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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Jan 06. 2021

주식하는 마음

by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오랜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이번에 읽은 책은 펀드매니저이자 자산운용사 대표인 홍진채 님이 쓰신 책이다. 사실 진채님은 수년 전 트레바리의 돈돈에서 만나 여러 권의 책을 같이 읽었고 지금도 사설 독서 모임 마음의 과학을 같이 하고 있는 사이로, 지금까지 많은 점을 배웠고 앞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분이다. 이 책은 과거 대화와 글을 통해 접해온 진채님의 생각들을 종합해 담아낸 글로, 많은 훌륭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책을 읽는 다독가인데, 이 책은 과거 수년간 저자가 읽어온 여러 분야 - 경제, 심리, 과학, 철학, 인문학, 역사 등등 - 의 지식을 탐독하며 정립한 자신의 투자관과 인생관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저자가 본문에서 인용한 책들 중 일부를 읽었거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며, 만약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내용들 투성이라면 본문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몇 권 더 읽어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 내용 중 중요한 키워드를 몇 개 꼽으라면 뇌과학, 진화, 복잡계, 불확실성, 회의주의, 반증가능성, 지속 가능한 학습의 구조를 짜는 것 등이다. 한편 이 주제들은 개인적으로도 평소 좋아해 온 것들이기도 해서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식 투자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더 생생하게 와 닿는 내용,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들이 많이 들어있는 보물 같은 책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유용한 내용이 많은데, Part 4의 자산 배분이나 인생의 바벨 전략 같은 부분은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에세이에 가깝다. 어떤 논증이나 지식의 체계를 전달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그런 책들을 수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과 버무려서 생각을 풀어나가는 진행이다. 그러니 내용 요약은 별로 의미가 없을 듯하고, 가까이 두고 잊힐 만할 때 한 번씩 다시 펴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행동을 복기하면 좋을 것 같다. 천천히 한 번을 읽고 인상 깊었던 대목들을 갈무리하면서 빠르게 한 번을 더 읽었는데, 역시 요약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본인의 인생관과 투자관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얻는 계기를 얻기를 바란다. 아마 저자의 뜻도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던 중 일기를 쓰기 시작해 약 한 달째 계속 쓰고 있다. 투자관에 있어서는 또 나의 부족한 면을 돌아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투자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응하는 행위를 더 예리하게 가다듬는 계기를 얻었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영감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며, 독후감 끝.



책 내용 갈무리


본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하거나, 주관적 해석을 가미해 요약한 내용입니다. 본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원서를 읽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Part 1. 우리의 마음은 투자에 실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 과정에서 감정을 포함, 시스템1을 발달시켰는데 이런 심리 기제들에 휘둘리면 주식 투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화뇌동해서 자주 매매할수록 매매비용만 늘어나고, 결과에서 피드백을 얻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성공적인 투자자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한 행동 지침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기록하기, 매매 의사결정은 전날 심사숙고해서 하기,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기, 겸손해지기, 감정 활용하기



Part 2. 질문만 바꿔도 길이 보인다.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질문은 "반증 가능한 질문"이다. 무의미한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정답의 범위를 좁혀갈 수 있다. 최소한, 무엇이 불필요한 질문인지는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성과다. 행동과학자 에드워드 루소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1) 결정의 틀 짓기 2) 정보 수집하기 3) 결론에 도달하기 4) 경험으로부터 학습하기의 4단계를 제안했다. 이렇게 학습할 수 있는 질문과 검증 프로세스를 투자 의사결정에 녹여내야 한다.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이 게임을 어떻게 정의할까"를 먼저 물어야 한다. 타임 프레임을 어떻게 정의했냐에 따라 일간, 주간 주가 변동은 무시해야 할 노이즈가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게임을 정의하면 굳이 남들과 자기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고속도로에서 모든 사람이 스포츠카와 경주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마켓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승산이 낮으므로, 주식을 매매하는 기준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으로 정의하면 승산이 낮다. 이보다는 '내가 지금 보유한(하려는) 주식은 편안한 가격대인가? 어느 정도 가격대면 편안한가'로 정의하는 편이 더 좋다. 잠재적인 하락폭과 상승폭을 계산했을 때, 하락폭에 비해 상승폭이 많이 크다면 '편안한 가격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한 가격대는 '하락 잠재력 대비 상승 잠재력이 더 크고, 여기서 더 하락하더라도 내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탑다운과 바텀업 두 접근법 중, 저자 본인은 바텀업 방식이 더 주효하다고 본다. 피터 린치가 "장세에 무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한 가지만 납득할 수 있다면 이 책을 다 읽은 것과 같다"라고 명저 '월가의 영웅'에 적은 것처럼. 이를 질문으로 표현하면 '시장의 변동을 이기고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을 어떻게 골라낼 것인가?'가 된다.


스스로 생각한 판단 기준으로 매매를 하고, 기록하고, 피드백을 얻고,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해나가기를 반복해야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한 번의 매매에서 수익을 얼마나 냈느냐가 아니라, 결과로부터 무언가를 학습해 자신의 판단 기준을 더 강건하게 만들었는 지다.


