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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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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Jun 24. 2024

동거 스무날

콩이 쾌유 일지-맛있는 음식 뒤에는


06시 알람에 못 일어나고 07시 알람에 눈을 떴다.

짧고 군더더기 없는 스트레칭을 하고 일어났다.

07:30 콩이 산책 겸 소변 후 어제 남은 사료 다 먹음

08:00 칠면조와 닭고기 통조림과 칫솔 간식 주고  


오늘 도서관에 반납할 책 두 권을 챙겼다.

갈 때 한 권, 올 때 한 권 읽으려고.


갈 때 책 한 권을 거의 읽어 갈 무렵이었다.

208쪽

-전원 구조래.


흑-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울음 섞인 고음은 조용한 주변에 지나치게 크게 들렸다. 입을 틀어막았다. 곧이어 눈물이 흘렀다. 아- 오늘따라 손수건 한 장이 없네. 흘러내린 눈물이 면 마스크에 스며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이란 책이었다.


순식간에 생일파티 후 후다닥 일어섰다.


그리고 지난 4월 9일, 책에서 읽은 바로 그 참사를 10년 동안 찍은 사진전시회 가기 직전에 들렀던 그곳에 다시 갔다. 봐 둔 게 있었지만 더 작은 크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권하신 걸로 결정했다. 택배비용 줄이고 택배도 줄일 겸 직접 짊어지고 왔다.


오는 길에 본 책은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책이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나는 그리 심한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었다. 중증이 되기 전에 스스로 탈출한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알아야 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착녀와 회피남이 서로 만나는 이유
불안형은 감정 기복을 사랑과 헷갈린다. 감정의 고조와 긴장을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회피형과의 연애는 메마른 사막을 걷는 일과 같아서 불안형은 결코 본인이 원하는 강한 친밀감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 사막에서 작은 오아시스를 발견하듯 작은 관심이나 애정을 느끼는 순간은 있다. 불안형은 이렇게 인색하고 작은,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랑에 중독되어 버린다.
회피형이 주는 사랑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이지 않으며 간헐적이다. 놀라운 점은, 오히려 불규칙하고 예상할 수 없는 간헐적 보상이 따를 때 쉽게 중독된다는 사실이다.
(중략)
불안형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감정의 고조를 진짜 사랑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정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안정형 남자를 만나면 이런 말을 한다.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원하는 운명적인 사랑은 단지 누군가를 계속해서 집착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이 된 불안형 애착 시스템이 가동한 결과일 뿐이다.
이들은 불안형 애착 시스템을 가동해 줄 나르시시스트 같은 나쁜 남자나 회피형 남자를 만나면서 '나는 평범한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운명 같은 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믿는다. 온 우주가 둘을 방해하지만 영원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진짜 사랑이라 믿는다.


부모와 불안정한 애정 관계에 있던 사람 중 여자는 불안형, 남자는 회피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곧 불안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당신이 불안정 애착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애착 유형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유연성이 있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성인의 70~75퍼센트는 일정한 애착 유형을 유지하지만, 연애 경험을 통해 원래의 유형이 바뀔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정형과 연애를 하면서 대화하는 법, 나의 상대를 신뢰하는 법,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부모와 안정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면 안정형과의 연애를 통해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책 두 권을 다 읽고 무사히 반납하고 집에 왔다. 그리고 짊어지고 온 것을 고이 내려놓았다. 올해 wish list이자 올여름 이 동거 기간을 잘 보내기 위해 모셔온 노송나무. 

언젠가 브런치 응원금으로 사고 싶다던, 하지만 글을 내렸고, 내리기 전에 후원해 명의 응원과 잔고 0일 용돈으로 받은 성금으로 산. 얼마 몰렌하우어 목관과 함께 마련한 올해 소망의 씨앗. 몰렌하우어 목관은 첫눈에 반했다면 노송나무는 오래 심사숙고 끝에 들여놓은 나의 동반 絃. 


18:30 새 가로수 옆 자귀나무까지 콩이 산책과 소변

비오는 날 맹물 샤워 조금과 빗질로 좀 깨끗해진 콩이와 길가 강아지풀이 예쁘다.

콩이 돌아와서는 사료 100g 다 먹음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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