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지프 르두(1949~)는 저명한 신경과학자로 뉴욕대 교수이자 감정-뇌 연구소의 소장이다. 공포 반응과 편도체 신경 기제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자신의 연구 주제에서 이름을 딴 락밴드 The Amygdaloids의 싱어송라이터를 맡고 있다.
책을 읽으며 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글을 적어본다.
1. 인지-정서 논쟁
저자의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13년 전 학부생 시절, 인지과학 개론 수업의 인지-정서 단원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인지와 정서의 관계에 대한 이론 논쟁은 역사가 꽤 길다.
시작은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1884)였다. 제임스와 생리학자 랑게(1985)에 의해 제안된 제임스-랑게 이론(링크)은 정서적 자극이 특정 내장 반응을 유도하고, 내장 반응에 대한 자각이 정서를 이끌어낸다고 하는, 일종의 ‘인지 선행론’이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캐논-바드(링크)는 정서 유발 자극에 대해 시상하부가 각성하고, 이어서 신체 반응과 정서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 이후 인지주의가 인간의 마음 연구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80년대까지 정서 연구는 ‘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된다. 섁터-싱어 이론(링크)(1962)은 아드레날린 주사로 각성을 유발한 뒤 분노/행복 단서 자극에 노출시키고, 피험자가 보고하는 정서 경험이 단서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지적 평가가 정서 경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회심리학자 Robert Zajonc(1980)는 단순노출효과(링크) 등의 실험 증거를 제시하며, 선호는 인지의 개입 없이도 일어난다는 주장을 하며 인지선행론에 반론을 제기했다.
Zajonc에 대한 재반론으로, 선대의 인지선행론을 한층 발전시킨 인지심리학자 Richard Lazarus(1991)(링크)는 정서 자극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인지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사실 ‘식역 하의 인지적 평가가 정서와 동기 과정을 모두 주도한다’는 주장은 언뜻 봐도 좀 과할 정도로 편향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아마도 이게 20세기 후반까지 계산주의와 cold cognition에 편향되었던 인지과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서를 강조한 연구자들도 다시 반격에 나선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정서가 인지적 판단의 기초가 되며 그 신경적 기전이 안와전두엽 피질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링크).
이어서 이 책의 저자 르두는 공포 반응의 중추인 편도체의 입력 경로가 빠른 경로(시상 -> 편도체)와 느린 경로(시상 -> 피질 -> 편도체)의 두 가지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인지-정서 선행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 두 경로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인지가 개입하지 않는 정서 반응’과, ‘인지가 개입하는 정서 반응’이 둘 다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링크).
저자가 책 본문을 통해 드러내는 인지-정서 간의 관계에 대한 입장은, “과거 인지과학이 정서와 동기를 너무 소외시켜왔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정서와 동기는 매우 많이 중요하다. 정신 3부작인 인지-정서-동기의 통합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최소한 공포 영역에서 만큼은, 편도체가 작업기억을 지배하면서 감정이 의식을 독점한다고 믿는다(376p)”고 적는다. 르두가 평생을 몰두한 연구 주제가 공포와 편도체였으니 역시 편도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인가. 그렇지만 수많은 연구들로부터 얻어낸 경험적 증거가 워낙 탄탄하기에, 공포 상황에서 편도체가 작업기억을 독점한다는 그의 주장은 꽤나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같다.
2. 인지과학의 오류 - 정서와 동기를 소외시키다
저자가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주장은, 과거 인지과학이 마음의 3요소인 인지, 정서, 동기 중 ‘인지’에만 치중해왔다는 점이다. 적어도 20세기 후반까지는 꽤 타당한 비판이었던 것 같다. 1950년대 일어난 인지혁명은 인간의 마음 과정을 정보처리로, 인간을 정보처리자로 보는 개념적 토대 위에 쌓아 올려졌다. 정서, 동기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주제였고, 다룬다 해도 다분히 인지적, 정보처리적 기제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주를 이뤘다. 인지-정서 논쟁에서 Lazarus가 취한 태도가 바로 이러했다.
그래도 내가 전공한 사회심리학에는 정서와 동기를 강조한 이론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저자도 본문에서 사회심리학자들을 “정서와 동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몇 안되는 집단”이라고 적었다. 사회심리학 이론 중 아직 대중서로 소개된 내용은 많지 않은 듯 싶으나, 언젠간 내가 즐겁게 공부했던 학문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래 본다. 여기서는 사회심리학계에서 동기와 정서를 다루는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만 간략히 짚어보겠다.
1950년대 인지혁명의 주역 세대 중 하나인 허버트 사이먼은 '제한된 합리성' 개념을 제안하며, ‘Satisfic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했다(링크). 인간의 정보처리는 항상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서 적당한 만족을 추구하는 행위자’라는 얘기다. 이후 제한된 합리성 개념은 카네먼과 트버스키로 대표되는 현대 심리학의 대전제가 된다.
사이먼, 카네먼과 트버스키의 인지주의를 받아들인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른바 ‘사회-인지’라는 연구 패러다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80년대에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개념을 제안한다(링크). 인간이 제한된 인지 자원을 동원해 사고, 판단, 의사결정, 행동을 하는 행위자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제한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저에는 정서와 동기 과정이 있었지만, 아직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인지적 구두쇠 개념은 약 20여년 뒤 2000년대 초반에 들어, 동기화된 전략가(Motivated Tacticion)라는 개념으로 대체된다(링크). 인지적 구두쇠 개념에 비해 동기의 역할을 더욱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아마도 과학적 심리학의 제 분야 중 정서와 동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분야의 대표는 사회심리학일 것이다. 자기(self), 고정관념, 차별, 공감, 내집단 편향, 집단 간 경쟁 등의 현상은 모두 정서와 동기를 빼고는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이니 말이다.
(2020.02.09 추가)
괜찮은 사회심리학 입문서가 나온 사실을 알게 되어 소개!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가 저술한 사회심리학(2009) 번역본이 2020년 1월에 출간되었다고 한다(링크). 입문서를 집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학계의 간판들이니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3. 학습은 본성을 양육하는 것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다 보니 너무 내 전공에 편향된 얘기로 서두를 채웠다. 이제 다시 책의 주제로 돌아와서, 본성과 양육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강조를 다시 짚어보겠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건 2002년, 스티븐 핑커의 표현에 따르면 이른바 ‘표준 사회과학 모델’이 과학계에 정치적 검열 행위를 하던 20세기 후반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때문에 대중서를 집필하는 입장에서는 ‘본성-양육 논쟁’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차분하고 중립적인 서술을 하는 태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저자는 간결하게 설명한다. 유전도, 학습도 모두 시냅스의 연결 패턴 변화로 일어나는 것이다. 선천성은 우리가 다른 종과 차별되는, 우리 종에 고유한 공통 능력을 얻게 해 준다. 학습은 유전자에 설계된 기본 배선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고유한 개인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므로 이 둘은 배타적이지 않다. 한 마디로, 학습은 본성을 양육하는 것이다.
로크의 빈 서판 가설은 우리가 마음과 몸의 관계에 무지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빈약한 토대에서 벌어졌던 무의미한 논쟁을 21세기에도 이어가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4. 마음이라는 블랙박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던 사실 중 하나는, 프로이트가 원래 신경과학 연구자였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는 비엔나 대학에서 의과 과정을 마치고 연구조수 자리를 얻어 어류와 새우의 신경계를 연구했다(77p). 그는 수십 년 동안 출판되지 않은 ‘Project for a Scientific Psychology’(1895)라는 논문에서 신경계가 서로 다른 뉴런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뉴런은 다른 뉴런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뇌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일임을 일찌감치 깨닫고, 신경과학을 포기하고 정신분석학을 창시해 과학과 동떨어진 길을 간다.
재미있는 점은, ‘당대의 과학과 기술로는 마음의 경험적 증거를 밝힐 수 없다’는 같은 이유로 프로이트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학파가 있었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태동해 20세기 중반까지 심리학을 지배한, 왓슨과 스키너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학파다.
행동주의자들은 ‘마음이라는 현상은 관찰, 측정이 불가능한 주관적 경험이므로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심리학에서 마음을 추방해버리고,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행동'만을 탐구했다. 그들이 심리학에 한 기여는 과학적 엄밀성을 강박적으로 추구해 통제된 실험, 관찰, 측정의 방법론을 정교하게 발달시켜 나간 것이다. 후일 인지주의가 행동주의를 무너뜨리고 심리학에 마음을 다시 불러들였을 때에도, 행동주의의 유산인 과학적 방법론만큼은 고스란히 심리학에 남았다.
