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화요일 전북지방환경청~한국전력공사~만경강 삼례교 8km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오전 9시 30분,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는 백여 명이 모여있었다. 그중 새들도 있었다. 큰뒷부리도요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등의 모자를 쓴 새사람이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더덕(구중서)의 사회로 새, 사람행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먼저 문정현 신부님이 서각기도를 행진으로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셨다.
“만 4개월 정도 천막 농성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환경청에 새만금 신공항 동의하지 마라, 부동의하라.
여기 오자마자 과장님과 경찰서에서도 오셨지만, 그 이후로 단 한 마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하 이 사람들은 조건부 동의나 동의하겠구나. 그래서 참 착잡합니다.
나 금년같은 더위, 구십 평생 처음이야. 엄청 더웠어. 내가 1976년도 김해교도소에 갇혀 있는데, 그때 죽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여기가 더 더웠어. 아하 그만큼 힘든 일이구나 알았어요.
여러분, 수라갯벌 한번도 안 가보신 분들 많을 거예요. 바로 군산 미 공군기지에 인접해 있는 갯벌입니다. 아직도 유일하게 살아있는 갯벌입니다. 도요새와 뭇생명들이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가 생기면서 우리 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왜? 미군기지로 확장할 것이기 때문에. 아닌 게 아니라 1.4km 떨어진 곳에 활주로 하나 더 만들어서, 기존 활주로와 연결시켜서 미군이 사용하고자 하는.
새만금 신공항 거짓말이야! 미 공군기지 확장이야! 그래서 말을 못 하고 핑계를 대는 거야. 제주도도 마찬가지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야? 아니야. 해군기지였어. 뭐? 제2공항? 아니야. 공군기지야. 정부는 그렇게 미국 비호를 맞추는 데 주민들을 속여가면서 하고 있는, 바로 새만금 신공항은 미 공군기지 확장, 이걸 위한 거야. 변명할 수 있어? 변명할 수 있느냐고?
(없습니다.)
도요새. 저 뉴질랜드에서 날아와서 여기서 서식하고 살찌워서 저 알래스카로 가는 (수라갯벌이) 그런 통로야. 자연을 그렇게 무시하지 말라고.
전라북도 도민들, 전부 각성하십시오. 방조제 쌓아서 전라북도에 이득 된 게 뭐야? 갯벌 없어진 거밖에 뭐 있냐고? 그래서 고창에서 충청도까지 모조리 다 무너지고 위도도 다 무너졌어. 방조제 만들어서 뭐해? 저거 폐물이지. 상시 해수유통, 우리가 부르짖던 거야. 갯벌 썩어 들어가니까 어쩔 수 없이 유통하는 거야. 왜 그런 짓거리하는 거야? 이 멍청한 작자들아.
여기 환경부, 아무 대답이 없어. 그리고 수라갯벌 공군기지 하지 말라고 촉구하는데. 여길 떠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9월 11일에 맞춰서 양재동 행정법원에 가서 이 새만금 갯벌에 공항 만들지 말라고, 그렇게 판결하라고 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여기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함께해서 우리 땅을 지키고 우리 갯벌 지키고 미군기지 확장 막아내고 갯벌을 살리는 데 동참해 주십시오. 함께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음은 행진 내내 큰뒷부리도요를 모시고 갈 알알이(아리오나, 신혜정)가 발언했다.
“저는 이 귀한 행진에 너무 끌려서, 안 오고는 배길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
일단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너무 귀하고요. 엄청나게 빨라지고 다 우수수 흩어지는 세상에서 함께 느리게 걷는다는 행진의 방식이 귀합니다. 이 인간중심의 사회에서 새를 앞세우는 행진의 틀이, 새가 귀합니다. 여전히 개발이 기본방향인 사회에서 공항 말고 갯벌을 외치는 행진 목적이 너무나 귀합니다.
