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가 되어

20250831 일요일 평택역~진위역 15.4km

by 일곱째별


20250831 일요일 황조롱이의 날 평택역~진위역 15.4km(누적거리 194.2km)


백여 명이 평택역 앞에 모였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쌍용자동차 노조와 제주 등 여러 단체에서 참가해서 든든했지만, 보령에서 다섯 번째 참가하는 가족이 유독 반가웠다.

이날 파격은 리건(김나희)의 삭발한 머리에 탈색과 빨강, 초록 염색으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표현한 전위예술이었다. 화려하고 흥 넘치는 새, 사람행진단이 8시 반에 행진을 시작했다.


CKC07189'' 행진 부감.JPG


10.3km를 걸어 평택시의회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평택시민사회노동단체에서 주먹밥과 미역 냉국을 준비해 주었다. 그날 함께 둘러앉았다가 일어난 재깍재깍의 자리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그의 땀에 젖은 엉덩이가 남긴 자국이었다.

그가 그렇게 일찌감치 일어나 석장리, 세종보에 이어 인물 사진관을 다시 여는 사이, 온갖 극한 농성장에 함께하는 오춘상 원장은 점심시간에 문정현 신부님 마사지를 해드렸다. 지압점을 정확히 아는 손길이기에 길게, 오래 해야 만족하시는 문 신부님의 구릿빛 얼굴이 편안해 보이셨다.


CKC07169'' 문 신부님과 오 원장님.JPG 문정현 신부님과 오춘상 원장님


식후 팽수의 풍물로 시작한 행진은 수십 분 후 갈증으로 허덕였다. 행진단에서 십 분만 쉬자는 말이 나온 건 최초였다. 가지고 있는 물을 나눠 마시고 휴식 장소인 주유소 근처에 다다랐을 때 마침 후방 차량의 물이 동났다. 백 명 넘게 목이 타들어 가던 그때 오이와 쌍용자동차 노조 김정욱 전 사무국장이 길을 뛰어 건넜다. 잠시 후 생수가 생명수처럼 공급되었다. 행진단은 곧 푸릇푸릇 살아났다.


저만치 진위역 앞 육교에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미리 가신 신부님이 손을 흔들고 계셨다.

행진단보다 먼저 뛰어가 육교로 올라가 신부님 옆에 섰을 때 문득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의 성베드로성당 광장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교황님이 손을 흔들면 이런 느낌일까. 저 아래 뭇생명을 살리겠다고 개미처럼 걸어오는 양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은 이럴 때 어떠하실까.


CKC07232'' 육교 위 문 신부님.JPG


CKC07236'' 육교 위 행진 부감.JPG


마침내 세계시민연대의 날 새만금신공항백지화 문화제. 팔레스타인 국기 머리 리건의 사회로 선언문 낭독과 팽수의 공연이 있었다.


스물세 나라에서 보낸 세계 연대 동영상 메시지가 상영되었다. 여러 나라의 언어로 외치는 “Save Our Sura”“수라갯벌 살리고 공항은 반대한다”는 외침은 지구인으로서의 동족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연대감을 고양했다. 그들의 표정과 언어는 사랑 자체였다. 그리하여 그 메시지를 받는 우리도 사랑이 되었다. 그동안 걸어오면서 일체 되었던 큰뒷부리도요, 저어새, 가창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백합, 황새, 퉁퉁마디, 흰발농게, 삵, 대모잠자리, 검은머리갈매기, 칠게, 줄장지뱀, 가마우지, 양뿔사초, 황조롱이 사랑.


해남의 나무가 노래했다. 비틀스 Beatles의 <이매진 Imagine> 번안곡 첫 소절 “천국은 따로 없어요.”가 나오자 마음이 푹 가라앉았다. 눈을 드니 전진해 오던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광장의 깃발이 느리게 휘날렸다. 그이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만든 <애타는 깃발> 노래도 처연했다.


CKC07296'' 해남 나무 .JPG


알알이가 발언했다. 며칠 동안 그이가 틈틈이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고 다듬으며 고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알알이는 자전거 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열악한 합숙 단체생활에서도 구석과 어둠을 찾아다니며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서 기어이 명문장을 완성해 내었다. 그리고 행진 시작하던 8월 12일 전주 전북환경청 앞에서처럼 우리를 두 번째 감동하게 했다.


CKC07304'' 알알이 .JPG


임정득이 <땡큐>를 불렀다. 알 수 있었다. 그이가 진심으로 전주 전북지방환경청에서 경기도 평택시 진위역까지 200km 가까이 걸어온 우리에게 고마워하고 있음을. 나도 우리 행진에 출동할 날을 보고 있었다는 그이에게 고마웠다. 그이의 맑은 목소리와 땀에 젖는 열정이 고마웠다. 그이가 준비한 <가능의 미래> 대신 <벨라차오>가 반주로 나왔다. 그 노래는 종일 15.4km를 걷고 한 시간 넘은 문화제로 기운을 다 쓴 행진단원들을 다시 흥 돋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러분이 밤낮없이 준비한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세계연대의 날 흥겨운 문화제를 마쳤다.

그리고 2025년 8월도 다 갔다.

이제 남태령을 넘을 9월 5일과 9월 6일 오후 3시 광화문 생명 지킴이 대회와 서울행정법원으로 향할 9월 8일과 마침내 새만금신공항취소소송판결일인 9월 11일이 남았다.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살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CKC07338''임정득.JPG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길목인> 제96호에 게재했습니다.


https://www.gilmokin.org/board_02/26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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