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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Mar 28. 2016

객사문

客舍門

국보 제51호 강릉 객사문 이 엄청난 목조건축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동해안으로 여행 가서 누구나 한번 스쳐갔을 범한 문화재 하나가 강릉시내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유명 관광지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첩첩산중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번잡한 도심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문화재적 가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시간 내서 보고 또 보고 싶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려말 목조 문화재다. 

현재 대한민국 목조 건축물 중에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는 몇 건 일까? 국보 지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왕궁들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강원도에는 유일하게 강릉 객사문이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이다. 강릉 객사문은 고려시대 강릉부의 객사로 쓰인 임영관과 그 부속건물을 이루어진 관청 건물의 대문이었다. 특히 남북한을 통틀어 고려시대 지어진 것이 확실하게 확인된 목조건축물은 10개도 되지 않는데 그중 하나가 강릉 객사문이다. 


이 엄청난 역사적 가치를 미리 알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객사문의 모습이 좀 다르게 비치어질 것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강원도 지역 여러 곳을 헤매고 다녔건만 정작 강릉 객사문을 제대로 인식하고 찾아보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꼭 유명 문화재만 찾아 다는 건 아니지만 한정된 시간 동안 여행을 하다 보니 객사문의 문화재적 가치를 알기 전까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무관심 속에 지나쳐 갔다.

이후 대한민국의 고 건축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강릉 객사문의 존재와 문화재적 가치를 정확히 깨닫게 되었고 이후 강릉을 갈 때마다 객사문을 찾았지만 객사문을 제대로 구경하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렸다. 2번을 찾았지만 2번 모두 보수 공사 중이었고 한 번은 너무 아쉬워 보수공사를 위해 쳐 놓은 공사현장의 간이 천막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지만 보수를 위해 해체 놓은 객사문의 부재들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그래서 3번 만에 더욱 기대를 하고 찾은 강릉 객사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는 삼문이었다. 처음부터 채색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인지 모르지만 현재는 채색은 남아 있지 않고 주심포 방식의 배흘림기둥으로 만들어져 뛰어난 조형미를 뽐내는 몇 안 되는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이다. 특히 임영관이라는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공민왕 15년 1366년 후사를 빌기 위해 동해안 낙산사를 찾은 공민왕이 10일간 강릉에 머물면서 남긴 공민왕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앞뒤 좌우 어느 쪽으로 보아도 참 잘생긴 목조건축물이다. 단순히 오래된 대문 하나이지만 수많은 외침으로 남은 것이 별로 없는 우리에게 500년이 넘은 목조 건물 하나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게 더 신기하다. 주변지역이 모두 현대적으로 변해버려 그 어울림은 알 수가 없지만 단아한 크기의 나무만으로 만들어 놓은 대문 하나가 유구한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듯하다. 

동해안에는 계절을 막론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든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쳐 갔을 법한 강릉시내 한 폭 판에 이렇게 중요하고 멋진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지방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 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다. 와! 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그런 큰 볼거리는 아니지만 시간을 내어 찾을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객사문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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