 이번만 하면서 나름 많이 주의를 하면서

꼭 필요할 때만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빨간 경고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기분은 엄청 무서웠는데 아들도 주의를 주면서 주변을 걷는 것만 하라며

꼭 지역을 옮겨 다니려면 시간차를 확실하게 계산해서 여유를 두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나름 계산을 해가면서 지역과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잡았는데

나도 모르게 나의 배포가 커지게 되었는지 정보에 시야가 넓어지더니

유럽과 하와이 아프리카에만 있는 포켓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가지고 싶다는 욕심에 어느 날 계획을 세워서 스페인으로 원정을 가기로 하고

5시간의 시간차를 주면서 스페인에서 유럽에만 있다는 포켓몬을 잡았다.


그렇게 황홀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정신없이 몰두해 지내는 사이

경고장을 또 받았었는지 경고장도 만성이 되어 버려 그냥 무시를 했는지

두 번의 경고장을 줬는데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계정을 영구 정지를 시켰다.

그때 계정이 4개였는데 3개의 계정이 정지를 당하고 딸의 계정만 무사했다.

그러니까 이게 경고장을 두 번이나 줬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에 없고

어느 날 날벼락 같이 포켓몬고를 열려고 하니 떡하니 영구 정지라고 하는데

그동안 잡아 놓은 멋진 포켓몬들과 공들여 올려놓은 레벨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회사에 항의 메일도 보내면서 저항도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니까 내가 내 계정을 없앤 것은 자업자득이겠지만

아들의 계정을 내가 말아먹은 것에 엄청나게 미안해서 말을 못 했는데

아들은 그 레벨도 다 엄마가 올려놓은 것이니까 하면서 빨리 잊으라고 했다.

처음엔 짜증에 화가 나서 즐기자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까지 하냐고

다시는 안 할 거라고 대신할 것은 많을 거라고 정말 손을 놔 버렸다.


그런데 멀쩡하게 살아 있는 딸의 계정에 사라진 아들의 계정이 걸려서

아들 계정을 새로 만들어 정지당한 그 레벨까지는 올려 두어야 한다고

포켓몬고가 밉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잘못은 내가 한 것이라고 인정을 하며

새 계정을 만들어 4년간 엄청나게 부지런을 떨어 레벨은 올려 두었는데

가지고 있는 포켓몬으로 보면 16년 처음 포켓몬고가 시작했은 때 잡은 것도

힘이 세고 멋진 전설의 포켓몬도 거의 없어 미안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아들 계정을 빚을 갚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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