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5 인덕원역-이수역 11.1km (누적거리 244.8km)
인덕원역-이수역 11.1km (누적거리 244.8km)
인덕원역 1번 출구 - 에어드리공원 (2.2km) - 과천중앙공원 (1.9km) - 남태령고개 (3.4km) - 남태령어린이공원 (1.1km / 점심) - 이수역 4번 출구 (2.5km)
새,사람행진 25일 차 대망의 남태령 넘는 날.
전북 참가단 25명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향하는 동안, 출근과 강의 오리엔테이션 후 기차와 지하철과 버스 타고 남태령 고개에 도착하니 13시 15분. 8차선 건너에 문정현 신부님과 문규현 신부님과 영길 샘과 마후라가 보였다.
길을 건너가 하염없이 남쪽을 바라보시는 문정현 신부님께 내려갔다가 오겠다고는 내리막을 뛰어갔다. 저만치 혼자 걸어오는 완두가 보였다. 달려가 그이를 안은 게 시작이었다. 잠시 후 인덕원에서 출발해 과천에서 꿀잠의 점심밥을 먹고 경사로를 올라오는 300여 명의 행진단이 보였다. 경찰 차 뒤 방송 트럭 앞에 오이가 보였다. 힘차게 내달려 오이를 그리고 그 옆의 더덕을 안았다. 트럭 뒤에 바짝 업힐 페달을 밟은 큰뒷부리도요 집사 알알이 손에 깍지를 꼈다 풀었다. 그리고는 만나는 행진단원들마다 손바닥을 마주쳤다. 며칠 아프던 다래가 다시 후방차량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곳은 남태령이었다.
지난해인 2024년 12월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했을 때, 청년 여성층이 순식간에 집결 연대해 함께 밤을 새워 서울로 넘어온 남태령. 그 고개에 새와 사람 새,사람행진단이 전주에서부터 걸어서 도착했다. 그 고개를 넘는 건 민의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새,사람행진단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새,사람행진단 공동단장인 완두가 새,사람행진 취지와 경과를 발언했다.
우리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며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걷고 있는 새,사람 행진단입니다.
지난 8월 12일 전주를 출발해 수라갯벌을 거쳐 금강을 따라 서천, 부여, 공주, 세종을 걸었습니다.
곳곳에서 개발로 숲과 나무가 잘려나가고 처참하게 파괴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30-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의 아스팔트 바닥에서 말라비틀어진 수많은 생명들을 봤습니다.
금강은 흘러 서해로 나가 갯벌이 형성되고 뭇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곳곳을 뚝으로 막아 강물이 흐리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보에서 막힌 강물을 트기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뭇 생명이 우굴대듯, 뜨겁게 맞아주는 세종보 지킴이들의 우글대는 동지애로 생명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길을 따라
우리는 매일 아침
수라에 살고 있는 뭇 생명을 기억하고 그들이 끝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수라의 외침>인 생명을 생각하며 큰뒷부리도요 뒤를 따라 걷습니다.
점점 더워진 열기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걷고 있지만 음악에 맞춰 춤추고 깃발을 흔들며 경쾌하고 즐겁게 걸었습니다.
때론 탈레스타인의 해방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동지와 함께 연대하였습니다.
그리고 23개국의 세계 시민으로부터 수라갯벌은 지구적 유산으로 평화, 생물 다양성 보존,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마땅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감동의 응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는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새만금을 거쳐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새끼를 낳고 논스톱으로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듯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텔레파시 연대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수원 병점에서 걷기 출발을 시작할 무렵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굉음을 내며 우리 머리 위에서 전투기가 전쟁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군산 미군기지에서 듣고 있는 전투기 폭음을 수도권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경악했습니다. 새만금신공항이 떠올랐습니다
수원시민사회단체는 군공항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폐쇄가 아니라 이전을 계획하고 있고 있습니다.
이전 장소가 시화호로 몸살을 앓다 이제 겨우 회복 중에 있는 화성 습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너무나 똑같이 반복되는 개발독재의 민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굴하지 않고, 수원군공항 폐쇄를 위해 활동하는 동지들과 3일을 함께 걷고 함께 먹으며 동병상련의 사랑 고개를 영차영차 함께 넘었습니다.
