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는 끝났다, 이제는 AI가 ‘직접 일한다’
지난 몇 년간 N8N, Zapier, Make 같은 자동화 툴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코딩 없이 누구나 자동화할 수 있다”는 구호는 사람들의 기대를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강의와 컨설팅을 하면서 현실을 똑똑히 봤다. 기업 실무 현장에서는 실제로 자동화를 구축해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이나 테크 매니아층에서는 시도했지만, 대부분의 일반 실무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영역이었다.
더 냉정히 말하면, 지금 현장에서 말하는 ‘자동화’란 것도 결국 누군가 10년 전에 만들어놓은 엑셀 매크로 파일을 돌리는 수준이다. 그걸 아직도 ‘우리 회사도 자동화돼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사람이 수동으로 눌러야 돌아가는 반자동 시스템일 뿐이다.
결국 대부분의 회사에서 자동화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에 매달린 오래된 파일 한 개짜리 기술로 남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툴은 있지만 ‘업무 연결’을 설계할 사람이 없다.
자동화보다 ‘직접 하는 게 빠르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유지보수, 오류 대응, API 연결 등 진입장벽이 높다.
결국 자동화는 대중의 기술이 아니라, 매니아의 장난감으로 머물렀다.
사실 ‘에이전트 빌더’라는 개념은 이미 여러 서비스에서 존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 Studio, Zapier, n8n, Make, LangChain…그런데도 시장은 조용했다.
이제 OpenAI가 직접 나섰다. 그리고 그 한마디로 게임이 바뀌었다.
이제 이 기술은 더 이상 “매니아의 장난감”이 아니다. 엔터프라이즈 레벨에서 즉각 검토가 시작되는 산업 레이어로 올라올 것이다. 대기업 전략팀, 혁신본부, IT PM 조직이 “이걸로 우리 회사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를 본격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할 것이다.
곧 시장에는 이런 변화가 연쇄적으로 터질 것이다.
이제 GPT Wrapper를 만들던 회사들은 파이 나눠먹기 게임에 지쳤다. AI API를 감싸고 UI만 바꿔 파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돈도 안 되고, 차별화도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곧 에이전트를 찍어내듯 만들어 팔기 시작할 것이다. “산업 특화 전문가들이 설계한 고품질 에이전트”라는 슬로건이 붙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 행정 자동화 에이전트
회계 검수용 AI 어시스턴트
마케팅 캠페인 최적화 에이전트
이런 식의 산업형 패키지들이 줄줄이 등장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중 진짜로 잘 만든 에이전트, 즉 도메인 지식과 실제 데이터, 자연어 UX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에이전트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폭발적인 파워를 가질 것이다. 한 팀이 아니라, 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통째로 대체할 수준의 효과를 낼 것이다.
결국 이번 OpenAI Agent Builder의 등장은 “AI를 쓰는 시대”에서 “AI를 사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모델을 누군가 만들어놓은 에이전트를 구매하거나 임대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 Agent Economy, 즉 ‘에이전트를 사고파는 산업 구조’의 문 앞에 서 있다. OpenAI가 만든 것은 단순한 툴이 아니라, 이 거대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경제 인프라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이미 AI를 도입했다. Copilot, Notion AI, ChatGPT Enterprise 같은 SaaS 구독형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이미 일상화됐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Azure OpenAI처럼 OpenAI 모델을 내부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통해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LLM을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즉, 이미 대부분의 기업은 AI를 쓸 수 있는 환경 자체는 갖추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OpenAI Agent Builder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아니라, 기존 LLM 인프라 위에 얹히는 ‘2차 혁신 레이어’에 가깝다.
이제 기업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이제 우리도 직접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착각이 시작된다.
“직원들이 각자 자기 일에 맞는 에이전트를 만들면 되겠지.”
큰 오산이다.
내가 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직접 확인한 현실은 명확하다. 기초적인 코딩 지식조차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은 ‘AI를 쓰는 사람’이지, ‘AI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시스템 구조나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이건 단순히 코딩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자체가 없다. 업무를 절차로 나누고, 입력 → 처리 → 출력의 구조로 재구성하는 감각이 없다. 즉, “일을 시스템 언어로 표현할 사고방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Agent Builder가 아무리 쉬워도 실제로는 대부분이 에이전트를 만들지 못한다. Custom GPT조차 만들지 못했던 현실이 그대로 반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AI 교육 좀 시키면 다 할 수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건 ChatGPT 사용법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업무를 해체하고 재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 즉, 이제 필요한 것은 AI 시스템 사고 교육(AI Systems Thinking Training)이다.
Agent Builder의 등장은 기업 내부 인력의 역량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될 것이다. AI를 ‘쓸 줄 아는 사람’과 ‘AI로 구조를 짤 줄 아는 사람’의 차이는 이제 기술의 격차가 아니라, 조직 생존의 격차가 된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채팅 기반 LLM 도입 단계를 끝냈다. ChatGPT Enterprise, Copilot, Notion AI 같은 SaaS 구독형 서비스들이 조직 곳곳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기업들은 “AI를 도입하자”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더 잘 써먹을까”를 고민하는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이제는 ‘대화형 AI를 쓰는 것’에서 ‘에이전트를 직접 빌드하는 것’으로 넘어가야 한다.
Agent Builder의 등장은 바로 그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답변을 받는 단계가 아니라, AI에게 업무를 실제로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조직은 이걸 바로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직원들의 시스템 사고는 부족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할 줄 아는 인력이 거의 없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누가 더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AI에게 일을 어떻게 시킬 수 있느냐" “AI를 실제 업무의 한 축으로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Agent Builder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AI 활용 수준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다. 이제 기업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채팅으로 묻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이미 일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그 회사의 AI 전략 수준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