‘마음이라는 블랙박스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로부터, 프로이트와 왓슨은 정반대의 길을 개척해갔다. 프로이트는 아예 과학이길 포기해버렸고, 왓슨은 가능한 선에서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싶어 했다. 인간의 추론, 판단, 의사결정이란 어쩜 이리도 극단적일 수 있을까...
5. 의식과 무의식
본문 중 매우 공감되었던 문장을 하나 인용해본다.
“의식은, 즉 최소한 우리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얘기할 때 뜻하는 그러한 종류의 의식은 진화 역사상 최근에 뇌에 개발된 것으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일체의 뇌 작용들 위에 얹혀 있다. 따라서 뇌의 무의식적 작동은 동물왕국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더 오래된 과정(무의식)이 새로운 과정(의식)의 부정에 의해 정의된다면, 이것은 말장난이거나 문화의 오만이다. 언어는 완벽하지 않다(32p)”
이어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 과정(시냅스 활동) 중 의식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 기제에 일어남을 설명하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덕분에 학부 시절 지루하다고 느꼈던 인지심리학 연구들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저자가 단호하게 적었듯, 인간의 언어와 의식은 불완전하다. 조금만 더 곱씹어보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의식으로, 작업기억으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은 결코 완벽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앎은 늘 임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은 더 불완전한 상태에서 덜 불완전한 상태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한편 김민형 교수님과의 짧은 문답에서 얻은 대답을 회고해본다. "개미는 소수의 존재를 모르겠죠? 그렇지만 소수는 존재하지 않나요?" 이 문장에서 개미를 인간으로, 소수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일반 원칙으로 바꿔도 isomorphic 하다. 사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도 근대의 서양 중심 사상들이 잘못 빠져들었던 “이성, 합리성에 대한 맹종”에 대한 반동으로 제안된 것이라고 한다...(네이버 백과사전: 구조주의적 사유방식 링크)
위에 인용한 르두의 문장에서 의식과 언어를 이성이나 합리성 같은 것으로 바꾸면, 내가 평소 늘 마음에 새기려 노력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존중’과도 같은 맥락이 된다. 같은 결론이다. 항상 겸허함을 잊지 말자.
생각을 마무리하며
방대한 텍스트를 읽고 여러 주제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적은 인간 이성, 언어의 불완전성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인간의 언어를 포기한 벡터 연산 알고리즘인 Deep Neural Network,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같은 주제를 좀 더 파고들어 생각하고, 토론해보고 싶다.
본문 요약
1장. 위대한 질문
자아의 본질은 당신의 뇌 안에 들어 있는 뉴런들 사이의 상호 연결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 시냅스라 부르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합부는 뇌에서 정보의 흐름과 저장이 일어나는 주 통로다. 뇌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 전달과, 과거에 시냅스들을 거쳐 간 암호화된 정보의 소환을 통해 수행된다.
과거 본성과 양육에 대한 비생산적인 이분법적 논쟁이 있었다. 진실은 두 가지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본성과 양육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궁극적으로는 뇌의 시냅스 조직을 조형함으로써 마음과 행동에 모종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저마다의 뇌 안에 존재하는 시냅스 연결의 특정한 패턴과 이런 연결들에 의해 암호화된 정보가 곧 그가 그인 열쇠다.
유전자는 뉴런들의 배선 방식을 결정하는 단백질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개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와 실제 행동의 유전자 표현 사이에는 여러 단계들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유전자에 의한 신경계 시냅스 조직의 조작이다. 동물 육종 전문가들은 교배를 통해 동물의 행동 특징을 개량하는데,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은 뇌의 시냅스 조직을 조작하는 것이다.
위험 회피에 대한 뇌의 대처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편도체의 시냅스는 공포에 대해 유전과 학습 두 가지 방식 모두로 대응한다. 공포 학습이 편도체에 내재된 선천적 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이뤄진다는 것은, 모든 학습이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학습 능력의 작동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학습은 본성을 양육하는 것이다.
의식(conscious)은 진화 역사상 최근에 뇌에 탑재된 기능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일체의 무의식적 뇌 작용들 위에 얹혀진 것이다. 따라서 뇌의 무의식적 작동은 동물왕국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더 오래된 과정(무의식)이 새로운 과정(의식)의 부정에 의해 정의된다면, 이것은 말장난이거나 문화의 오만이다. 언어는 완벽하지 않다.
> 어떤 문제들의 경우, 딥러닝 알고리즘이 선형 모형이나 전통적 머신러닝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내는 것과의 관계를 음미해보자. 딥러닝은 인간의 언어를 포기한 벡터 연산 모형인데, 특히 이미지, 소리, 언어 학습 모형에서 선형 모형과 전통적 머신러닝에 비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낸다. 전통적 모형들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될 수 있는 형태로 변수를 설계하는데, 이 과정을 포기할 때 오히려 성능이 증가하는 사례가 바로 딥러닝이다.
이 책의 목적은 최소한 원칙적으로라도 시냅스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자아를 해명하기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책은 뇌가 자아를 형성해 가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2장. 자아를 찾아서
데카르트는 물질적인 몸과 비물질적인 마음을 구분하고, 둘이 뇌의 송과선이라는 부위를 통해 통신한다고 정리함으로써 당대의 신학과 타협했다. 21세기의 가톨릭 신학자들 중에는 과학의 발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 심신이원론을 포기하고, 물질적 기반의 심신일원론적 마음과 비물질적 신이라는 대안적 개념을 만들어 보려는 이들도 있다(바티칸에서 후원하고 저자가 초청되었던 학술대회). 그러나 비물질적 신이 인간의 뉴런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점에서 여전히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데카르트는 마음을 의식과 등치 시킴으로써 ‘마음-육체 문제’를 ‘의식과 뇌의 관계’로 바라보게 했으나, 이는 인간의 마음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에서 잘못 설정한 명제였다. 무의식적 정신 과정을 물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했다는 점에서 데카르트는 옳았다. 그러나 의식을 비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는 틀렸다.
‘마음-육체 문제’라는 철학적 질문과, ‘뇌가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 내는가’라는 신경과학적 질문을 구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철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대답을 추구하며, 자연에 존재하는 근본 실체들(육체와 마음)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관계들을 논리적으로 다룬다. 반면 신경과학자는 이 문제에 대해 물질적 입장이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뇌가 마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하려 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많은 철학자들이 물질론의 일부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설령 이러한 흐름이 역전되어 이원론이 철학의 주류가 된다 하더라도 신경과학자들이 할 일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결국 철학이 아니라 뇌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경과학자의 길과 철학자의 길이 만난 적이 없다거나 만날 일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두 길은 가끔 교차했으며, 그럴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깨우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철학자와 뇌과학자는 서로 추구하는 관심사가 다르며, 한쪽의 전진이 반드시 다른 쪽의 전진이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격(아마도 personality)은 과거 철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선대 철학자들의 인격에 대한 생각을, 도덕적 관념과 형이상학적 관념으로 종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이상학적 인격이란 생각하고, 느끼고, 지적/의식적 행위자인 반면, 도덕적 인격이란 자신의 행동을 해명할 수 있는 행위자다. 데닛은 ‘형이상학적 관념상의 인격적 존재가 자동적으로 도덕적 관념상의 인격적 존재로 되는가, 아니면 도덕적 능력을 부여할 뿐인가?’라고 묻는다… 결국 데닛은 이런 면들은 인격을 정의하기 위한 필요조건들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근본적으로 임의적이지 않은 인격성의 기준을 설정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46-47).
인격, 즉 의식적 자아 개념은 인간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서는 쓸모 있을지 모르지만, 동물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맥락 속에서 우리 존재를 이해하려는 다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별 볼일 없는 개념이다. 게다가 우리는 비인간 생명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의 작동원리의 여러 측면들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뇌를 포함한 인간 몸의 진화적 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
결국 자아란 진화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할 개념이다. 인간이 뇌에 의해 가능해진 자아의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동물들 역시 그들만의 뇌에 의해 가능해진 또 다른 독특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질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추측해 볼 수는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 고양이, 개, 새, 도마뱀, 개구리, 또는 물고기의 마음이 될 수 없는 이상 이 궁금증에 대해 확실히 대답할 수 없다. 데카르트의 위대한 공헌은 아마도 자기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뿐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핵심적인 개념들이 철학에서부터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도 철학은 자아와 뇌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토대가 되어 주지 못할 것이다.