전주를 떠난 우리는 길에서 많은 동지들을 만났고 함께 걸으며 춤추며 노래하며 생명, 연대, 동병상련의 사랑 고개를 넘어 이곳 남태령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난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입니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아직 뜨겁게 남아있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우리는 출발점에서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늘 가지고 떠나 왔지만, 도착점인 이곳 남태령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법은 반드시 큰뒷부리도요를 지켜야 한다고.
그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하라!
힘차게 팔뚝을 치켜든 완두에게서 2010년 <용산 남일당 이야기>와 2014년〈스와니-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의 오두희 감독, 아니 그 이전에 제주 강정에서 평화활동가로 10년 이상 살았던 오두둑과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살았고, 그보다 훨씬 어렸던 전북 익산 태양전지 위장취업자로 수배 생활했던 이십 대의 그이 모습이 겹쳤다. 징하게 살아와 어느덧 사오십 년이 된 내공이 그 팔뚝에 새겨있었다.
이어서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가 극심한 두통을 참으며 연대 발언하는 사이, 아래 있던 청명, 가지가지, 알알이 중 알알이는 새, 사람행진단 선언문을 작게 소리 내어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도록 연습하는 거였다. 마침내 우리 새,사람행진단의 대표 세 사람이 방송 트럭에 올랐다.
새 세상을 여는 새,사람행진
우리 시대의 법은 수라갯벌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며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수라갯벌의 뭇 생명과 함께 걷고 있는 새,사람 행진단입니다.
전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발걸음 앞에 숲과 나무가 잘려나가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말라비틀어진 수많은 생명들을 봤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죽어간 조개와 새들, 저서생물과 염생식물들처럼 곳곳에서 개발로 처참히 파괴된 현장들을 목격했습니다.
새만금 개발은 지난 30년간 개발과 성장의 환상을 말해왔습니다. 2006년 대법원은 새만금 개발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개발의 이익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다며 새만금 개발을 지속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새만금 개발계획은 2050년까지 연장됐고 새만금호의 수질 역시 4조 원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들은 보호되지 못한 채 말라버린 갯벌에서 죽어갔습니다. 바다와 갯벌에 기대어 살던 어민공동체 역시 해체됐습니다.
2006년 대법원의 판단은 지금도 유효한 것입니까?
우리는 수라 갯벌을 지키기 위해 260km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은 군산 새만금 만경수역에 유일하게 남은 갯벌입니다. 새만금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뭇 생명들이 수라갯벌에서 살아남았고 법정 보호종만 64종이 살아가는 생명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정부는 수라갯벌을 매립해 새만금국제공항을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 운영중인 군산공항이 있는 군산미공군기지에서 불과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집니다. 새만금 신공항은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수 없고 미군기지확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650배 높다고 평가되고 있어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정부는 공항을 짓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후재난 시대에 위험천만한 새만금 신공항을 기어코 짓겠다고 말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바다와 갯벌 그 속에 살아가는 뭇 생명들을 언제든 인간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본의 이윤을 중심에 둔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을 우리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수많은 땅과 강이, 산과 바다가 그리고 갯벌이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파괴되어 왔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지구 생태계 공동의 구성원이지만 개발주의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결을 해체하고 생태계를 파괴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후재난으로 우리 앞에 도달해 있습니다.
새,사람행진단은 오늘 남태령에 섰습니다. 지난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입니다. 우리는 탄핵의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의 비밀주의, 권위주의, 권력 남용에 맞서 민주주의의 광장을 지켰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아직 뜨겁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으로 미뤄진 차별 없는 세상, 자연과 뭇생명에 대한 착취가 중단되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으로 전락하지 않는 세상, 경쟁이 아닌 돌봄과 연결의 세상.
‘새만금 신공항 취소소송’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 될 것입니다. 법은 양심의 잣대로 시대의 정의를 선포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지금까지의 법은 누구를 보호해 왔습니까. 국가의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 앞에서 법은 죽어가는 생명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인 적이 있었습니까?
