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 무너지는 법을 배우다.

by 승띵
누군가는 지금도 주식과 부동산으로 1억을 번다.
그러나 나는 하루아침, 그만큼을 잃었다.


2023년 10월,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이듬해 여름, 경매 넘어간 집에 새로운 낙찰자가 나타났다. 임대인은 뭐 하고 있냐고? 아직도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대형 평수에 살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 K 씨와 그의 아내는 100여 명이 넘는 세입자들 보증금은 1원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추악한 그들에게 돌려받기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상경하고 나의 첫 보금자리가 됐던 동작구 상도동. 아주 작은 5평 남짓 원룸이었지만 만족했다. 아니, 행복했다. 그저 내 몸 하나 편히 누울 곳이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하곤 했다. 그렇게 2년 살던 월세방을 떠나 문제의(?) 전세방을 구하던 당시, 어머니는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X고집을 부리며 어머니의 경고(?)를 무시한 채 덜컥 전세방을 계약했고 결과는 최악이었다. 괜히 ‘어른들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모든 선택을 감당해야 했던 내 나이는 고작 서른이었다. 하루하루가 허무했다. 그동안 난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인간관계에서 오는 헤어짐과 상처만이 나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날 힘들게 한건 결국 ‘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욱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첫 직장에서 한 달 월급 180만 원 받던 시절이 있었다. 월급 절반은 적금에 넣으라는 매형의 가르침을 따라 실제로 그렇게 했다. 90만 원으로 한 달을 살며 빠듯하긴 했지만 쌓여가는 적금 통장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그렇게 3년가량 모은 3천만 원과 8천만 원 대출을 받아 들어간 1억 1천만 원짜리 전세방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무너졌었다. 무너지고 보니 무너지는 법도 잘 배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야 다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무너짐의 반대는 이겨냄도 아니고 일어섬도 아니었다. 그저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 충분했다. 나는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