20세기 중반 심리학, 뇌과학, 컴퓨터 과학을 중심으로 이른바 ‘인지 혁명’이 일어났고, 여러 인접 학문들과 함께 ‘마음’이라는 현상을 ‘정보처리’라는 패러다임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시점(21세기의 시작)에서 인지과학은 또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마음의 3요소인 인지, 정서, 동기 중 ‘인지’에 지나치게 치중해 마음에 대한 협소한 이해만을 추구해왔다. 둘째, 다양한 인지과정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마음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자아를 이해하려면 여러 인지과정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뿐만 아니라 감정과 동기까지 아울러 이것들이 인지과정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나아가 그것들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까지도 밝혀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지과학은 우리 대부분에게서 전형적인 마음의 작동방식을 다룰 뿐 우리 개개인의 독특한 작동 방식을 다루지 않는다(개인차가 궁금하면 성격심리학으로 가야겠지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 동일한 두뇌 메커니즘에 의해 중개되는 동일한 정신 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과 메커니즘들이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 개개인의 유전적 배경과 삶의 경험들에 의존한다.
지금부터 이 책에서 ‘자아’라는 용어를 ‘살아있는 생명체 전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과거 심리학자들은 자아의 의미를 ‘의식적 자아’로 취급하는 것을 선호해왔으나, 실제로는 ‘무의식적 자아’를 포함시켜야 진실에 더 가까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아는 동물이라면 반드시 갖게 되는 속성이다. 다시 말해 자아를 자각하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동물들은 자아를 가지고 있다. 결국 자아란 자아를 자각할 수 있는 생명체가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자아를 명시적(explicit)인 것과 묵시적(Implicit)인 것으로 구분한다면, 철학자들의 정의에 따른 인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은 인간 분이다. 그러나 묵시적 자아는 모든 동물들이 다 지니고 있다.
자아를 자각한다는 것은 장기기억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불러내 생각의 중심(작업기억)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반면에 묵시적 시스템들에 의해 학습되고 저장되는 자아의 측면들은 자아의 묵시적 측면들을 구성한다.
한편 생명체들이 고난을 무릅쓰고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자아는 하나의 단위다. 명시적, 묵시적 시스템은 모두 개체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기능한다.
자아의 어떤 측면들은 학습으로 형성되지만, 어떤 것들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결과다. 유전자의 영향은 성격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인 특질 이론(trait theory)에 따르면, 유전자는 특정 성격 특질에 대략 최대 50%까지 관여할 수 있다. 성격은 유전으로 타고나지만 또한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자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 정서, 동기의 토대인 뇌 시스템들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 영향 아래서 어떻게 발달하는지, 또 이 시스템들에 의해 우리는 어떻게 주의 집중하고, 지각하고, 경험들을 배우고, 저장하고, 회상할 수 있는지를 해명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여러 시스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해명해야 한다. 이런 상호작용과 통합 작용이 없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일관성 있는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서로 별개인 여러 정신기능들의 집합체에 불과할 것이다. 나(저자)는 시냅스 과정에서 우리 뇌가 ‘나’의 진면모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3장.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장치
포유류인 우리는 척추동물 문에 속하는데, 여기에는 등뼈를 지닌 새,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이 포함된다. 모든 척추동물의 뇌는 전뇌, 중뇌, 후뇌의 세 영역으로 나뉜다. 이들 중 어느 영역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증상들이 나타난다. 동물 대상 뇌 소거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후뇌는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고, 중뇌는 깨어 있게 하고 부분적 행동반응들을 유지하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전뇌는 포유동물이 다른 척추동물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고, 후뇌는 가장 적은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부위들은 모든 척추동물들에 다 있으며, 진화적으로 가장 큰 발전을 보인 전뇌 구조조차도 모든 척추동물 종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1970년대 초까지 생물학자들은 전뇌의 신피질(neocortex)은 진화 역사상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믿어왔는데, 파충류나 조류에게서는 이 부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조류나 파충류도 신피질과 같은 기능을 하는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단지 다른 뇌 영역들 밑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차이다. 또한 포유류의 신피질은 조류와 파충류에 비해 훨씬 더 정교하고 넓게 확장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는 포유류 내에서도 나타난다. 설치류보다 영장류의 신피질이, 원숭이보다 인간의 신피질이 더 발달되어 있다.
전반적인 뇌 구조 수준에서 서로 다른 많은 동물들에게 유사한 설계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뇌들이 똑같지는 않다. 종들은 저마다 다른 진화적 압력을 받아왔으며, 그들의 뇌는 다 그 나름의 독특한 진화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종 내에서 피질 조직의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다. 정교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마다 피질 영역이나 그 밖의 뇌 부위들의 조직에 미세한 변이가 발견되지만 뇌의 전반적인 설계도는 너무나 흡사하다. 이렇듯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뇌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다르게 행동하고, 독특한 능력과 서로 다른 취미, 욕망, 희망, 꿈,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들 간의 차이는 뇌의 전반적인 구조가 아니라 뇌 구조 저변에 깔려 있는 신경 네트워크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신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기관들의 세포와 달리 뇌세포, 즉 뉴런은 서로 직접 의사소통을 한다. 뉴런은 다른 세포들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뉴런이 다른 세포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점은 뉴런에서 돌출되어 나와 있는 신경들이다. 수상돌기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는 역할을, 축삭은 정보를 출력해 다른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나의 뉴런이 여러 세포들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발산, 여러 뉴런이 하나의 세포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수렴이라고 한다. 뉴런끼리 통신할 때 정보를 전달하는 쪽을 시냅스 전, 전달받는 쪽을 시냅스 후 뉴런이라고 한다.
뉴런의 정보 전달은 전기적 방식과 화학적 방식을 사용한다.
전기적 방식은 세포체에서 축삭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발생해 말단까지 이동한다.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전파되는 신경에서의 맥박을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라고 한다. 활동 전위는 통상 시냅스 후 뉴런이 시냅스 전 뉴런으로부터 화학적 신호의 입력을 수용할 때 발생한다.
화학적 방식은 시냅스 전 뉴런 축삭 말단에 있는 저장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분비된 화학물질들은 액체로 차 있는 시냅스 공간에서 표류하다가 시냅스 후 세포의 수상 가시나 돌기에 달라붙는다. 한 방향으로만 전달이 일어나는 것은 화학물질 저장창고가 시냅스 후 세포의 수상돌기가 아니라 시냅스 전 세포의 말단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개 하나의 시냅스 후 뉴런의 활동 전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시냅스 전 뉴런으로부터의 화학 신호가 필요하다(수렴, convergence). 이 일련의 과정은 연쇄적인 전기적-화학적-전기적 부호화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 언뜻 보면 인공 신경망과 생물 신경망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공 신경망은 컴퓨터 메모리에 표현된 벡터 공간에서 전기 신호로 작동하는 반면, 생물 신경망은 뉴런들 간의 전기 신호와 화학 신호를 통해 작동한다. 둘째, 인공 신경망은 문제 공간의 로컬 미니마를 최소화하는 파라미터를 찾기 위해 Back Propagation을 사용하지만, 생물 신경망에는 이와 같은 피드백 채널이 없다. 즉, 인공 신경망은 순방향 통신(피드 포워드 네트워크)과 역방향 통신(백 프로파게이션)을 모두 사용하지만, 생물 신경망은 순방향 통신(활동 전위의 전기 신호, 시냅스 공간의 화학 신호)만을 사용한다.
‘회로’란 시냅스 연결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뉴런들의 집단이다. ‘시스템’이란 특정한 기능(보기, 듣기, 위험 반응 등)을 수행하는 하나의 복잡한 회로다. 이 회로들이 작동하는 과정에는 투사 뉴런(projection neuron)과 중간 뉴런(inter neuron)이 개입한다. 위계적 회로 속에서 투사 뉴런은 다른 투사 세포를 자극해 정보를 전달한다. 중간 뉴런이 하는 일은 투사 뉴런들의 활성을 조절하여 시냅스의 교통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억제성 중간 뉴런들은 시냅스 후 세포가 활동 전위를 격발 할 가능성을 낮추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들은 투사 세포들이 지니는 흥분성 활동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투사 뉴런들은 다른 투사 뉴런들로부터의 입력이 없으면 가만히 있지만, 억제성 중간 뉴런들은 항상 발화하고 있다. 투사 뉴런들이 자극을 받기 전에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간 뉴런들에 의해 끊임없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투사 세포가 흥분성 입력에 의해 흥분되려면 먼저 그 세포에 작용하고 있는 억제 작용을 극복해야 한다. 투사 뉴런의 흥분성 입력과 억제성 중간 뉴런의 억제성 입력 사이에서 투사 뉴런의 발화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중간 뉴런은 억제성이지만, 흥분성 중간 뉴런도 있다. 억제성 중간 뉴런은 여과장치, 흥분성 중간 뉴런은 증폭장치로 볼 수 있다.
> 생물 신경망의 억제성 중간 뉴런이 하는 정보의 필터링 역할은, 머신러닝의 트리 기반 모형에서 하는 가지치기(pruning), 인공 신경망 모형의 drop out과 유사하다. 신호와 소음 중 소음을 죽이고 필요한 신호만 걸러내는 일이다.
