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에서 신호가 왔다.
레이드(Raid)는 비디오게임에서 미션의 한 종류로 다수의 플레이어가 PVP에서 또 다른 다수의 플레이어를 상대로, 또는 PVE에서 다수의 NPC를 상대로 공격하여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레이드'라는 용어 자체는 어떤 목표물을 급습하거나 포획하는 군사 용어에서 유래하였다.
글을 쓰려고 레이드가 무슨 뜻이었는지 알아본 것인데
PVP PVE... 이런 것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내 방식으로 아는 포켓몬고 레이드(Raid)
별 하나짜리의 레이드에서는 간혹 특별한 포켓몬이 나오는데
별 5개의 레이드는 힘이 센 포켓몬을 손에 넣는 방법으로
전설의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딘지 포켓몬 짐을 찾아서
어떻게든 잡으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원정까지 나간다.
별 5개의 레이드 배틀(battle)을 하려면 적어도 5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모인 사람들의 레벨이 낮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싸워 이길 수 있고
그렇게 싸움에서 이겨도 그냥 전설의 포켓몬이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레벨이 낮으면 힘센 포켓몬을 잡기가 힘들어 어렵게 이긴 배틀에서도
전설의 포켓몬을 내 것으로 하지 못하는 허탈한 경우도 생긴다.
부산 오피스텔의 복도에서는 건너편 포켓몬 짐에 들어갈 수가 있는데
멋진 포켓몬의 레이드가 있으면 가지고 싶다는 욕심으로 불타게 된다.
그렇게 이글거리는 간절함에 복도로 나가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그 순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계정이 모두 들어가게 하려고 많이 애를 먹는다.
처음 포켓몬 고를 시작했을 때엔 아이들도 한 일 년 정도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내가 따라 시작하고 정신없이 빠져들 때 아이들이 손을 놓았고
그래서 내가 아이들 계정에 역할이 분명한 다른 계정 하나까지 합해서
모두 4 계정을 돌보고 있는데 여기에는 말하기 힘든 사연도 있다.
이 4 계정을 하려면 왼팔뚝에서 손까지 휴대폰과 태블릿을 들고나가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다 어느 정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모이면
레이드 배틀이 시작되고 4개의 화면을 동시에 두둘이기 시작하는데
그 장소를 벗어나도 상관이 없는 시점이 되면 집안 소파에 와 앉아서
휴대폰등을 내려놓는데 왼팔은 얼마나 힘을 줬는지 굳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 몇 분 동안 나는 3개의 휴대폰과 태블릿 하나를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두둘여야 해서 정말 온 힘을 다해 들고 있는데
그러는 동안에는 잘 모르다가 배틀이 끝나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내 팔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붙잡고 있던 그 모양 그대로 펴지를 못하고
주무르면서 굳어진 팔을 마사지했는데 이게 여러 번 계속되어서 그런지
살짝 팔꿈치가 저린 게 불편해서 처음엔 병인가 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동안 내 왼쪽 팔은 계속 이런 신호를 보냈었던 것 같은데 눈치를 못 채고
레이드만 있으면 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4 계정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팔을 쓰지 않아도 팔꿈치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
3개의 휴대폰과 한 개의 태블릿의 무게가 꽤나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과 지낼 때 이런 나를 보고 아들은 쟁반에 들고나가라고 했었다.
그런데 허연 머리 아줌마가 포켓몬을 하자고 복도에서 서성이는데
쟁반에 휴대폰과 태블릿을 받치고 두둘이고 있다고 상상을 하니
아무리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하지만 그 창피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지 아프고 나니 이것저것이 떠올랐다.
취미가 너무 과격한 것이었는지 내가 너무 물불을 안 가리고 있는 건지
나이가 들면 뭐든 내려놓으라고 했는데 욕심이 너무 과했나 하면서
이 포켓몬고를 하면서 눈도 빨리 노화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인생을 이 만큼이나 산 사람으로 느낀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반성을 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실천을 하자고 피나는 노력을 했더니
팔의 통증은 지나친 레이드의 집착을 피하고 운동으로 나아졌는데
뭐든 과하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이 진리였나 보다고 마음에 새긴다.
갈 수 있는 곳에 잡고 싶은 멋진 포켓몬의 레이드가 있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것은 태만이라고 했던 내가 생각을 바꿨다.
모든 것이 다 노력만 하면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팔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다스린다.
내가 복도 끝에서 정신없이 두둘이고 있는 꼴을 본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 나이에도 열정이 있구나 하고 잘 봐줬으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