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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30. 2017

이직을 결심하다 #24
(퇴사 과정에서 품격을 보여라)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2) 퇴사 과정에서 품격을 보여라

 우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산 밑으로 펼쳐진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모내기를 마친 논은 초록색으로 가득했다.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그때, 선배가 물었다.

 "연봉 협상이 끝나고, 비로소 원하는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어. 그렇다면 지금 직장에서 어떻게 하고 싶어?"

 "글쎄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팀장과 차장에게 한 방 먹이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선배가 툭 치며 말했다.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성질대로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거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근데 솔직히 나도 그랬어. 그때 아니면, 언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겠어?"

 "그렇죠!"

 선배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평판은 직장생활 내내 끝까지 따라다닌다. 요즘 대기업을 중심으로 평판 조회에 비중을 높이는 추세야. 실제로 평판 조회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채용이 안 된 경우도 봤어."

 "그렇다면 조금 억울한 경우도 생기겠어요. 직장생활이란 조직 관계에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직급에 의한 수직적인 관계다 보니."

 "네 말에 동의해.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것을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아. 그냥 둘 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그렇지만 평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너의 일부분임은 분명해. 순간적인 싸구려 만족감을 위해 평생 따라다니게 될지 모르는 너의 가치를 낮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더구나 한국 사회는 좁아. 상사나 동료를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는 모르는 법이다."

 선배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대학 시절 캐나다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대학 친구 중에는 칠레 교민이 한 명 있었는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그 친구의 어머니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적도 있었다.   

 "퇴사 과정에서 오히려 너의 품격을 보여줘. 그것이 그들과 다름을 네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될 거다."   


 선배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더 있었다.

 "선배, 퇴직을 회사에 통보할 할 때,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나요? 그리고 퇴직 통보 후 얼마나 더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한 달은 다녀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퇴직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하고 그다음 날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 말에 선배는 미소를 지었다.

 “직원은 언제든지 퇴사 의사를 통보할 수 있어. 만약,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는 계약서 내용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요? 그럼 퇴직일은 어떻게 잡으면 되는 거죠?”

 “퇴직에 관해서는 당사자 간 약정이 우선이야. 즉,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가 우선이지. 회사와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있지? 계약서에 퇴직 며칠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거야. 그 규정대로 하면 진행하면 된다.”

 “만약 퇴직 규정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요?”

 “그야 사표가 수리되어, 퇴사가 허용되는 시기까지는 회사를 다녀야지.”

 “제 친구나 선배들 경우에는, 사표가 바로 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몇 달 후에 수리하겠다고 하는 회사도 있더라고요.”

 “그런 경우에는 법대로 하면 되지. 

 민법에서는 고용 계약 해지에 관해 퇴사 통보 후,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어. 다시 말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1개월이 지나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어 버리는 거야.”

 “퇴사 통보 후, 길어야 한 달만 다니면 되는 거군요.”

 “사표를 제출하고, 그 기간 동안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보통 2주 정도면 인수인계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퇴직 통보는 당당하게 하고, 사표 수리를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지.” 

 그동안 퇴직을 생각하면서도 그 절차를 회사에 맞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직 일정 또한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다. 법률적으로 회사와 직원은 대등한 관계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런데 퇴직할 때도 요령이 있는 거 같아.”

 선배는 말을 이어 갔다. 

 “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회사 내에서는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해. 친한 동료에게는 괜찮겠다 싶어도, 말이 어떻게 샐지 몰라.”

 “이직에 성공하면 몰라도,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조직에서 찍히는 거군요.”

 “그리고 알아야 할 요령이 하나 더 있어. 이직이 확정되어, 회사에 퇴직을 통보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이직할 회사를 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냥 나중에 인사하러 오겠다고 하는 편이 현명한 것 같아”

 “그건 왜죠? 채용이 확정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은데요?”

 “이건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제 목격했던 일들 때문에 그래. 사회에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더라.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분이 이직을 하기 위해 회사에 통보를 하니까, 그 회사에서는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옆에서 본 적이 있어. 일반 영업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또 어떤 경우에는 정보를 유출하려는 것 아니냐며 퇴직 못 시키겠다고 하는 팀장도 있었고, 업무상 과실을 이직할 회사에 알리겠다는 관리자도 있더군.”

 “별 일들이 다 벌어지는군요.”  

 “나는 그런 일들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적어도 조심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

 “알겠어요. 퇴직은 당당히 진행하면서도, 현명하게 행동하도록 해야겠네요. 그리고 인수인계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인수인계야말로 그 회사에서 너의 마지막 뒷모습이라 할 수 있어. 인수인계를 할 때는 가능한 문서화하는 편이 좋아. 그렇게 문서화한 인수인계 사항을 후임자와 함께 팀장까지, 결제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는 것이 확실하지.”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네요.”


 “관계에 있어서는 뒷모습이 중요하니까. 마지막으로 퇴직을 하면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어.”

 “그것이 뭔데요?”

 “그동안 수고한 너 자신에게, 함께했던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지.”

 “선물이요?”

 이직하는 과정에서 선물이란 말이 조금은 생뚱맞은 것 같았다. 

 “새로운 회사로 가기 전에 휴식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좋아. 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던 것 같아. 너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지.”

 “정말 그렇겠어요. 그때는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겠군요.” 

 “퇴직 일정을 조정해서 반드시 휴식 기간을 확보하도록 해봐. 더구나 새로운 직장에 가면, 연차는 다시 기본으로 설정되어 버려. 보통 15일이지?”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기본 연차에 매년 0.5일씩 늘어납니다.”

 “그렇게 증가한 연차가 이직을 하면 다시 15일로 돌아가 버려. 그렇기 때문이라도 반드시 휴식 기간을 가지는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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