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절반은 매뉴얼 밖에서 일어난다
설 명절전, 가족과 함께 강릉 여행중이다.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우리 가족은 새벽 공기를 맞으며 바다로 달렸다.
앱이 알려준 일출 시간은 정확히 7시 15분.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되었음에도 수평선 너머는 여전히 짙은 구름에 가려 있었다.
1분, 2분... 숫자가 어긋나기 시작하자 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바다 앞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해가 뜨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한 낭비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런데, 스타벅스에 들어가자마자 해가 빼꼼 보이기 시작했다.
앗.. 뭐지?
통유리창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결과가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과정 전체를 실패로 규정해버리는 조급함, 1분의 오차조차 견디지 못하는 효율 중심의 팽팽한 긴장감.
일출 시간 7시 15분은 단지 가이드였을 뿐, 해는 곧 떠올랐다. 내 눈에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실패’라 단정 짓고 등을 돌려버렸다.
얼마나 성급하고 조급했는지, 7시 15분이라는 숫자에 너무 집착했다.
삶의 절반 이상은 매뉴얼 밖에서 일어난다. 계획된 일정 사이의 빈틈, 예상치 못한 지연, 그리고 정답이 없는 기다림 속에서 말이다.
15분이 지나도 뜨지 않던 해를 보며 돌아섰던 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야겠다. 삶에 융통성도 좀 두고...
왠지 모르게 나는 그동안 너무나 '성난 시간'을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