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거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곱째별 Jun 26. 2024

동거 스무이튿날

콩이 쾌유 일지-X-ray


08시 콩이 산책 소변.

일부러 적게 준 사료 50g 다 먹음.


욕조에 받아놓은 샤워물로 계단 청소.


어제 큰고모가 보내주신 두유로 아침식사 대용.

내가 두 달간 서울에 못 간다고 20개 들이 세 박스 총 60개를 보내주심.


콩이에게 칠면조와 닭고기 통조림과 칫솔 간식 주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 보고는 특강으로 학교 감.

아무도 오지 않아 허탕.

희망자들이 모두 아픔.

하지만 한 명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줌.

특강도 약속인데 서로 다른 사람이 가겠지 하던 차에 바람 맞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화나지 않음. 기회를 놓친 학생들 손해지 뭐. 

일주일 전에 학교 우체국에 놓고 온 캐시카드를 찾음. 

그걸로 학생들과 함께하려고 어제 미리 독립영화극장에 전화해서 알아본, 베트남 쌀국수 식사와 약 한 시간짜리 독립영화 관람을 혼자 함. 큰맘 먹고 본 영화인데 앵글도 서툴고 음악도 잘 맞지 않음. 스토리도 이상한 일을 전개 시켜 놓고 정신 이상이면 다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암 그럴 수 있어. 그래도 제목은 잘 지었음. 그리고 세 학기 만에 같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과 상영관에 관객이 나까지 단 세 명뿐인 점이 좋았음. 그리고 보니 지지난 겨울 계절학기엔 그곳에서 <나나>라는 인도네시아 영화를 펑펑 울면서 보고 참 좋았음.


두 주만에 유기농매장에서 카드 잔고에 딱 맞춰 장 봐서 귀가. 이제 또 한 동안 먹을 거리 걱정 없이 살 수 있음.


연두색 의자 둘


오자마자 동네 동물병원.


2024년 5월 27일 사고, 28일 수술, 6월 5일 퇴원.

6월 26일 콩이 퇴원한 지 3주만에  X-ray.

오른쪽 다리뼈는 두 개인데 위 하나에만 스크루를 9개 박았고 아래 가는 부분은 그대로 붙도록 하고 있다. 움직임이 많으면 스크루 옆이 시커멓게 녹는다는데 콩이는 깨끗하다. 뼈도 잘 붙고 있다고 한다.


통원 촬영 덕분에 17~17:30 콩이 이른 산책과 소변.


이다가 보내준 감자 세 개 삶고, 감자 두 개와 호박과 양파와 고추로 된장국 끓여 저녁식사. 하지 감자 정말 먹고 싶었는데 매우 맛있다.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선 감자 수십 박스를 캐도 한 알도 주지 않는데, 멀리 강화도에서 이리 보내주다니 사람의 관계란 물리적인 거리로 따질 수 없다. 풍성한 감자와 양파와 호박 덕분에 나는 부자가 된 듯 마음이 여유롭다.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콩이는 쳐다만 보고 보채지 않는다. 고기 냄새가 나도 달라고 하지도 않는 점잖은 강아지. 사료 100g을 주니 깨끗하게 다 먹는다. 그리곤 피곤한지 모로 누워 잔다. 가까운 거리지만 차타고 움직이는 건 피곤하다. 콩이도 나도.


그럼에도 김치가 다 떨어져서 가시오이 5개로 오이김치를, 얼갈이배추 한 단과 열무 한 단으로 물이 자박자박한 김치를 담갔다. 맛은 보장할 수 없으나 시도는 훌륭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거 스무하룻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