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다녀간 순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계절이었어
학기 초 들썩이는 마음을 한껏 품고 은근한 식곤을 즐기며
느른한 햇볕이 쬐는 강의실에 앉아 있었지
아무리 대단한 교수님이라 한들
그때만큼은 쌍심지를 켜고 수업을 듣는 이는 없었을 거야
교수님의 몸이 기울어지고 말이 느릿해지는 순간이 있었어
두 눈이 감기고 삼 초가 흐르자
맨 앞자리에 앉은 조교가 "교수님?" 하고 불렀고
모두 깨어나서 어색하게 웃어넘기고 원래대로 돌아갔어
그저 봄이라서
나른한 계절에 학생들이 으레 졸듯이
노령의 교수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던 거지
봄이란 자고로 모든 게 너그러운 계절이잖아
사실 나는 그분의 두 눈이 풀썩 감길 때 겁이 났어
죽음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어깻죽지로 알아챘거든
그런데도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어
말하는 순간 정말로 찾아올까 봐 그랬어
그리고 그해 여름 교수님의 부고를 보면서
나는 어깻죽지를 떨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