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축기행
경상북도 영덕은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오지 중에 오지이다. 과거 영덕을 가려면 서울에서 버스를 5시간 타야만 찾아 갈 수 있는 변두리 오지 이었다. 최근에는 상주를 거쳐 영덕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있고 포항과 강릉까지 KTX 고속철도가 연결되어 누구나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과거에 비해 좀 편리해지긴 했어도 영덕은 여전히 물리적으로 먼 곳이다. 괴시마을은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영해중학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괴시마을의 기원은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 선생 으로 불리는 목은 이색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400여 년간 후손들이 생업을 위해 거주하면서 아름다운 전통마을을 유지하고 있다. 괴시마을에 남아 있는 목은 이색 기념관이 그의 명성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괴시마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200년 넘는 혜촌 고택 및 영은 고택 등 고가들이 남아있는데 조선 후기 경북지역 사대부 양반가의 주태 양식이 고스란히 간직한 소중한 문화재로 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한국에 남아 있는 몇몇 전통마을을 찾아보면 완전 관광지로 변해버려 민속촌에 온 것인지 전통마을에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곳도 많다. 반대로 전혀 상업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전통마을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고 있는 곳도 여러 군데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괴시마을이다. 겨울의 초입 늦가을에 찾은 괴시마을은 조용했으나 그중 한 고택에서는 겨울을 대비한 김장이 한창이다. 마을의 아낙들이 한집에 모여 김장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다른 고택은 관광객들을 위한 한옥스테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 집에는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워크샵을 와서 한데 모여서 한옥 마당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몇백 년이나 된 오래된 전통한옥마을이 박물관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좀 더 일찍 한옥의 문화재 가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많은 문화유산들이 지금도 잘 보존되어 우리 곁에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이제 겨우 십 수 군데 남은 전통마을은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 물려주어야겠지만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위해 상업적으로 변해 관광지가 되어가는 현실이 이마저도 녹 녹지 않음을 짐작하게 할 수 있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