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개발독재를 종식해 주십시오.
법원은 기후재난의 시대에 걸맞는 정책적 전환을 선포해 주십시오.
법원은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뭇생명과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 취소 소송에 주목해 주십시오.
새,사람 행진단은 수라갯벌의 뭇 생명들과 함께 정의로운 법의 판단을 청합니다.
자본의 이윤이 생명보다 앞서있던 시대가 가고 생명과 사랑이 앞장서는 정의로운 판결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향해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과 함께, 동료시민들과 함께 새,사람행진단은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하나. 정부는 조류충돌 참사와 미군기지 확장으로 이어질 새만금신공항을 중단하라.
하나.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로 개발중심 사회를 종식을 선포하라.
하나. 자본의 이윤이 최우선 되는 시대를 넘어 생명과 사랑의 새 세상을 만들자.
하나. 지구 공동체의 모든 존재들과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자.
2025년 9월 5일 남태령에서
새,사람행진단
완두의 발언 때부터였을까? 세 사람이 새,사람행진단 선언문을 낭독하는 중에도 내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전주부터 남태령까지 새와 기타 생물이 되어 걸어온 245km의 고단한 비장함 때문이었는지 방금 발언한 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한마음이어서인지 눈물이 의미를 해석할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는 사이 부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차해도 동지와 장영식 사진가가 도착했다. 서로들 앞다퉈 인사하는데 어쩐지 발언문을 끝까지 듣고 싶었다. 잠시 후 구미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들도 도착했다. 행진 대오는 무럭무럭 300여 명이 넘었다. 선두에 선 이들이 네덜란드 작가 요나스 스탈의 멸종 생물 그림 50점을 들고 400미터 행진했다.
함께 넘자 남태령
함께 열자 새,세상
이수역에 도착하니 재빨리 식혜와 스포츠음료와 생수가 준비되었다. 경기도지부의 지원이 서울까지 이어져 갈증을 해소하면서 남태령을 넘은 기쁨을 나누었다. 특히 새만금신공항과 마찬가지로 현재 15개 공항이 있는데도 10개 더 짓는 신공항 중 제주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행진하는 매일 들었던 꽃다지 4집 <노래의 꿈>(2011) 수록곡 중 ‘시화호 방조제에 갇혀 썩어가면서 바다가 되지 못한 갯벌의 아픔과 희망을’ 담은 <난 바다야>의 홍소영 가수가 남편과 함께 급조한 부부밴드의 노래를 들었다. 청아한 목소리가 주말 오후 서울 시내에 쨍하니 뻗어 올랐다.
하지만 썩어가면서도 난 포기하지 않았지
난 바다야 난 바다야 난 바다야
죽음마저 이겨낸 난 자유로운 바다야
그 옛날 2002년 10월 경인방송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2002 시화호>를 제작했던 나는 2025년 9월에 새만금 수라갯벌을 살리기 위해 이수역에 서 있었다.
그사이 오이와 작두와 해초가 현수막 위에 펼친 깜짝 장터의 가마우지 티셔츠가 완판 되고 와사비 스튜디오에서 만든 새 배지도 팔려나가 행진단의 기금이 되었다. 그날 저녁 식사와 잠자리도 꿀잠에서 제공해 주었다.
나는 탈이 난 몸속에 조심조심 나물 반찬과 소량의 밥을 꼭꼭 씹어 삼키고는 용산으로 향했다.
옵티칼 고용승계!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이재명 정부 해결촉구 공동투쟁문화제를 하고 있었다.
말벌 동지들이 깃발을 흔들고 낮에 함께 남태령을 넘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들이 앞줄에 앉아있었다. 꿀잠에서 우리를 먹일 음식을 준비했던 부산 서면시장 번영회지회 조합원은 전날 당한 구타를 토로하며 원직복직 실시, 단체협약 체결, 체불임금 지급을 주장했다. 후원주점도 연다고 했다.
집회 제한 시각인 밤 여덟 시, 그들에게 저녁이 있는 시간은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