한 편에서는 새만금신공항을 짓자고 하고, 또 이 편에서는 수라갯벌을 보전하자고 하는 것은, 저는 더 이상 개발론 대 환경론의 대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은 발전하고 한쪽은 발전하지 않고가 아닙니다. 어떤 발전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다른 답입니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냐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새만금신공항을 짓는 것이 발전입니까? 무엇이 발전합니까? 경제성은 1의 절반도 안된다는 사업타당성 평가가 이미 나와있습니다. 그 평가를 무시하고 공항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잼버리 참여자들을 실어 나른다는 명분이었는데, 그 명분도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공항만 지어놓으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짓습니까? 그 믿음의 끝은, 적자에 시달리는 다른 지역 공항들을 보면, 공항을 지은 후 실질성장률은 오히려 감소하는 다른 지역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전에,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새만금 사업을 하면 전북이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자 환상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새만금 사업의 전신에 대한 계획이 세워진 것은 1971년이었고, 새만금 사업이 착공된 것은 1991년입니다. 그 20여 년 사이 한국 사회는 쌀 생산을 늘려 잘 먹는 것이 지고지상의 목표였던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사회, 그러니까 농지 확보를 위해 갯벌을 간척까지 해야 할 만한 경제성은 없는 사회로 변화했습니다. 그럼에도 새만금 사업은 농지확보라는 과거의 필요를 명분 삼아서, 발전할 것이라는 환상에 기대어 진행되었습니다. 2006년 새만금 사업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정부 측 손을 들어주면서, 명확하지 않고 증거도 없는 환경 피해와 비용을 근거로, 공익을 위한 국책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 현실은 명확합니다. 새만금 사업 이후 게와 조개, 물고기와 새, 셀 수도 없고 세어지지도 않은 무수한 생명들이 죽었습니다. 이만 여명의 어민들이 터전을 잃었고, 전북 지역 어획량은 절반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이 사업에서 공익은 명확지 않았습니다. 새만금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 중 80% 이상은 전북이 아니라 대형 건설기업에게 돌아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한 새만금 사업의 전례를 2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반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지나간 환상에 끌려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세대에 보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기후변화와 각종 재난을, 그리고 항공사고와 참사를 참담하게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증가할 것만 같았던 인구의 감소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개발과 성장보다는, 생명과 안전과 지금 있는 것들에 대한 돌봄을 최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있는 시대에 있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는 함께 행진을 하면서 2006년에 새만금의 수많은 생명들을 구하지 못했던 법이, 이제는 수라갯벌을 찾는 큰뒷부리도요를 구할 수 있을까를 물을 것입니다.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구할 수 있는 것. 사랑이 멸종위기라는 시대에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멸종위기의 생명들이 늘어가는 때에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발전의 길이고, 잘 사는 길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큰뒷부리도요가, 저어새가, 가창오리가, 검은머리물떼새가, 백합이, 퉁퉁마디가, 흰발농게가, 대모잠자리가,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존재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저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아닌 존재들이 잘 살 때에야 비로소 잘 살 수 있다고, 제가 산 시대가 가르쳐주었습니다.
저는 잘 사는 길로 걷고 싶습니다. 수라갯벌이 사는 길, 같이 사는 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연구하고 활동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 사회가 변한다는 아주 희미한 희망을 놓지 않고 싶습니다. 이 행진은 저에게 있어서. 아주 작고도 아주 큰 희망입니다. 사랑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제게는 기적 같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새, 사람 행진을 더덕이 설명했다. 이 행진은 매일 다른 이름으로 진행한다.
첫날은 큰뒷부리도요의 날이었다.
민경으로부터 넬켄라인 댄스를 배웠다.
“수라갯벌의 여러 생물들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온전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한 걸음 한 걸음씩 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딸기와 가지가지(김형우)의 <큰뒷부리도요> 수라의 외침이 있었다.
이어지는 구호에는 새, 사람 행진의 목적이 담겨 있었다.
이러다 다 죽는다. 새, 사람 함께 살자!
조류충돌 못 막는다.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판결하라!
새만금신공항은 미군기지 확장이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하라
기후재난 확대하는 신공항사업 중단하라! 법원은 수라갯벌을 지켜라!
공항 말고 갯벌, 전쟁 말고 평화, 자본 말고 생명!
오전 10시 10분, 팽수의 풍물을 앞세워 넬켄라인 댄스로 새, 사람 행진의 첫발을 내딛었다. 민주노총 방송 차량 뒤로 맨 앞에는 알알이 가 자전거로 모시는 큰뒷부리도요 모형과 그 뒤에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현수막을 든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대표와 화은이와 문정현 신부님과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있었다. 그 뒤로 백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여러 사람이 사진 촬영을 했고 그중에는 우리가 전주에서 서울까지 모시고 갈 큰뒷부리도요를 제작한 신유아 문화예술활동가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260km 대장정의 첫걸음이라는 무거운 의미 때문이었을까? 시속 3km에 맞춘 행렬 맨 앞의 문 신부님은 지팡이를 짚고 1.2km나 걸으셨다.
4km를 걸어 점심 식사 예정 장소인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멈췄다. 화장실 사용을 해야 하는데 출입증이 없으면 유리문을 열 수 없었다. 사람들은 밖에서 서성이는데 안에 있는 직원들은 우리를 보아도 문을 열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행진에 함께하던 경찰이 다가와 담당자에게 전화해 문을 열도록 조치했다. 정권이 바뀌었음을 체감했다. 그 정권이 새만금 개발을 그만하기를, 신공항을 백지화시키기를, 수라갯벌을 살리기를 바라본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4km쯤을 더 가다가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갔다. 거기 새만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두 갈래 강줄기 중 하나인 만경강이 있었다.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으로 바다와 쉬이 만나야 할 만경강. 자전에 실려 온 큰뒷부리도요 한 마리가 그 곁에서 행진 첫날 잠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