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리가 되어

20250906 동작대교 전망쉼터-광화문광장10km(누적거리 254.8)

by 일곱째별


20250906 토요일 물수리의 날

동작대교 전망쉼터-광화문광장 10km (누적거리 254.8km)

동작대교 전망쉼터 - 서빙고역 (2.2km) - 용산 전쟁기념관 (2.7km) - 서울역(2.6km) - 광화문광장(2.5km)


수리가 아니라 물수리의 날이라서였을까? 서울엔 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폭우가.

비 오는 날 촬영하려면 우산을 들 수 없다. 우산도 없이 물수리 OSPREY 크로스백을 메고 지하철 4호선 동작대교역에서 내려 전망쉼터 육교로 올라가는데 막막했다.

그런데 출발지에 삼척의 톰(성원기 교수)이 계셨다. 6년 반 동안 전국 핵발전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를 이끌었던 톰. 그중 2018년과 2019년에 함께 걸었던, 내 탈핵도보순례의 이끎이. 지금은 삼척화력발전소 반대를 위해 평일 매일 삼척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틈틈이 탈(핵) 탈(석탄) 탈(송전탑) 순례를 하고 계신 톰. 그를 보자 반짝 기운이 났다. 이날 출발시간은 원래보다 두 시간 늦춘 오전 10시였다. 톰은 변경 시각을 모르고 8시부터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셨다고 했다. 그렇게 그 빗속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행진하러 모여들었다.

비가 어찌나 퍼붓는지 출발도 전에 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는 습기가 차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빗속, 220여 명이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동작대교 위 가로등에는 갈매기들이 앉아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머리에 쓰고 온 새 모자처럼.


CKC07917'' 새와 깃발.JPG 새와 깃발


CKC07938'' 동작대교 북단.JPG
CKC07926'' 동작대교 건너는 행진단.JPG
동작대교 북단


다리를 건너자 비가 멎었다. 서빙고역을 지나 좌회전, 녹사평 쪽으로 향했다. 토요일 오전에도 서울엔 차량 통행량이 많아서 한 차선을 차지하고 행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흥진단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CKC07975'' 녹사평 부감.JPG
CKC07981' 부감.JPG
CKC07996'' 후면 부감.JPG
녹사평
CKC08005'' 흥진단.JPG 흥진단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과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집행위원장 그리고 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 유족이 발언을 했다. 슬픔을 가눌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유가족의 비통함을 그 누가 알랴.


CKC08041''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JPG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


꿀잠에서 80인분의 점심밥을 준비했다기에 톰과 청명과 니키와 나는 인디와 함께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탈핵 벗들이 모였다.

식후 서울역 앞에서 잠시 쉬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경기도에서는 쉬는 곳곳에 준비돼 있던 물과 간식이 서울에는 없었다. 인구도 참가자도 가장 많은 서울 행진에 마실 물과 더불어 나눔의 인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진 25일 내내 일찌감치 휴식할 자리를 잡고 과일을 챙겨놓던 영길 샘과 그날 문정현 신부님 서각을 가지러 군산에 간 완두의 빈자리가 티 나는 날이었다.


모두 지쳐 쉬는 시간에도 딸기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새만금신공항의 부당함과 수라갯벌의 생명 살리기를 외쳤다. 행진하던 25일 내내 시종일관 마이크를 잡고 음악 사이사이 방송하며 걷던 딸기, 주로 맨 앞에서 때론 차들이 출몰하는 길 사이사이와 행진 뒷자락까지 종횡무진하던 딸기.


CKC08070' 서울역.JPG 서울역


CKC08072' 남대문.JPG 남대문


CKC08101'.JPG 광화문


오후 세 시에 맞춰 광화문 경복궁역 앞 생명지킴이대회에 새,사람행진단을 이끌고 무사히 도착한 딸기의 목은 오래전에 쉬어 있었고 진통제로 버티고 있었다. 그곳에서 김연태 단장님의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가슴 아픈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상략)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자본가들의 탐욕은 전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이 땅 한반도가 외세의 침략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걷는 이 걸음은 갈증을 채우기 위해 바닷물을 퍼마시는 외세와 자본가, 정치권의 파괴와 폭력, 전쟁을 추구하는 저들의 탐욕을 멈추게 하고, 대자연의 모든 생명들과 공존을 위하여, 평화와 평등의 새 세상의 희망을 꿈꾸고 노래와 춤을 추며 함께 걷고 있습니다.

(하략)”


새,사람행진단은 다시 국지성 호우를 맞으며 끝까지 ‘생명지킴이 대회’의 자리를 지켜 함께했다.



CKC08058' 외치는 딸기.JPG
CKC08110'' 딸기.JPG
딸기


매거진의 이전글알락꼬리마도요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