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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Apr 10. 2016

개평마을

介坪

경상남도 함양은 서울에서 먼 지방이다. 별다른 인연이 없다면 물리적 거리도 거리거니와 주변에 큰 도시도 없어 상대적 거리도 또한 만만치 않은 시골인데 이곳에 또 하나의 전통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경남 함양은 경북 안동과 함께 영남 사림을 대표하는 고장으로 유명한 곳 이도 하다. 15세기부터 형성되었다는 개평마을은 두 개의 개울이 합쳐지는 지점에 있다는 지명으로 현재 마을에는 풍천 노씨와 하동 정씨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개평마을은 함양읍내에서 택시로는 30여분 버스로는 여간해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곳이다. 지금은 주변에 고속도로가 여러 군데 개통되어 마음만 먹는다면 자가용으로 쉽게 다녀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쉬 발길이 닿지 않는 마을이긴 매 한 가지인 듯하다. 평일이라 마을 초입부터 외지인은 혼자였고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을 주민들 뿐이었다. 개평마을에서는 조선 유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아주 중요한 인물 하나가 태어났다.

조선시대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더불어 동방 오현이라 불리는 일두 정여창이 개평마을 사람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성리학자였던 정여창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김종직과 김굉필 문하에서 수학하고 성균관에서 공부하다가 1483년 사마시에 합격 진사로 관직에 나갔으나 1486년 어머니 병환 간호를 위해 사직하고 낙향하였다. 이후 선후배의 천거로 지방 현감을 지내고 1498년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종성으로 유배를 갔다. 또한 1504년 죽은 뒤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당했다. 

일두 정여창의 고향 개평마을 인근에 위치한 남계서원이 그를 배향해 놓은 서원이다. 마을에는 중요 민속자료 제186호로 지정된 일두 정여창 고택을 비롯하여 풍 천노 씨 대종가, 함양 오담 고택, 하동 정씨 고가 등의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특히 3천 평 대지위에 12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일두 고택은 1570년 정여창 생가 자리에 후손들이 다시 지은 건물로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오늘까지 보존되고 있어 조선 후기 경상도 지방의 건축양식과 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마을에는 500년 전통의 지리산 솔송 주기 전래되어 오는데 이 전통주는 정여창 종가에서 방문객에게 접대한 가양주로 조선 성종 임금께도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이 술은 문중의 자손들에게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함양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고속버스 시간에 맞추어 마을을 둘러보려니 여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짬을 내서 찾을만한 곳이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 유명하다는 솔송주도 맛보고 싶지만 시간에 쫓겨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개평마을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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