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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찰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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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Mar 06. 2016

황룡사지

皇龍寺址

몇 해전 일본의 경주라고 불리는 교토와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고구려 승려 담징이 벽화를 그렸다는 호류지를 찾아간 적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호류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5층 목탑이 있다. 8세기 초에 지어져 지금까지 현존하는 호류지 5층 목탑의 원형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현존하지 않으나 기록에 따르면 당대 최고의 목조건축물로 기록된 황룡사지 9층 목탑이 그 원형이 이였을 것이라 많은 학자들이 추측한다. 

고려시대까지 여러 차례 중건하고 남아있던 황룡사 9층 목탑은 1238년 고려 고종 23년 몽고 침입 때 전소되었다고 한다. 황룡사 9층 목탑을 품고 있던 사찰 황룡사는 신라의 국찰로 신라 최전성기인 553년 진흥왕 14년 착공하여 선덕여왕 대까지 약 100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사찰이다. 643년 백제의 아비지 를 초청하여 3년간 만든 높이 80m의 9층 목탑은 신라 주변 아홉 오랑캐의 침입으로부터 신라를 수호하기 위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또한 현존하는 성덕대왕 신종 4배 크기의 황룡사 범종을 비롯하여 조선시대까지 남아있었던 금동 삼존 장륙상 등 당대 최고 최대 규모의 사찰로 기록에 남아 있다.

지금도 경주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던 황룡사지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무려 8년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4만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고 특히 길이가 1m가 넘는 금당 치미가 발굴되어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발굴조사에서 황룡사 9층 목탑의 한 변의 길이가 22m나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경주 분황사 뒤에서부터 시작되어 국립경주박물관 건너편 안압지까지 이어지는 황룡사지는 지금은 폐사지라 휑하게 잡초만 무성한 나대지에 주춧돌만 덩그러니 여기저기 발견되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천 년 전 화려했던 신라의 국찰 황룡사의 옛 영화가 막 되살아나는 듯 한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꼭 황룡사지를 걸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황룡사지를 걷다가 9층 목탑 주춧돌 앞에 서보니 일본은 백제와 신라로부터 문화를 전수받고 신라의 황룡사 9층 목탑보다 100년 뒤인 7세기에 호류지 5층 목탑을 만들어 현재까지 1,200년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경주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황룡사 모형을 바라보며 적의 침입으로 전소되기는 했으나 좀 더 잘 보존하여 지금까지 보호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을 텐데 하는 미련이 사라지지 않는다.   

[ 황룡사지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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