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하는 거 알려주지 않는 그랜드캐년 종단기 2
궁금해하는 거 알려주지 않는 그랜드캐년 종단기 2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했던 굴러들어 온 그랜드캐년 3박 4일 허가서를 5달 동안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그러나, 스스로의 갈망 또한 작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가지로 Wilderness, Adventurous 액티버티에 많은 경험이 있었다. 빙하가 있는 알파인 마운틴 트레이닝 외에도 솔로 겨울 등반도 상당 횟수, 사막 횡단 하이킹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다. 여러 번의 훈련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내 한계도 잘 알고 있는 편이긴 하다. 사실, 당일치기로 Grand Canyon Rim to Rim을 지금도 할 수 있다. 이유가 주어진다면 말이다.
몇 년 전에 Rim to Rim구간의 거리와 고도차를 가지는 코스를 당일치기로 Yosemitte Nat. Park에서 한 적이 있었다. 이 때는 필요 없는 많은 짐을 지고 가서 산속에서 완전히 깜깜해지기 전에 간신이 주차한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먹을 힘도 없어서 그대로 차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이른 아침에 차 앞에 쓰레기통을 뒤지던 어린 곰 사진을 찍었던 그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랜드캐니언 종단 백패킹을 왜 했나요?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자. 허가서가 생겨서? 못 간 내 여름휴가가 아쉬워서?
그랜드캐년 방문객의 오직 1%도 안 되는 비율로 콜로라도 강 근처라도 하이킹을 한다. (9년 전에 본 통계자료에 따르면 거의 0.2%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중에도 Rim to Rim 종단을 하는 경우는 몇 퍼센트도 되지 않는 매우 적은 비율이다.
2017년 그랜드캐년이 발행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Korea와 South Korea로 표기된 모든 허가서와 인원수는 5개/11명이다. 일본과 중국이 한국보다 몇 개 더 많다. 중국은 9년 전에만 하더라도 리스트에 없었다.
누구라도 일생에 한 번쯤 해보고자 하는 충동과 용기가 생기지 않겠는가! 앞으로 최소 몇 년 또는 10년은 다시 한번 가보기도 힘든 곳인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허가서가 내 손에 있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보다는 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게 쉽지 않겠는가?
7년 전(기억으론 5년 전이었는데, 실제로 사진을 찾아보니 7년 전) 그랜드캐년에서 이미 두 번의 서로 다른 트레일에 걸었던 적이 있다. 이때는 무작정 가서, 첫날 허가서가 없어, Bright Angel Trail로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가 완전히 어두워진 그 긴긴 트레일을 밤 11시에 South Rim 주차장으로 올라왔었다.
이때도 백팩에는 정수기(이 당시에는 물을 공급하는 곳이 딱 한 곳 밖에 없었다. 지금은 워터파이프 라인이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다), 침낭, 텐트, 그리고 두 끼의 음식도 있었다. 어느 곳 에서건 트레일만 벗어나서 텐트를 칠 수도 있었지만 룰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느지막이 Backcountry office에 가서 취소된 허가서가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 그리고 결국 허가서는 아니지만, Phantom Ranch Dorm에서 숙박할 수 있는 허가서 겸 숙박권을 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 다음에.
좀 더 강렬하고 적극적인 이유는 “한번 더 그랜드캐년 속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지구 상에 둘도 없는 그랜드캐년을 Rim위에서 보는 시점과 깊은 캐년 속에서 몰아 일체감을 느끼면서 캐년의 낮은 곳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좁은 계곡 아래에서 제한된 하늘만 빼꼼히 내어주는 시점은 수억 년이 된 색다른 바위들과 함께 있는 자연의 장대함은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르도르의 깊은 계곡 같은 생각도 든다. 조명에 따라서 좀 더 강렬한 이미지가 한 번 보게 되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를 멀리 내다보는 시점 또한 장대하고 멋지다. 광활한 공간 속에 색색의 지층들이 들쑥날쑥한 구도로 빛을 받으면 황홀하고 멋지기 짝이 없다. 그걸 보기 위해서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지 않은가.
이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나 스스로의 답은 조금 줄이기로 하고, 드디어 출발지로 간다. 8시 셔틀버스를 타야 12:30분경에 출발지인 North Rim, North Kaibab Trail Head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밤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부터 5시간을 운전해서 새벽 4시가 조금 넘겨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7:30분에 나를 북쪽 출발지점으로 데려다 줄 셔틀버스에 첵인 하기 전에 백팩을 챙겨야 한다.
못 잔 잠을 덜컹 거리는 셔틀 안에서 자다 깨다 하면서 마지막에 개운한 느낌으로 Grand Canyon North Rim 입구로 들어섰다. 매일 아침 마시던 커피를 마시지 않은 보답으로 목이 아프게 잠을 잤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하는 지점에 도착했다.
North Kiabab 트레일을 시작하면서 젤 먼저 보이는 것은, 노쓰림의 높은 고도에서 자라는 많은 파인트리들이 주변을 온통 가리고 있으며, 옅은 샌드스톤과 붉은색의 흙이 덮인 트레일이다. 고운 붉은 흙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뮬(말과 당나귀의 잡종)이 지나갈 때마다 자욱한 붉은 먼지를 일으킨다. 그만큼 곱고, 건조한 날씨를 말해준
다.
얼마 걷지 않아도, 깊은 협곡의 입구에 들어왔음을 알게 해 주는, 깊은 절벽과 좁은 주변 공간이 알려준다. 하지만, 너무 조금만 보여줘서 얼마나 깊은지는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만 보여준다. 끝없이 반복되는 지그재그 트레일을 내려가다 보면, 그 주변 공간이 더 좁아지고, 점점 깊어지는 걸 알 수 있다.
몇 마일 걸어도, 워낙에 좁은 계곡을 절벽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것이어서 흔히 그랜드캐년 사진에서 보는 그런 광활한 풍경은 볼 수 없고, 계속 깊어지는 것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면, 좌측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폭포를 보게 된다. 여기가 고도계를 보면, 출발지에서 수직으로 약 3000ft (914 meters), 거리로는 5.2마일(8.3 km)쯤 내려온 지점이다.
이제, 첫날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 물 공급처이다. 1.5마일 남은 캠핑장까지 이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물을 보충할 필요는 없지만. 장거리 여행이나, 사막을 여행할 때 필요한 지혜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머리도 찬물로 적시고, 미지근하게 데워진 물병의 물도 새롭게 담아 간다. 이제 곧, 코튼우드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할 것이다.
그랜드캐년은 한국의 계곡과는 다르게, 깊이 내려갈수록 더욱 더워진다. 출발 한 곳보다 이곳의 기온은 거의 화씨로 20도 높다. 그래서, 사진에 보이는 것같이 텐트는 하늘이 훤히 보이도록 해놓고 하늘과 별들을 이불 삼아서 꿀잠을 잤다. 사실, 기온이 아직 높은 걸 알고, 침낭은 아예 가지고 오지 않았다.
자, 둘째 날은 Phantom Ranch로 가보자. 그랜드캐년 속에 1920년에 지어진 랜치가 있다. 그리고 이곳엔 시원한 음료와 맥주를 파는 상점도 있다. Grand Canyon Phantom Ranch IPA를 마시러 가자.
주석: North Kaibab Trail, Colorado 강을 기준으로 북쪽을 North Kaibab Trail, 남쪽을 South Kaibab Trail이라고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