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불곰은 불곰주식투자연구소의 대표다. 경영학과 졸업 후 삼성물산에 입사하여 7년 동안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7년 간의 직장 생활 동안 총 다섯 차례의 주식 매매로 초기 투자금을 17배로 불린 뒤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하고 귀국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한다면, 주식에 대해서는 불곰만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도 더는 모른다. 주식투자를 하는데 더 알 필요도 없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투자 방법론을 전하는 투자 지침서다. 저자는 자신의 투자 방법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 자부심은 실제 자신의 투자 성공 경험을 근거로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자신의 투자법은 가치투자다. 가치투자,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가치투자를 공부했지만 투자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투자자도 매우 많다. 한국 계량 투자의 권위자 문병로 교수는 저서 메트릭스튜디오(2016)에서 일반 투자자의 98%는 공익 투자자, 즉 호구라고 적었다. 우울한 현실이다. 자 그럼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일반인이 가치투자를 공부하면 98%의 호구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달리 말하면, 돈을 버는 2%의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 내 생각은 이렇다. 가치투자 계열의 방법론으로 주식 시장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투자 계열의 방법론'이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이해, 실적에 대한 전망 등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주가보다 싼 가격에 매수하고 가치에 비해 비싼 가격이 되면 매도한다'.이 책은 이런 류의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23 종목의 실전 매매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독서의 한 가지 미덕은 타인이 직접 한 경험을 싼 값에 대리 경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실전 매매 사례는 이런 의미에서 정말 값진 대리 경험이다.
책의 Part 1은 저자의 방법론을 개괄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치투자 방법론은 다음의 세 단계를 따른다.
1. 3중 필터링
부채비율, 이익 전망, FD PER을 근거로 조사할 가치가 있는지 선별한다. 어떤 기업에 관심이 생겼을 때, 시간을 들여서 더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1차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기초적인 퀀트 전략과도 같다. 대표적인 숫자 몇 개만 가지고 필터링하는 것이다.
2. 조사
버핏이 자신의 두 번째 스승이라 칭한 필립 피셔는 명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사실 수집(Suttle Butt), 즉 기업의 공개된 정보를 최대한 상세하게 수집할 것을 강조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조사도 이와 같다. 기업 공시, IR, 증권가 보고서, 뉴스 등 공개된 모든 정보를 조사해 필터링 단계에서 확인한 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 전망이 유력하고,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고,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면, 매수를 결정한다.
3. 투자 결정
회사 IR 담당자와 현업 직원에 전화를 걸어 2단계에서 확인한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FD PER이 싼 지를 다시 확인하고, 저가에 분할 매수한다.
책의 나머지 부분인 Part 2는 23 종목의 실전 매매 경험담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이다. 나처럼 투자 경험이 길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말 유용한 실전 경험을 담고 있다.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한편 책을 읽으며 했던 몇 가지 생각을 덧붙여 적어본다.
1. 저자는 '가치투자자'인가?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말하는 가치투자 전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상은 여러 사람들이 다 조금씩은 다른 의미로 이 '가치투자'라는 단어를 해석하고 사용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요즘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무엇이 '진짜' 가치투자인지를 놓고 논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신과 함께'에 출연한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님께서 아주 훌륭한 설명을 해준 바가 있으니, 영상 시청을 권하는 바다(워런 버핏이 말하는 '가치투자' 철학은? (f. 홍진채) [투자는 책과 함께 #56-1] 링크)
책을 읽으며 내가 받은 인상은, 저자는 가치투자자라기보다는 그냥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퀀트 전략도 사용하고(3중 필터링), 차트도 보고(차트가 급등한 종목은 조심하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다), 수급 분석도 하고(기관과 대주주의 수급 동향을 파악하고 해석한다), 산업 분석도 하고, 회사의 이익 전망이 밝으면 FD PER 10이 넘는 바이오 회사도 매수한다(메디톡스). 교과서적으로 '정통'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라면 차트, 수급은 단칼에 무시하고, 산업 동향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며 귀 기울이지 않고, 비싼 바이오 주식도 매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스스로 가치투자자임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투자 전략을 세우고, 미래 주가의 확률 분포를 추론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장기 투자로 이익을 실현하는 현명한 투자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실패 사례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23 종목 매매 사례는 모두 수익을 실현한 사례다. 그러나 저자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매매에서 성공을 할 수는 없었을 터인데, 책 마지막의 부록에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한 사례들까지 포함하여 모든 종목의 손익률을 공개했다. 모든 종목의 손익률을 공개한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실패 사례에 대한 더 자세한 언급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패를 통해서 얻는 배움이 성공에서 얻는 것보다 더 값진 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흔히 가치투자는 여간해서는 손절매를 잘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다.
3. 책 내용은 쉽지만,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저자는 자신의 투자 방법론을 아주 쉽게 풀어썼지만, 이는 자신의 성공 투자 인생 20여 년의 노하우를 담아낸 것이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그렇게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저자도 에필로그에 '이 책 내용만 다 이해하면 나만큼 아는 것이다'라고 적었는데, 이 말을 결코 가볍게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맥락에서 '주식투자, 단순할수록 좋다. 이 책이 제시하는 세 가지만 지켜라'와 같은 홍보 문구는 다소 부담스럽다. 앞서 인용한 문병로 교수의 문장을 기억해보자 - "투자자의 98%는 공익 투자자다".
저자의 투자방법론은 결코 단순하지도 않고, 저자가 소개한 세 단계 전략도 뜯어보면 매우 많은 연구와 노력, 실행력, 인내력 등이 필요하다. 그러니 행여 '시키는 대로만 따라 해야지' 하고 대충 따라 했다가 손실을 낸 뒤 책이나 저자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족을 적어봤다. 저자처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공부하고 실천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소수의 사람만이 저자의 방법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무리하며
다소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표지, 홍보문구에 비해 매우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알고 보니 가벼운 느낌은 책의 컨셉이 아니라 불곰주식연구소의 컨셉인 것 같다(불곰주식연구소 홈페이지 링크). 책 디자인과 홍보문구는 불곰주식연구소의 느낌을 잘 살리려 노력한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했다. 주식 투자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지인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