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는 존중받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바꾸고, 밀레니얼 세대는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습니다.
다이슨,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는 자신들만의 사회적인 책임감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담아내며 밀레니얼 세대의 지갑을 열게하는 것이 아닌 심연에 있는 열망을 열고 있습니다.
결국, 태도에 관한 이야기들 입니다.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 손을 잡고, 버버리는 ‘패스트패션 + SNS + 밀레니얼 = 드롭 컬처’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드롭(drop)이라는 방식으로 매달 신상품 B Series를 한정 판매합니다. 샤넬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자체로 하나의 광고를 보는 것과 같은 영상 콘텐츠에 공을 들입니다.
이 모든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팅한 전략에서 나온 결과물들이죠.
명품 브랜드들의 다양한 노력들 중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전형적인 사회적 규범에 관한 대본을 뒤집고 그들만의 존재 방식과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브랜드들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명품 브랜드에 동참하게 된 큰 이유이기도 하죠.
명품 브랜드는 존중받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바꾸고,
밀레니얼 세대는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습니다.
결국, 태도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기술의 혁신으로 상식을 뒤엎고 영감을 실현하는 Dyson
가전의 명품 대명사인 다이슨은 명품화에 대한 정의를 기술의 혁신에 두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기업의 DNA로 두고 있기 때문에 순이익의 약 30%를 연구개발에 투자(약 2조원)하고, ‘The Dyson Institute’ 공학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엔지니어링을 양성합니다. 다이슨 내부 멤버들은 그들 스스로를 엔지니어링이라 칭할 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내놓는 제품들은 ‘British Luxury’의 스타일의 명품 가전들이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는 가전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아닌 ‘사회의 비효율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데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21년에 출시 예정인 다이슨표 전기차, 대기오염 문제 솔루션 방안 등 그들의 확장 범위도 무한대입니다.
단순히 추상적인 가치보다 영감을 실현하는 구체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둘 경우 그 어떤 것보다 행동을 촉발하는 명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더 나은 일을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꿈이라고 하는 CEO 제임스 다이슨의 경영철학처럼 말이죠.
그러한 태도는 상대방을 믿게 하고 기꺼이 마음을 열고 동참하게 만듭니다.
도시의 틈을 파고들어 여행의 욕망을 자극하는 Louis Vuitton
여행을 근간으로 탄생하고 성장해온 루이비통은 브랜드의 시작과 철학을 잊지 않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50여 년에 걸쳐 사업을 이어오며 끊임없이 여행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죠.
이번 ‘루이비통 트래블북’ 서울 편은 서울 특유의 빠른 삶의 속도와 현대와 전통이 만나는 다이나믹한 일상의 틈을 파고들어 서울을 숨 쉬게 만드는 많은 디테일들을 탁월하게 잡아냈습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적 자극, 호기심의 태도는 루이비통에게서 비롯하지만 결국 관계를 향합니다. 이는 루이비통이 단순히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가방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밀레니얼 세대로 하여금 여행에 대하여, 그리고 루이비통의 세계관으로의 새로운 접속을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에 앞서 영감을 실현하는 정체성으로 나다움을 지켜가고자 하는 이러한 멋진 노력들은,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서 사치가 아닌 취향으로써 브랜드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삶에 대한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태도들입니다.
전통과 디지털의 조화로 표류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붙잡은 Burberry
버버리는 새로운 고객층을 타겟팅하기 위해 최종 유저로 관점을 Shift 하여 사용자 경험의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주체적으로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하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트렌치코트를 디자인할 수 있게 한 것이죠.
그렇게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의 절대성보다는 경험의 주체성으로 기성복 버버리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주체성’을 선물 받습니다.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의 정서와 영혼을 있는 그대로를 관대하게 존중하고자 하는 태도이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관대한 경험은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명품에 나를 의지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내가 대등해지고 당당해지는 경험을 선사받습니다. 오롯이 온전한 내가 됨으로써 서로의 관계가 건강해지는 순간입니다.
구찌 이퀼리브리엄, ‘GUCCI 하다’
‘구찌’는 이미 브랜드 네임을 넘어섰습니다. ‘구찌하다(It’s all Gucci)!’라는 ‘근사하다, 훌륭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의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가 만들어졌죠. 신조어처럼 구찌는 지금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입니다.
구찌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고 파격적인 디자인과 디지털 마케팅을 발 빠르게 시도했습니다. 행위 예술과 같은 형식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죠. 전통과 현대 미래의 조우를 ‘구찌만의 클래식’으로 재해석해 브랜드 전반에 걸쳐 통일성 있는 비주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얼마 전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더하고자 구찌의 10개년 지속가능성 계획의 일환으로 ‘구찌 이퀼리브리엄(Gucci Equilibrium)’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구찌 이퀼리브리엄은 구찌의 모든 가치, 본능, 야망 등을 담은 미학과 그들이 믿는 윤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사려깊은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환경과 인류, 난민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하여 우리의 미래를 책임감있게 바라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구찌의 세계관을 담은 공간이죠. 이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견고한 성을 세우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낮추고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자 하는 노력들입니다.
실제 구찌의 이러한 진보적이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의 균형 유지에 큰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재료를 찾아내고, 환경에 가장 침해가 적은 생산과정을 찾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책임감, 존중, 포용,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보적 접근. 알렉산드로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적임자로 임명된 것이죠.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일상이 합해져 구찌의 태도를 만들고 언어를 탄생시킵니다. ‘It’s all Gucci!’라는 신조어가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만들어졌다는 건 그만큼 브랜드를 마음속 깊이 기꺼이 존중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좋은 태도를 가진 브랜드는 타인에게 영감을 주죠. 어떤 브랜드를 추억할 때 떠오르는 건 스타일이 아닌 그러한 태도들입니다.
단순히 소비력에 소구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미래 전략에 있어 소통의 접점을 얼마나 더 늘려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슨,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는 자신들만의 사회적인 책임감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담아내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밀레니얼 세대들과 경계를 허물고 진보적인 접속을 시도하는 이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왜곡시키는 자본주의 논리가 크게 숨어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명품을 꿈꾸고 혁신을 외칩니다. 명품은 밀레니얼 세대의 지갑을 열게하는 것이 아닌 심연에 있는 열망을 열게하는 일입니다. 소비가 아닌 스스로의 세계관과 신념을 공유하는 일이죠. 이는 간절하게 요청하지 않아도 무심하게 있어도 풍성한 결실을 가지고 저절로 찾아오게 하는 힘입니다.
만일 미래가 #자발성 #호기심 #관대함 #사려깊음 이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논의의 주제가 바뀔 때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더욱더 많아질 것입니다.
삶에 대한 여유, 유머, 온기, 찰기를 주는 태도들로 말이죠.
명품 브랜드들을 여전히 탐색하고 더 알아가고자 하는 건
제품에 대한 욕구가 아닌, 그런 태도의 문제인 듯합니다.
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