> 흥분성 중간 뉴런이 하는 증폭기의 역할과 유사한 케이스를 인공신경망에서 찾는다면, RNN/LSTM 계열의 네트워크가 하는 역할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냅스 간의 화학 신호에 이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시냅스 후 지점에 신속히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냅스 후 세포의 전기상태를 변화시켜 활동 전위가 잘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이 요건들을 충족하는 대표적 신경전달물질은 흥분성 뉴런의 경우 글루타메이트, 억제성 뉴런의 경우 GABA다.
세포들 사이에 존재하는 막 바깥의 공간을 세포 외 공간(extracellular space)라고 한다. 세포 외 공간이 액체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 액체는 매체로서 전달물질 분자들이 시냅스 전 세포와 시냅스 후 세포 사이의 세포 외 공간(시냅스)을 건널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세포 외 공간의 액체에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들어있는데, 그중에서 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냅스 전 말단에서 분비된 글루타메이트가 시냅스 후 수용체의 바깥 부분에 결합하면 수용체에 통로가 열리면서 양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 외 용액에서 세포 내부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이온의 이동에 의해 세포 밖과 안의 화학적 균형이 달라진다. 시냅스 후 세포의 표면에 충분히 많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세포 안의 전압이 충분히 양의 값을 가지게 되므로 활동 전위가 일어난다. 반대로 가바 수용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 세포 내부의 전압은 좀 더 음의 값을 갖게 된다. 이렇게 시냅스 공간에서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의 균형에 의해 시냅스 후 세포의 활동 전위가 개시될지 결정된다.
가바에 의한 억제가 없다면 뉴런들은 글루타메이트의 영향에 의해 지속적으로 활동 전위를 보내고, 결국에는 지나친 발화로 인한 세포의 죽음을 초래한다. 가바 작용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글루타메이트와 비슷하면서 더 강력한 물질을 처리하여 가바 억제를 무력화시키면 이러한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 간질, 알츠하이머 치매 등).
시냅스 후 세포가 발화하는지 여부는 가바 억제의 정도뿐만 아니라 ‘조절물질’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조절물질은 위계적 회로의 지점 사이의 정보 전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에 비해 훨씬 느리게 작용하며 그 효과도 오래 지속된다. 대표적으로 펩타이드, 아민, 호르몬이 있다.
펩타이드는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 물질이다. 펩타이드는 특정 시냅스 후 수용체들과만 결합하며, 함께 분비된 빠른 신경전달물질의 효과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 널리 알려진 펩타이드에는 아편성 펩타이드인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이 있다. 이들은 통증과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가 유발되며, 특수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 통증 감각과 기분을 변화시킨다. 러너스 하이와 같은 기분 좋은 몽롱함은 이런 아편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르핀도 이 수용체들에 결합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모노아민계 조절물질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레피네프린 등이 있다. 모노아민계 조절물질을 만들어내는 세포들은 주로 뇌간을 포함한 몇 군데의 뇌 영역에서만 발견된다. 그러나 이 세포들의 축삭은 뇌 전체에 걸쳐 퍼져있다. 이들은 특정 회로에서 처리하는 자극에 대한 정교한 표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뇌의 여러 영역들을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전체적인 상태에 변화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위험 반응에서 일어나는 높은 각성 수준, 졸음이 올 때의 낮은 각성 수준은 모노아민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는 상당수 약물이 모노아민에 변화를 가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프로작은 시냅스 공간에서 세로토닌이 제거되는 과정을 차단하는데, 세로토닌이 더 오랫동안 시냅스 공간에 머물게 만들어 세로토닌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세로토닌 수준의 증가가 불안이나 우울증을 덜어주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항우울제, 항정신질환제, 기타 마약류들도 모노아민 수준을 조절한다.
> 2003년 시점에서 프로작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었으나, 그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얼마나 알아냈을까? 이 분야의 지적 진보가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같다.
호르몬은 신체기관(부신, 뇌하수체, 생식선 등)에서 분비되어 혈액순환계를 타고 뇌까지 전달된다. 호르몬은 혈액을 통해 뇌에 도달하므로 여러 지역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들이 결합하는 수용체들은 특정 지역의 특정 회로들에 국한된다.
시냅스 공간에서는 화학적 전달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때로 전기적 시냅스도 역할을 담당한다. 두 개의 뉴런이 전기적으로 통신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막이 융해되어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직접 전기가 흘러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융해된 지점을 틈새 연접(gap junction)이라고 한다. 최근의 연구들은 해마처럼 외현기억 형성에 중요한 장소에서는 가바 세포들이 틈새 연접에 의해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일한 전달물질, 조절 물질, 호르몬이 다른 기능에 개입할 수 있다. 여러 시냅스 연결의 기능이 다른 이유, 즉 소리가 시각과 다른 이유, 기억이 지각과 다른 이유, 공포가 욕망과 다른 이유는 화학적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화학물질들이 작용하는 회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평소 감각 세계로부터 자극을 입력받지만, 가바가 시냅스 공간을 억제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위험한 자극들(포식자의 모습이나 냄새)이나 본질적으로 불쾌한 자극들(큰 소리나 통증)은 가바 억제(강직성 억제)를 극복하고 편도체의 시냅스 통신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한 학습을 통해 터득한 자극들도 이 가바 억제를 극복할 수 있다. 어떤 자극이 가바 억제를 뛰어넘어 편도체 세포들을 발화시킨 후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가바의 통제 하에 있다. 편도체로 들어오는 입력들은 투사 뉴런만이 아니라 억제성 뉴런들도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입력이 강해질수록 편도체에서의 유발성 억제도 강화되어 편도체 세포들의 활동을 폐쇄하기 시작한다.
> 맥박이 계속 빨라져서 심장이 터져버리지 않게 하는 것, 통증이 선형으로 계속 증가하지 않고 멈추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유사?
만약 어떤 이유로 가바의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평소에는 위험한 자극이 아니었던 것들이 위험한 자극으로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은 몇몇 공포와 불안장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로토닌은 가바 세포들을 흥분시키는 간접적 방법으로 억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데, 프로작은 시냅스의 세로토닌 양을 증가시켜 편도체의 가바 반응을 강화함으로써, 공포 반응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코르티솔은 공포나 스트레스가 일어날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며 세로토닌의 효과를 조절하며,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공포 반응의 강도가 높아진다. 프로작이 공포와 불안 증세를 약화시키는 효과는,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도 가바 억제를 촉진하는 세로토닌의 능력을 향상함으로써 일어난다.
내(저자)가 시냅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해서 다른 인자들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세포가 스스로 발화하는 것은 그 세포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전기적, 화학적 특성에 의해 규정된다. 이를 내인적 특성이라고 부르는데, 시냅스 전달이나 조절 등에 의해 매개되는 다른 세포로부터의 외인성 영향들과는 구분된다. 한 세포의 내인적 특성은 유전적 요인을 강하게 받으며, 그 세포가 하는 많은 일들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심리적, 행동적 기능들은 시냅스들로 연결된 세포 집단에 의해 매개되며, 각각의 뉴런들이 따로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용하는 것이므로, 한 세포의 내인적 특성이 정신생활과 행동에 끼치는 공헌은 그 세포가 회로상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통해 이루어진다.
4장. 뇌 만들기
뇌 발달은 본성-양육 논쟁의 주요한 전장이다. 과거에는 뇌가 빈 서판으로 되어 있어서 경험에 의해 씌어지기를 기다린다거나, 반대로 뇌가 특별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소양이 유전적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는 불변의 레퍼토리라고 주장하는 이분법적 논쟁이 성행했다. 마음과 행동에 대한 질문과 관련하여, 본성과 양육이 동일한 과업 – 시냅스로 연결된 회로를 만드는 것 – 을 수행하는 두 가지 방식이라는 점과, 이 과업을 완수하는 데는 둘 다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분법적 논쟁을 피해 갈 수 있다. 유전자와 경험에 의해 생애 초기에 이뤄지는 시냅스 연결의 조형이 이 장의 주제다.
유전자가 하는 일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며, 단백질은 뇌 발생의 여러 측면들을 규제한다. 뇌 발생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백질들의 효과와 그들의 화학적 파급효과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다.
감각 시스템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린 배아는 대체로 외부환경과의 직접적인 지각적 접촉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그러나 발생의 최초 단계에서도 유전자가 외부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져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배아의 화학적 환경은 필연적으로 모체의 화학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배아는 뇌와 신체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조립하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들을 스스로 합성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모체로부터 공급되며, 모체는 음식에서 이것들을 공급받는다.
