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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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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y 17. 2024

thanks for the appreciation

친절에 대한 감사에 감사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두 주만에 유기농 매장에서 달걀, 두부, 콩나물, 1+1 대패삼겹살, 쌈채소, 양배추, 사과, 우유, 밀가루, 호두통밀식빵, 슬라이스햄을 사 왔습니다. 현금을 쓰니까 꼭 필요한 걸 최소한으로 사게 됩니다.


한 주간 일과가 끝난 금요일 오후 네 시에 현미잡곡밥을 짓고 불판에 대패삼겹살을 바짝 구워 데리야끼 소스에 찍어 쌈에 싸서 점심 겸 저녁을 먹었습니다. 혼자 삼겹살을 먹다니 놀랍습니다. 이젠 혼자 먹어도 맛있습니다. 긴 겨울 지나 드디어 입맛이 돌아왔나 봅니다. 금강 자전거 순례 완주한 어제부로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한두 시간의 느린 식사 후 기운을 차리고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카드를 꺼냈습니다.

오늘 아침에 받은, 학생이 만든 카드입니다.

또박또박 한국어로 네 면 가득 빼곡한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제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하고... 항상 이해해 주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어로 쓴 문장은 '하나님이 당신의 친절에 보답하시기를 기원합니다.'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알아볼 수 없는 글자.

바로 몇 시간 전에 그 학생에게 물어보았던 그 글자였습니다.

그 내용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언어로 쓴 제 이름이었습니다.


학생의 나라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내전으로 심각한 위기의 나라에서 혼자 한국어를 익혀 혈혈단신 한국으로 유학 와 돈 벌며 독학으로 공부하는 학생. 제가 이십 대라면 상상도 못 할 위대함입니다. 그 꿈과 투지와 생활력은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걸요. 이미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독립한 학생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이리도 정성 어린 감사를 받을 일일까요?


친절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친절하다가도 한 순간의 날카로움으로 쌓아온 친절함이 다 날아가버릴 수 있거든요.

한 달 남짓 남은 이번 학기, 할 수 있는 한 더욱 친절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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