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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찰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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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Mar 21. 2016

건봉사

乾鳳寺

건봉사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불과 한두해 전이였던 것 같다. 국내 굴지의 사찰이었는데 6.25 때 전소되어 폐사지로 남아있다가 최근에 복원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보다 호기심이 생겨 그 내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 520년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세를 유지하여 6.25 직전까지도 국내 4대 사찰의 하나요 31 본산 중의 하나로 현재 더 유명한 인근의 백담사와 설악산 신흥사를 말사로 거느렸을 정도로 세를 유지하다가 6.25 때 완전히 전소되었다고 한다.

건봉사 봉서루

그도 그럴 것이 건봉사의 위치가 금강산에 속하는 휴전선 인근이고 6.25 당시에는 엄청난 격전지중 하나였다. 지금도 건봉사까지 오는 진입로에는 여러 곳에 육군 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당시 상황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현대사를 알고 있다면 오히려 건봉사의 전소는 자연스럽다. 이렇게 남북한 대치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사찰이 건봉사이다. 얼마 전까지 민통선 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건봉사와 건봉사 출입도로만 민통선지역에서 해제되어 지금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건봉사 대웅전

건봉사에서 한국전쟁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것은 불이문 하나라 한다. 독특하게 기둥이 4개인 불이문 조차 지금도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얼마나 치열한 전장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불이문을 제외한 현재의 전각들은 모두 1989년 이후에 복원한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전국에 수많은 폐사지가 존재하는데 건봉사도 그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뻔한 것을 복원했다. 엄청난 규모 탓에 절터 대부분은 아직 폐사지이고 겨우 대웅전과 일부 전각만 복원해놓은 건봉사의 중간에는 작은 계곡이 하나가 지난다. 이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가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 능파 교인데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 앞 승주교와 비슷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건봉사 봉서루

전국에 걸쳐 수많은 폐사지들이 남아있고 그 자체로 훌륭한 문화유산이라 생각한다. 건봉사 능파교 양쪽으로 펼쳐진 대가람의 모습들을 상상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폐사지로 놔두는 것보다는 이렇게 라도 복원하여 사람들이 찾게 하는 편이 낮겠다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건봉사를 걸어나와 돌아오는 길에 1920년대 촬영한 흑백 건봉사 전경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듯한 사진 속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봉사가 저 모습 그대로 현재까지 보존되었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건봉사 능파교

그리고 보면 우리는 유규한 역사에 비해 너무 남아있는 문화재가 빈약하다는 어떤 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나마 남아있던 문화재도 제대로 보호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몰라 방치하고 훼손하는 사례가 즐비했다. 이제라도 올바른 방법을 찾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지혜를 배워야만 한다.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훌륭한 문화유산은 우리 모두의 거울이자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소중한 것들이 많다.  

[ 건봉사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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