뇌의 주요한 양상들은 유전적 설계도의 독재적 지배를 받지만, 이 설계도 자체는 뉴런들이 성장하는 내부의 화학적 환경에서 특정한 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유전자와 내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 교란되면 뇌의 정상적인 발달 역시 교란된다. 이처럼 본성과 양육은 처음부터 상호작용한다. 현재로서는 포유류 성체의 뇌에서는 새로운 뇌세포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 정설이나, 이를 반박하는 견해도 있다. 신경발생(새로운 뉴런의 출생)이 아니라, 시냅스 형성(이미 존재하는 뉴런들 사이의 새로운 시냅스 형성)은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뉴런들은 분화되기 시작해 장차 후뇌, 중뇌, 전뇌의 일부를 이룰 세포들이 차츰 성장해가는 신경관 안에서 저마다의 권역들을 차지해 간다. 이 분리 현상은 호메오 유전자(homeotic genes) 세트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다. 분리된 세포들은 결국 분화한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를 지니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서로 다른 신경전달물질과 조절물질을 만드는 세포가 된다. 일단 세포의 형태가 결정되고 나면 그 세포의 운명은 봉인된다.
발생이 진행됨에 따라 신경관은 팽창하고 접히면서 차츰 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같은 영역으로 갈 세포들은 세포 분화과정에서 신경관 내에 함께 있다가 관이 성장함에 따라 성장하는 뇌 안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이주하기 시작한다. 이주하는 세포들이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교세포(glial cell)들이 남기는 지지대와 화학적 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교세포들 자신은 유전자와 유전적 산물에 의해 만들어진, 분자 안내표지판 역할을 하는 국소적인 화학적 단서들의 안내를 받는다. 교세포 자취는 분리된 신경관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던 세포들 가운데 일부가 피질에서도 함께 있도록 해준다.
목적지에 도달한 뉴런들은 축삭들을 뻗기 시작한다. 이제 갓 만들어진 섬유들은 목표 지점, 즉 시냅스를 형성할 뉴런으로 가기 위해 길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길 찾기는 성장하는 축삭 끝에 달려 있는 성장뿔에 의존한다. 성장뿔 끝은 주위 공간에 존재하는 특정한 단백질을 감지할 수 있는 화학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것과는 달라붙고 다른 것과는 외면한다. 성장뿔의 한쪽 끝이 정확한 물질을 발견하면 거기에 달라붙는데, 이때 다른 쪽 끝이 접착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뿔은 접착이 일어난 방향으로 몸을 틀게 되고 축삭은 그 방향을 따라간다. 목표 세포까지 도달한 축삭이 정지 명령을 받으면 성장 뿔은 축삭 말단으로 변형되면서 시냅스 후 세포와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초기의 연결들은 대체로 유전적이고 본래 갖춰진 요인들에 의해 이뤄진다.
시냅스 배선이 이뤄지는 기제에 대해 이른바 ‘지시 대 선택’ 논쟁이 있었다. ‘지시’ 이론은 환경적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신경 활동이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이며, ‘선택’ 이론은 이미 선천적으로 형성된 연결들 가운데 특정한 연결들만을 선택하여 살려 둔다는 관점이다. ‘지시’ 이론은 17세기 로크의 경험론, 즉 마음이 경험에 의해 채워지는 빈 서판이라는 관점과 닿아 있다. ‘선택’ 이론은 애초에 학습이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의 입장과 연결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예르네를 포함, 샹죠, 에델만 등은 선택 이론을 지지했다. 선택론자들은 뇌 발생의 각 단계에서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한다. 그들은 또한 충분한 무작위성을 가정해, 유전자의 의해 정해진 전반적 계획과는 별개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수상돌기들과 축삭들이 서로 시냅스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신경 선택론의 세 가지 신조는 넘침, 쓸모, 제거다. 이런 방식은 발생 초기에 외부세계로부터 뇌에 주어지는 정보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이 주장에 따르면 자아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가능성들로부터 선택되는 것이다.
이후 연구들에서는 선택 이론과 지시 이론의 증거를 모두 뒷받침하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Striker et al 은 시냅스 활동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에 적용했다. 그들은 하나하나의 축삭 말단과 시냅스들이 발생 과정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시상에 있는 개별 세포들에 시간 간격을 두고 화학 추적 물질을 주입했다. 이 추적 물질들은 뉴런 속으로 퍼져 나가 최종적으로 피질에 있는 축삭 말단과 시냅스 전 말단까지 갔다. 이 실험을 통해 그들은 발생이 진행되면서 많은 축삭들이 실제로 움츠러들며(선택이론과 일치), 살아남은 축삭들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자라며 증가한다(지시 이론과 일치)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활동은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단순히 안정화시킬 뿐 아니라 시냅스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활동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의 형성을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시와 선택은 상호 보완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신경 활동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연결도 초기 시냅스 풀에서 선택된 오래된 시냅스들과 마찬가지로 ‘제거’ 규칙을 적용받는다. 헵의 발화 배선 이론(firewire theory)’는 원래 학습과 기억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던 것인데, 발생과정 동안의 시냅스 건설과 같은 시냅스 기능의 다른 측면들을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함께 발화하는 세포는 함께 묶인다”는 슬로건으로 요약될 수 있다. 헵 가소성(Hebbian Plasticity)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적 기전으로는 글루타메이트에 반응하는 수용체인 NMDA와 neurotrophin 등이 있다.
회로가 구성되는 두 가지 방법 – 선택과 지시 – 는 모두 후성설 방식(epigenesis) 방식으로,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뇌에 의해 매개되는 몇몇 기능들이 주로 유전자의 통제 하에 발생한다는 선천성(innateness) 이론은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가?
선천성이 화제가 되는 것은 보통 심리발달과 관련해서다. 심리적 특징이 뇌의 시냅스들에 의해 매개된다는 점에서 심리적 차원과 시냅스 차원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앞의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시냅스 발생의 후성적 성질을 감안할 때, 선천성의 시냅스 상의 근거는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신중히 대답하기 위해서는 선천성의 두 가지 의미를 1) 종 특정성과 2) 개별성으로 구분해야 한다.
선천성 1. 종 특정성
20세기 중반에 성행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빈 서판 학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의 빈 서판 학습 이론은 ‘자연언어는 사람에게 유일하며, 언어 습득은 인간이 가진 다른 학습 능력들과 다르다’고 주장한 언어학자 촘스키에게 공격받는다. 이와 함께 1950년대 인지혁명이 일어나며, 행동주의는 심리학의 주류 사조 자리를 인지주의에 내어준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사조로 진화론적 선천설을 주장한 진화심리학이 등장하지만, 적어도 20세기 후반까지는 학계의 변방에 머물렀다. 진화심리학은 과학계 내의 비판, 과학계 밖의 도덕적 비판과 동시에 싸워야 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과학계 내의 강력한 비판자였다. 굴드는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선천적 기능들은 자연선택된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전용 exaptation이라고 주장했다. 원숭이 언어 연구의 선구자인 프리맥은 ‘인간의 언어는 선택의 적응도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설사 진화심리학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지라도(저자와 나는 그렇지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천주의가 틀렸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굴드가 주장한 '전용된 기능' 또한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선천주의자들은 마음의 모듈들에 관여하는 능력들을 영역 특정적인 또는 정보 특정적인 학습성향, 즉 ‘특별한 종류의 지식을 학습하도록 조율된 특화된 구조들’로 묘사해왔다. 실제로 뇌는 다른 것들을 학습하는데 다른 시스템들을 이용한다. 이는 왜 같은 종의 구성원들이 몇몇 능력들을 공유하는지, 왜 몇몇 능력들을 종마다 다른지를 설명해준다. 이처럼 여러 학습 시스템들이 저마다의 유전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편으로 세포나 분자 수준에서는 종이나 개체의 구분 없이 모두 비슷한 방법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것 같다. 이는 저 깊은 곳에서는 학습에 일종의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선천주의에 반대하는 인지과학자들도 있다. 앨먼 등으로 대표되는 ‘구성주의자’들은 지시에 의한 성장을 부각하고, 피질의 특정성(유전 결정)보다는 가소성을 강조한다. 구성주의자들은 선천적 능력에 대한 대부분의 개념들에 대해 두루 못마땅해하며, 특히 선천적 지식이라는 견해에 반대한다. 구성주의의 주요 신조는 ‘신피질 회로들은 감각적 환경으로부터 구조를 추출하여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주의자들은 원칙적으로 유전자들에 의해 전반적인 구조가 구성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또 시냅스 선택과 같은 퇴행적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다만 후성적인 ‘선배선 후선택’ 만으로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 르두는 다음의 이유들로 구성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1) 구성주의자들은 피질의 관점에서 거의 배타적으로 마음의 발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만, 피질이 의존하고 있는 하부 피질 영역의 회로 배선망은 고정되어 있다.
