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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y 23. 2024

thanks poppy flower

양귀비꽃 고마워요


양귀비꽃이 피었습니다.

이 동네 양귀비꽃이 작년만 못 한 게 아니라 며칠 전 덜 핀 것이었습니다.


음력 보름이었던 어제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청주 작가와의 대화 다음 날 아침에 세종보 천막농성 현장에 갔다가 친구를 통해 지인의 모친상 부고를 듣고 그 길로 홍천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또 다른 부고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 문학의 큰 느티나무였던 신경림 시인께서 금일 숙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장례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웅숭 깊은 시의 등불을 밝혀주신 선생님께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애도합니다.'


왕복 500여 km를 운전해 조문을 했습니다.

아흔 넘으신 어머니가 사랑하는 막내딸의 지극한 보살핌 받으시다가 주무시던 중 평안히 떠나셨는데도 딸은 서운해 울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되었습니다.  

피곤해서인지 몸이 좀 아픕니다.


친구들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대부분 살아계십니다.

그런데 왜 나만.

왜 그렇게 어릴 때.

왜?

그런 공허한 질문을 허공에 던져봅니다.

아무도 누구도 답이 없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양귀비 꽃이 피었습니다.

정원이 없으면 어떤가요. 이렇게 남이 공들여 꽃 심어놓은 정원을 구경하면 되지요.

양귀비 꽃은 내년에 또 피겠지요.

하지만 이승 떠난 분들은 돌아오지 않으시겠지요.


달이 밝습니다.

장례 내내 비 소식이 없을 듯해 감사합니다.

고인의 덕이고 자손의 복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중략)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415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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