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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Mar 31. 2016

대정향교

大靜鄕校

제주도에는 엄청난 자연유산들은 널려 있으나 정말 이렇다할 문화유적은 남아 있지 않다. 제주가 수도 서울에서 너무 먼 변방이어서 그랬을 런지는 모르지만 제주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유적 중에 서귀포시 대정읍에 지방의 공교육을 담당했던 대정향교가 남아있다. 이곳은 조선 세종 2년 1420년 지방교육을 목적으로 세워진 지역향교로 인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가 1653년 효종 4년 제주목사 이원진이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제주에 남아 있는 향교 중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것으로 평가받는 대정향교는 전형적인 지방 향교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제주의 오랜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대정향교는 그 분위기부터가 지역색이 뚜렷하다. 구조는 전통향교의 양식을 따르되 디테일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무암 벽돌을 채용하였고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단행하여 지금도 말끔하게 정비되어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향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현무암 벽돌의 잿빛 담장이 가볍지 않은 경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 위로 드려워진 한 여름 녹음이 잘 어울리는 그런 곳이다.

대정향교 인근에는 1846년 헌종 12년 당시 이곳에 유배 온 김정희의 유배지가 남아있다. 당시 대정 훈장이 김정희를 알아보고 그에게 부탁하여 받은 현판 글씨가 현재도 남아있어 추사기념관에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대정향교 명륜 당위에 있는 소나무를 모델로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 얘기를 듣고 멀리서 명륜당을 바라보니 세한도 모습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향기가 나는 듯도 하다.

정치적 문제로 제주까지 유배를 온 김정희 입장에서는 답답했을지 모르지만 그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제주도의 풍광을 충분히 즐기고 학문을 갈고닦아 당대 최고의 명필로 이름을 알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사유배지와 대정향교를 함께 둘러보면서 배우고 본거 보다 느낀 것이 더 많은 여행이었다.

대정향교 앞쪽으로는 좌측에 삼방산이 우측에 화순항이 멀리 손에 잡힐 듯 말 듯 시선에 들어온다. 별다른 대중교통도 없었거니와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어떤 풍경이 나올지 기대되어 무작정 걷기 시작했는데 그 분위기가 참으로 따뜻한 것이어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무작정 걷다가 버스정류장을 발견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 대정향교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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