2) 구성주의자들은 일관성을 추구하려다가, 언어와 같이 명백히 선천적인 인지 능력의 선천성마저 부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억지를 부린다.
3) 피질을 만능 인지학습 장치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학습에 관여하는 시스템들이 다수일 가능성을 폄하한다.
4) 구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증거로 주장하는 사례는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 매우 특수한 사례다.
선택과 지시는 상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선천성 2. 개별성
뱀 생태 환경 연구, 쌍둥이 연구들로부터 동일 종 내의 개체 간 차이에 대한 증거가 보고되었다. 일란성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어떤 획득 형질에 대해 유전자가 설명할 수 있는 설명력은 최대 50%이다. 그러나 일란성쌍둥이 연구는 1) 유전자의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 2) 유전성 점수는 유전자를 환경에 정확히 대비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 등에서 또한 비판을 받았다. 더 엄밀한 과학적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험이 필요하지만, 실험 대상이 인간 쌍둥이이고 통제해야 하는 환경은 모체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쌍둥이 연구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최근 행동 유전학적 접근법은 복잡한 수학적 분석을 통해 환경과 유전자의 기여를 분리해 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 접근 방식은 특정 형질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찾으려는 시도에 의해 밀려났다.
아무리 유전자가 중요하다 해도 유전자는 늘 독재자가 아니라 기여자다. 그리고 행동과 마음의 과정에 관여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뇌기능은 결코 어느 한 유전자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 모든 유전자들의 효과는 후성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내부의 화학적 환경 안에서 여러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환경의 자극이 시냅스 활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들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은 다시 시냅스의 신경 활동을 조절한다. 한 인간의 조립은 실로 엄청난 작업이며, 유전자는 이 작업을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한다.
어떤 학습은 학습에 치명적인 critic period가 있지만, 모든 학습이 그렇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단 ‘뇌 기반 교육’은 과학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5장. 시간 속의 모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대로가 아니라 저장되는 방식을 토대로 한 사실과 경험의 재구성이다. 게다가 기억은 그 기억을 형성했던 당시의 뇌와는 다른 현재의 뇌에 의한 재구성이다.
심리학자들은 의식적으로 회상해낼 수 있는 기억(외현 기억(Explicit Memory) 혹은 서술 기억(declarative memory))과 의식적으로 회상해내지 못하는 기억(암묵 기억(implicit memory) 혹은 비서술 기억(non-declarative memory))로 구분한다. 외현 기억은 영역 독립적 학습 시스템, 암묵기억은 영역 특정적 학습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다.
해마(hippocampus)는 기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해마와 해마의 비피질(부해마) 영역은 내측두엽 기억 시스템이라 불리는 구조물을 구성한다. 해마의 비 피질 영역은 체감각, 청각, 시각 피질들과의 통신이 모이는 수렴 지대 역할을 하는데, 이를 통해 지각의 차원을 넘어 개념으로 발전한다. 해마는 비피질에 있는 여러 수렴 지대로부터 입력을 받는 거대한 수렴 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왜 해마가 영역 독립적 기억 능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해마는 많은 영역 특정적 시스템들의 암묵적 작업, 즉 표정 처리 시스템, 언어 처리 시스템 등의 작업들에 대한 외현기억들을 형성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외현 기억이 처음 자극을 처리하는데 관여했던 피질 시스템에 저장되며, 해마는 이 저장 과정을 주도하는 데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장면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각피질로부터 부해마피질 영역을 거쳐 해마 회로로 지각이 전달되어야 한다. 처리된 신호, 즉 기억은 다시 부해마 영역을 거쳐 시각피질로 되먹임 된다. 어떤 연구자들은 잠자는 동안 해마의 기억 강화 활동이 일어난다고 주장했고, 경험적 증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1970년대 초 인지심리학자 털빙은 장기기억을 일화기억(episodic memory,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과 의미기억(sematic memory,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요는 없다)로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털빙에 따르면 일화기억은 인간에 고유하고, 의미기억은 동물들에게도 존재한다. 이후 뇌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 연구의 증거들은 털빙의 분류를 지지하는 결과를 확인했는데, 특히 해마는 일화기억에 관련된 반면 의미기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들도 있는데, 뇌손상 환자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면 명확한 실험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이후 동물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해마는 공간 인지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안으로 동물 뇌를 의도적으로 손상시킨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동물이 경험하는 기억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인간 실험자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켄바움과 닐 코헨은 해마의 핵심기능이 서술 기억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들은 서술기억을 의식적 기억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처리 과정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서술기억이 활성화되면 관련된 다른 기억들도 활성화된다. 그 결과 서술기억은 애초에 그 기억이 만들어졌던 상황과 무관하게 활성화될 수도 있으며, 학습이 이뤄질 당시에 관여했던 자극이 아닌 다른 자극에 의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해마는 서술기억의 일화기억과 의미기억 모두에 관여한다.
오키프에 따르면 해마가 공간을 처리하기 위해 구성되었으며, 공간 처리는 인간에게서 외현기억으로 표현되는 좀 더 일반적인 능력을 담당하기 위해 선택된 일종의 가소성을 필요로 한다. 이점에서 외현 기억은 스티븐 굴드 식으로 표현하면 전용(exaptation)이다.
암묵기억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우리가 ‘하는’것들에 더 많이 반영된다. 암묵학습에 참여하는 시스템들은 엄밀히 말해 기억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들은 자극 지각하기, 몸동작 정교하게 통제하기, 균형 유지하기, 하루 주기의 리듬 조절하기, 적과 친구 구분하기, 먹을거리 찾기 같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인간의 암묵기억에 관여하는 여러 신경 시스템들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척추동물의 진화 역사의 대부분에 존재해 왔다. 이 시스템들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까닭은 지각하는 자아로부터 정신활동의 몇몇 측면들을 감추기 위한 위대한 설계도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의 작동이 의식적인 뇌에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묵기억의 대부분의 기본적 발견들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전기 행동주의의 방법론인 고전적 조건화는 자극과 반응을 연합시키는 수동적 학습 방법이다. 후기 행동주의의 방법론인 조작적 조건화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피실험체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전적 조건화에 비해 더 적극적인 행동 반응을 요구한다. 암묵기억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고전적 조건화가 더 적절하기 때문에 1970년대에 들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칸델과 스펜서는 학습된 행위와 학습되지 않은 행위에 각각 해당하는 신경회로를 확인하고, 그 회로 내에서 학습에 의해 변화된 세포와 시냅스를 연구해 신경 변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접근법을 취했다. 이들은 달팽이(해마가 없다)를 이용한 연구에서 학습과 관련된 뉴런과 시냅스를 확인했다.
외측 편도체는 두 가지 원천으로부터 자극을 입력 받는다. ‘하위 경로’는 하피질 영역(subcortical area, sensory thalamus)으로 가공되지 않은 신속한 표상을 받는다. ‘고위 경로’는 피질의 감각 영역들로, 지체되지만 더 완성도가 높은 표상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하위 경로는 신속함을, 고위 경로는 정확함을 추구한다. 고위 경로를 편도체로 가는 ‘의식’의 경로로 간주하면 안 된다. 감정적 자극을 의식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자극이 작업기억에서 처리되었을 때다.
토끼의 눈 깜빡임을 연구한 결과, 소뇌가 운동학습에 개입한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이는 소뇌가 암묵학습 능력에 관여함을 시사한다.
맛 선호는 후뇌에 의해 매개되는데, 이는 선천적으로 맛 선호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음식을 먹고 체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던 음식도 혐오한다. 이를 조건화 미각혐오라고 한다.
섁터는 저서 ‘기억의 7가지 죄악’에서 기억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사례를 설명했다. 일시성이란 정보를 꽉 잡을 수 없음을 말한다. 무심이란 우리가 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성가신 특성을 말한다(예를 들어 다른 일을 하다가 열쇠를 밑에 내려놓았는데 나중에 찾지 못함). 저지란 어떤 사실이나 이름이 생각날 듯이 입가에서만 맴돌며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귀속오류란 한상황에서 형성된 기억이 다른 상황에서 일어난 것처럼 잘못 믿는 현상이다(이것은 목격자 증언이라는 맥락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피암시성 역시 목격자 증언과 관련 있으며 치료과정 중에 이식되는 허구기억과 관련 있는 특성이다. 선입견은 여러 방식으로 기억에 퍼지는데, 한 가지는 일관된 선입견으로 우리가 지금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에 끼워 맞추도록 특정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영속성인데, 표면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기억이 상처의 경험이라면, 영속성은 사람을 쇠약하게 한다.