주식을 팔아야 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질문은 '아이디어가 소진됐는가?'다.

- 이 대목에서 생각을 좀 곁들여 보면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 층위로 나눠서 해석해볼 수 있다. 첫째는 저자가 책에서 기술한 대로, 기존에 작성해둔 시나리오의 유통기한이 끝났으므로 매매 의사결정을 할 기준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저자가 앞서 기술한 대로, 시나리오가 소진되었으므로 학습의 피드백 루프가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없는 포지션은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더 이상 학습을 하지 못한다.


주식 시장의 오랜 격언들을 액면 그대로 단순하게 해석하면 위험하다. 그 어떤 격언도 절대적인 일반론이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 철학'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철학'이라는 그럴듯한 취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원칙의 집합'이다.



Part 3. 이기는 질문, 지지 않는 투자


주식 시장의 개별 참여자들은 모두 독립변수인 동시에 종속변수이고, 시장은 이 변수들이 재귀적으로 움직여 가는 변덕스러운 집합체다.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잘 알려진 내재가치 측정 공식들이 있으나, 그 어떤 방법도 절대적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가치는  '주관적인 환상'이고, 가격은 '합의된 환상'이다.


'사람들이 이미 기대하고 있던 일'은 가격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람들의 기대와 어긋난 일이 생기면 가격이 변동한다 (코스톨라니의 뻬따 꼼쁠리)


전통적 가치투자자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신봉하는 가격-가치 갭 모델은 1) 내재가치의 측정 불가능성 2) 타임라인의 부재 3) 2)로 인한 반증 불가성으로 인해 결함이 많다. 이보다는 제한적 합리성 모델이 더 유용한 모델이다.



제한적 합리성 모델


가정 1: 각 투자자는 각자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가정 2: 각 투자자가 입수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가정 3: 각 투자자는 제한된 정보와 불완전한 원칙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가정 4: 각 투자자의 의사결정 결과는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행동지침 1: 다른 투자자가 입수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추측한다.

행동지침 2: 다른 투자자가 사용하는 의사결정 원칙을 추측한다.

행동지침 3: 현재 이 주식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의사결정 근거를 추론한다.

행동지침 4: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낙관적으로 변했을 때 얼마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주식을 사려고 할지, 반대로 더 비관적으로 변했을 때 얼마나 더 낮은 가격에도 주식을 팔려고 할지 추론한다.

행동지침 5: 현재 가격 대비 위 4번의 상승 잠재력이 하락 잠재력보다 클 경우 매수하고 보유한다.

행동지침 6: 위 1~4번을 계속 업데이트한다. 5번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비중을 줄이거나 매도한다.



Chapter 8. 초과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가?


네 가지 질문 -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내 생각과 남들의 생각은 무엇이 다른가? (나와 타인이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를 객관화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생각을 글로 적으면 객관화에 도움이 된다. 타인의 생각은 말과 글을 통해 이해하고 참고한다)

2. 그 차이는 언제, 어떻게 메꿔지는가? (구체적인 경로와 타임라인을 갖춘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3. 내가 틀렸음을 언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시나리오가 반증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4. 내가 틀렸을 때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틀렸을 때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기존의 시나리오와 행동 원칙을 업데이트해 새로운 문제 상황에 더 나은 의사결정 원칙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Chapter 9. 많은 사람들이 초과 수익을 내겠다고 어마어마한 노력과 스트레스를 감내하지만,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극소수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이, 90%의 사람들은 자산 배분만 잘해도 인생을 윤택하게 누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Part 4.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예측은 각자가 하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의 수많은 예측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그들의 '예측'을 따라갈 게 아니라, 예측의 '근거'를 검토하고 자신만의 예측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예측은 틀립니다. 자신만의 예측이 있어야 틀린 다음에 배울 점이 생깁니다.

(Chapter 10. 누구로부터 배울 것인가? - 전문가에 대한 환상 중)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는 기준은 투자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로 투자했느냐에 따라, 동일한 뉴스가 신호일 수도 있고 소음일 수도 있습니다.

(Chapter 10. 누구로부터 배울 것인가? - 신호와 소음 중)


운(무작위성)이 지배하는 투자 세계에서 실력이란, 확률분포를 추론해 다수 시행을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1) 확률 분포 추론 2) 다수 시행 3) 리스크 관리(다수 시행을 하기 위한)

(Chapter 11. 운과 실력 - 확률분포 x다수 시행 중)


복잡계에서의 실력이란 결국 의사결정의 질을 의미합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어떤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각 시나리오의 논리 고리를 세분화해서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Chpater 12. 바벨 전략 - 현실 세계에서의 확률분포 추론 중)


... 다만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하여 그 앞에 굴복하거나 외면하는 것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확률분포를 추론할 수 있는 경우에는 베팅 비율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확률의 기댓값을 실제 값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확률을 추론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시스템의 볼록성과 오목성에 따라서 극단값을 취하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나에게 유리한 구조를 짤 수 있습니다.

(Chapter 12. 바벨 전략 - 젠센 부등식과 비대칭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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