섁터는 죄악들이 특성이라기보다는 설계상의 결함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 말은 죄악들은 미덕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영속성은 우리가 본 것처럼 좋을 수 있다. 죄악들이 적응적 가치가 있는지 그 여부를 떠나,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그것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해 준다.
당신의 기억들은 뇌의 여러 시스템들 속에 널리 퍼져 있고, 항상 의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아니다.
6장. 작은 변화
삶은 변화이며 뇌는 변화를 기록하고 학습을 통해 기억을 형성하기 위한 장치다. 뇌의 학습은 시냅스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헵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극이 동시에 제공될 시, 자극 A의 시냅스 반응이 자극 B에 연합되는 ‘연합 학습’의 시냅스적 강화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 헵 가소성.
스웨덴의 뢰모는 토끼의 해마에 들어가는 신경 섬유에 짧은 시간 폭발적인 전기자극을 주면 해마의 시냅스가 지닌 전달 능력이 매우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LTP(Long Term Potentiation, 장기 기억강화)라 불렸는데, 헵 가소성이 예언한 바와 일관된 결과였다. 이후 해마 박편을 이용한 연구 방법이 개발되며 연구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LTP는 강한 자극과 약한 자극이 동시에 주어질 경우, 종전에는 강한 자극에 의해서만 활성화되었던 시냅스가, 이후에는 약한 자극의 시냅스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강한 자극 경로 시냅스에 의해 시냅스 후 뉴런이 활성화되면, 약한 자극 경로 시냅스에서도 NMDA 수용체 장벽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NMDA 수용체는 시냅스 후 세포가 발화할 때 어떤 시냅스 전 입력들이 활동했는지 기록한다. 약한 자극과 강한 자극의 연합 학습은 이렇듯 일종의 ‘동시 발생 탐기지’의 원리에 의해 일어난다.
글루타메이트 등 일차 전령이 시냅스 반응을 일으킨 뒤에는, 이차전령(second messenger)인 칼슘, 카이네이즈 등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기억을 장기화한다. 초기 LTP(한 시간 정도 지속)는 기존의 단백질들이 카이네이즈에 의해 활성화됨으로써 일어나며, 후기 LTP(장기 기억)는 새로운 단백질들의 형성으로 일어난다.
편도체에 의한 공포조건화, 음식회피학습, 해마에 의한 관계(공간) 학습 등 여러 다른 학습은 모두 유사한 분자적 변화를 통해 일어난다. 따라서 여러 다른 기억 형태들은 단백질들의 차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단백질들이 작용하는 회로들에 의해 구별된다.
군소 등 무척추 동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전적 조건화 실험은 다양한 동물 종들이 유사한 기억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진화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도 기억 메커니즘이 보존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냐에 대하 핵심은 뇌의 여러 시스템 내, 그리고 시스템들 사이의 시냅스 상호작용으로 저장된다. 우리가 기억에 대한 시냅스 메커니즘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자아의 신경학적 토대에 대해 더 많이 배우게 된다.
7장. 정신 3부작
1950년대 일어난 인지혁명은 마음의 작동 과정을 정보처리로 보는 관점으로 20세기 후반을 주도했으나, 마음의 3요소인 인지, 정서, 동기 중 ‘인지’에 지나치게 편향된 접근을 취해왔다. 마음의 작동 과정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3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고작용을 다뤄야 한다. 이 장의 주제는 사고작용(mental process?)이다.
인지심리학의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장기기억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고 과정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신경과학자들은 작업기억이 PFC에 있는 신경 네트워크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각 자극이 시각 피질에 전달되면, 이는 각각 두정엽의 where? 경로와 측두엽의 what? 경로로 전달된 후 PFC에서 다시 수렴한다.
우리가 의식하는 내용물은 작업기억이 작업 중인 내용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인지과학은 의식에 대한 논란 섞인 의문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마음에 대한 여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작업기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현실적이 접근 방법을 제공했다.
각종 인지 기능들의 집행과정(감시, 재원 배분, 작업관리, 갈등 해결, 기억 회수)의 최종 결과는 작업기억에 의식적으로 표상되지만,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처리 과정을 의식할 수 없으며 그 결과만을 의식하게 될 뿐이다.
외측전전두피질(LPFC)은 영장류만이 가지고 있는 부위로, 작업기억과 의식의 고차적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전전두피질은 언어 사용에 특화된 처리 단위에 접근 가능하다. 내(저자) 생각으로는 인간의 뇌에 부여된 독특한 특징은 언어에 인지를 조직화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어떤 의미에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의식적으로 자각할지 모른다. 그들은 기능 영역별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사람 아닌 영장류들은 기능 영역에 독립적인 비언어적 의식은 있지만 언어와 인지적 표현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표현하지 못한다. 따라서 외부 사건들을 추상 개념들과 연관시키고 이 결과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주장은 마이클 가자니가의 해석 시스템 – 우리 정체성에 대한 의식적 자각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우리의 언어적 해석에 의존한다 – 과 일관된다.
8. 다시 찾아온 감정적 뇌
감정과 인지의 관계에 대해, 19세기 후반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적 느낌이란 우리의 감각 피질이 신체 반응에 수반되는 감각들을 지각할 때 나타난다고 보았다. 즉 곰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도망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인지 선행론). 제임스의 이론은 곧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피질 하부 기관들이 있다는 증거가 보고되며 곧 반박되었다. 한편 신경과학은 1960년대까지 감정에 대한 연구를 거의 중단했다. 최근(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 들어 감정과 동기가 다시 신경과학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감정 연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심리학의 다른 모든 주제가 그렇듯 감정 경험이 주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피실험자에게 감정 경험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많은 왜곡과 편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이에 행동 측정, 동물 연구 등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완전한 대안은 아니며, 결국 주관보고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답은 인지, 정서, 행동의 복합적 증거들을 측정해 수렴적 증거를 수집하는 것). 인지과학은 비교적 현명하게 이 딜레마를 해결한듯 보이는데, 이는 바로 마음을 경험이 일어나는 장소로 보지 않고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감정은 특정 입력이 들어왔을 때 특정 출력으로 반응하게 하는, 일종의 회로와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경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감각계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감정 처리 회로들을 활성화시키고, 입력된 자극의 의미를 평가하여 출력회로를 통해 특정한 감정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은 의식적 각성과 느낌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20세기 초 비교해부학자들은 이른바 ‘변연계 이론’을 통해, 고차 기능인 ‘인지’는 신피질이 담당하고 원시 기능인 ‘감정’은 변연계가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제한된 증거들에 기반해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으로, 50년대 중반 구피질 영역이자 변연계 중심인 해마가 손상되자 ‘인지’ 기능인 장기기억이 심각하게 손상된다는 증거가 보고되자 바로 기각되었다. 한편 변연계는 그 해부학적 정의도 모호했는데, 반 세기가 넘는 지금까지도 정확히 어느 부위까지를 변연계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또한 변연계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증거도 뒤죽박죽이다. 비록 변연계 이론이 많은 오류를 품고 있었고 많은 논쟁거리를 낳았지만, 감정과 뇌에 대한 일반적인 진화적 설명의 맥락에서 보면 꽤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공했다고 볼 수는 있겠다.
변연계 이론이 적은 증거로 과도한 일반화를 추구했고, 모든 감정 체계를 설명하려고 하다 실패한 것과 달리, 저자는 ‘공포 반응, 이에 관련한 편도체의 역할’에 집중한 결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저자는 기억 형성, 인출, 공고화 등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편도체는 어떻게 의식 과정을 변화시키고 인지를 감정으로 변환시키며, 더 적절하게는 감정이 의식을 적대적으로 점령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까? 나는 최소한 공포 영역만큼은 편도체가 작업기억을 지배하게 되면서, 감정이 의식을 독점한다고 믿는다”
편도체는 신피질에도 직접 시냅스 연결을 보내는데, 여기에는 의식과 작업기억에 관여하는 LPFC도 포함된다. 이외에도 편도체는 뇌의 여러 영역들에 통신을 하고 개입한다.
9장. 잃어버린 세계
인지, 감정, 동기의 마지막 요소인 동기를 다루는 장이다. 저자는 동기를 ‘목표를 향해 우리를 인도하는 신경 활동’으로 정의한다. 목표의 대상물은 ‘인센티브’인데, 음식, 물, 섹스와 같이 선천적인 것들을 일차 인센티브, ‘돈’과 같이 경험에 의해 학습된 것을 이차 인센티브라 한다. 인센티브는 감정 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동기를 만들어낸다.
내측전뇌다발(medial forebrain bundle)은 시상하부를 지나가는 거대한 신경다발로, 보상효과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 전뇌에서 뇌간으로 가는 섬유들이 활성화된다. 이 섬유들의 주요 목적지는 도파민을 만드는 뉴런들로, 뇌간의 한 영역인 복측피개야(ventral tegmental area)에 있다. 도파민은 보상에 중요한 인자로 간주되어 왔다. 우리가 아는 보상에 관한 지식 대부분은 도파민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조건화된 인센티브가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LTP가 측좌핵회로에서 일어나며, 시냅스 변화가 일어나는 데 도파민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설득력 있는 가설은 도파민이 활동성 있는 시냅스 전 세포와 시냅스 후 세포 사이에 헵 가소성을 촉진시킨다는 것으로서,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처리하고 반응을 조절하는 측좌핵 경로들 사이의 전달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동기 연구들은 1) 인지적 접근 2) 필요-성취 이론 접근(선천적 인센티브)의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나는 이 분류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인지 이론은 외현적 동기 과정을, 필요-성취 이론은 암묵적 동기 과정을 중요하게 다뤘다. 둘 다 존재하며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것들의 상당 부분 또한 의식의 경계 밖으로 퍼져 있는 과정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의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밑에 깔려 있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인지, 감정, 동기화 과정들도 그만큼 중요하다.
10장. 시냅스 질환
우리 정체성의 핵심은 뇌에 기호화되어 있으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생각, 기분, 행동의 변화는 뇌로 설명될 수 있다. 생물학적 정신의학은 정신질환이 뇌의 화학적 불균형에 의해 시작된다는 가정에 의해 설립되었다 – 수프 모델.
초기 수프 모델은 ‘정신세계가 뇌에 의해 만들어질 때 화학물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단순한 가정을 했지만, 후일 신경과학의 진보에 의해 ‘중요한 것은 화학 물질 자체가 아니라, 화학 물질이 연결하는 시냅스 회로의 패턴’이라는 관점으로 수정되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취하는 쪽에서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정신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뇌라는 하드웨어의 기능 이상보다는 주관적 삶의 경험이 더 초점을 맞추길 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어온 논의에 따르면, 주관적 삶의 경험과 뇌의 기능 이상은 모두 궁극적으로 시냅스 회로의 배선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 치료 요법도 사실은 학습 경험이므로 시냅스 연결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다. 뇌 회로와 심리적 경험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달리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그렇다고 심리적 요법에 의해 뇌가 변하는 방식이 약에 의해 변하는 방식과 항상 똑같을 필요는 없다. 어떤 경우에는 심리 요법이, 어떤 경우에는 약이, 어떤 경우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마음과 뇌는 isomorphic 한 것. Isomorphism and Gestalt Psychology 링크
초기 LSD를 연구한 가둠은 LSD가 뇌의 신경 전달을 변화시켜 환각이라는 정신상태를 만든다면, 온전한 정신은 적절한 수준의 뇌 신경전달물질을 필요로 할 것이며, 전달물질의 수준을 조절하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임을 발견했다. 이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주요 정신질환들의 유병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정신분열증은 1%, 우울증은 15%, 불안장애는 25%라고 한다.
정신분열증에 대한 초기 임상 연구들로부터, 도파민 2가 정신분열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너무 많은 도파민은 정신증을, 너무 적은 도파민은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장애를 일으키므로 적당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후 정신증에 대한 연구들은 도파민의 단일 함수로 설명하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더 복합적인 기제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후 정신증을 다루는 연구들은 모노아민 수준의 전반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특정 뇌 부위의 기능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복잡한 관점으로 변화했다.
> 그러나 2020년 현시점에서도, 정신증의 신경적 기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자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참고) 2018년 Nature 논문: “Dopamine, psychosis and schizophrenia: the widening gap between basic and clinical neuroscience” 링크
우울증 치료에 사용된 첫 약물은 2차 대전 독일군이 미사일 연료로 사용했던 하이드라진에서 유래한 이프로니아지드였다. 이 약은 이후 사망 등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중지되었고, 이후 3환계 항우울제가 등장한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SSRI 계열의 약들 (프로작 등)은 이전에 사용되던 약들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우수해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현재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로 알려져 있다. 단기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은 위험에 대처하여 신체 자원을 동원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부작용을 수반한다. 스트레스는 해마, 전전두피질, 편도체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며, 이는 우울감, 인지기능 장애 등을 수반한다.
공포와 불안을 구분하면, 공포는 특정적이고 즉각적으로 존재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인 반면, 불안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근심’이다. 요약하면, 일반화된 불안은 감정 처리로 시작되고 유지되는 마음의 각성상태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최소한 각성(모노아민 시스템들), 감정(편도체), 인지(전전두피질, 해마) 기능에 관여하는 네트워크들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각 뇌 영역과 네트워크는 불안을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개별적 처리 과정에 관여하지만, 불안 자체는 특정한 뇌 영역보다는 전체적인 회로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내(저자) 생각에 불안이란 작업기억이 근심으로 독점화되는 인지적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마음의 상태와 불안한 마음의 상태 차이는, 후자의 경우 편도체와 같은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시스템이 위협적인 상황을 검출한 뒤에 작업기억이 주의를 기울이고 처리하는 대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정신 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유전적 접근이 곧 결정론이나 우생학으로 이어진다는 추론은 진부한 오류다. 정신분열증의 가족력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의 설명력은 최대 50%다. 유전자의 설명력이 50%인 이유 중 하나는, 유전자 발현이 ‘후성적(epigenetic)’ 현상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발현은 유전자와 환경인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어떤 사람은 컵에 물이 반이나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겠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아직 반이 비워져 있는 것이다. 태도의 문제다. 과학적 사실 해석에 도덕을 개입시킬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생물학적 접근과 심리 요법에 의한 접근 모두를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약, 치료사, 환자는 치료라고 불리는 시냅스 조정 과정의 동반자들이다. 약은 문제를 밑에서부터 위로 공격하고, 치료사는 밖에서 안으로 공격하고, 환자는 자신의 시냅스 자아를 오르내리면서 공격하는 동반자들이다.
11장. 당신은 누구인가?
뇌는 일종의 병렬 컴퓨팅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각 구성요소는 저마다의 특정한 임무를 부여받았고, 의식적 과정과 무의식적 과정을 동시 연산하면서 일을 처리한다(길을 걸으면서 껌을 씹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와중 기쁜 감정을 느끼고 전화번호를 기억해낸다. 동시에 혈압은 정상치를 유지하고 호흡을 유지한다). 인간의 뇌는 진화 과정에서 병렬 컴퓨팅에 필요한 기능들을 확보하기 위해 용적을 키우고, 필요 없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삭제했다. 삭제의 한 예는 우반구에서 공간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언어 담당 영역으로 대체된 것이다.
병렬 컴퓨팅의 시냅스 연결은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 감정 시스템은 연합에 의해 학습된다. 감정을 각성시키는 자극이 있을 때, 그와 동시에 존재한 다른 자극들은 감정을 각성시킬 수 있는 특질을 획득한다(고전적 조건화). 감정적으로 원하는 자극에 이르게 하는 행동이나 해롭고 불쾌한 자극들로부터 보호하는 행동이 학습된다(도구적 조건화). 한편 감각 시스템, 운동시스템에서도 시냅스 가소성이 일어난다. 이렇듯 가소성은 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일어나며, 이들이 부여받은 임무들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학습 메커니즘이다.
가소성의 작동 방식은 다음의 7가지 원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1원칙 - 다른 시스템들이 같은 세상을 경험한다
제2원칙 – 동조는 병렬 가소성을 조율한다
제3원칙 – 병렬 가소성은 조정시스템들에 의해서도 조율된다
제4원칙 – 수렴지대들이 병렬 가소성을 통합한다
제5원칙 – 하향처리(Top-Down Process)가 병렬 가소성을 조율한다
제6원칙 – 감정 상태가 뇌 자원을 독점한다(지배한다)
제7원칙 – 자아의 암묵적/명시적 측면들은 중복되어 있지만 완전히 중복되지는 않는다.
결국 자아는 명시적으로 기능하는 시스템들과 암묵적으로 기능하는 시스템들 모두에 의해 유지된다. 외현시스템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명령한다. 그러나 외현시스템의 명령은 부분적으로만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우리가 다른 시스템들에 의한 학습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적 시스템들에 대해 불완전한 의식적 접근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 시스템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활동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뇌 시스템들이 학습하고 저장하는 것에 가끔 일시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독립적인 감정 시스템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시스템의 일시적 영향은 그 자체로는 자아발달에 미치는 감정적 영향 중 한 요소일 뿐이다.
자아가 시냅스적인 것은 저주일 수도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언제나 새로운 연결들이 만들어지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시냅스들이다. 그들이 당신의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