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에 바랍니다.
ESG를 마주하는 다양한 입장들이 있습니다.
투자사들은 ESG 평가지표를 만드느라 바쁘고, 언론은 ESG가 이슈이기에 일단 쓰고 보고, 전문가들은 지속가능경영과 ESG를 연결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기업은 그래서 뭘 해야하는지 알려달라 합니다.
갑자기 화두로 떠오른 국내와 달리, 해외의 주요 기업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비즈니스의 목적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솔루션을 찾으려는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 Patagonia의 사명 -
많은 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국내 보험사에게 바랍니다. 마음을 건너뛰어 팩트와 기술에 의지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건조하고 공허합니다. 서로에게 스미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결국,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죠.
사람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보험은 미래 혁신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고 클레임을 관리할 수 없습니다.
고객과 나란히 살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합니다.
보다 가치있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고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죠.”
- Yves Caseau, Group Digital & Innovation Director of AXA -
아쉽게도 우리나라 보험 업계에는 판매왕은 있어도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아키텍트는 없어 보입니다. 모두 매출에만 집중되어 있어 조금 더 큰 시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죠.
악사(AXA)와 존루이스(John Lewis)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시선이 남다릅니다.
프랑스 대형 보험사인 AXA는 인류의 재앙을 대비하고 더 나은 보호를 위해 빅데이터 과학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위험 발생률을 최소화 하는 데 노력을 들입니다. 존루이스 백화점은 150년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해 온 축적된 자산을 기반으로 가장 친절한 경험의 보험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권리를 개선하는 일들입니다. 상황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정확하게 문제해결을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이죠. 고객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당신’에게 시선을 포개고자 하는 공감의 노력들입니다.
고객의 이해에서 비롯된 접근은
프로세스의 ‘폭’과
경험의 ‘축’을, 그리고
결과물의 ‘격’을 바꿔놓습니다.
언제나 아키텍처를 가지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 산업을 주도합니다. 전체를 조망하면서 이 사회를 어떻게 개선하고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안목을 가지죠. 그리고 방향성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산업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는 아키텍트는 개념 역시 새롭게 정의합니다.
AXA는 보험상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저널형태로 소통합니다. ‘미래의 보험 설계,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구, 인생을 돌보는 일, 탄력적인 세상 만들기’가 그들의 화두입니다.
아이디어, 경험 그리고 그들의 일과를 채우는 보험상품들과 전략을 주도하는 주제는 모두 이 4가지의 화두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보험상품을 판매하기는 하나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죠.
화두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연구주제들도 흥미롭습니다.
- Crafting tomorrow's insurance
: “영화산업에 대한 보험”, “노인을 위한 혁신”, “여성 기업가를 위한 펀딩”
- Caring for life
: “여성폭력과의 싸움”, “부모를 위한 시간: 부모 정책”,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에서 생명 구하기 24시간”
- Exploring new ways to live
: “화물선에서 유출된 기름이 어떻게 스마트시티 전체 상수도를 오염시켰는가?”, “공유, 신뢰와 신뢰의 문제”
- Building a resilient ready world
: “다음 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과학의 도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연안 지역을 보호하는 방법”
각 연구주제들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험상품을 설계하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듭니다. 미래의 더 나은 삶의 개선을 위한 (1)화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2)관찰/연구하고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갖도록 하기 위해 폭넓은 범위의 기술을 접목합니다. 다양한 산업/기관/전문가의 융합으로 (3)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이고 최저 금액대의 보험을 들 수 있는 (4)맞춤형 보험상품이 설계되는 구조입니다.
화두를 중심으로 관찰되고 연구가 확장되다 보니, 솔루션을 위해 접근하는 관점의 ‘폭’도 결과물에 대한 경험의 ‘축’도 놀랄 만큼 다채롭습니다. 속도와 규모면에서 모두 획기적인 기술과 관계의 접목이 이루어지고, IoT 기술 연결은 기본이며 매개 변수 측정을 위해 전세계적인 협력체가 구성됩니다.
UN 세계은행그룹 국제기관들과 협력을 나서고, 최적의 보험설계를 위해 앱을 개발하며, 기후 재앙에 대응하기 위한 빅데이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듭니다. 궁극적으로 보험상품으로 설계되어지지만, 그 모든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나오게 되는 당연한 결과물인 셈이죠. 이는 삶 속에서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보험이 미래 혁신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함을 암시합니다.
사회적인 이슈나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전문가(사회 복지사, 심리학자, 법률 전문가 등) 네트워크가 꾸려지고 경제적, 심리적 회복 및 법적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죠. 겉으로 보기에 경제적으로 정리된 문제가 심리적 문제까지 정리된 게 아니라는 것을, 깊은 공감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솔루션입니다.
사회와 개인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그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소비자의 경험에서만 본다면,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전 세계가 도와주고 있는 셈이죠. 거대한 연대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기적과도 같은 힘입니다.
산업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는 창의적 아키텍처는 AXA가 10년 동안 브랜드가치 평가 1위를 지키고 있었던 이유를 납득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그들의 캠페인 메시지도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집니다. AXA의 존재 이유가 단순 보험상품의 판매가 아닌, ‘인류의 안전한 삶’이라는 대전제가 가능해지는 이유입니다.
150년에 걸쳐 영국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백화점 존루이스가 John Lewis Finance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존루이스 백화점은 신뢰할 수 있는 가격에 최고 품질의 제품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렇기에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그들이 ‘삶의 모든 작은 순간까지도 배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보험산업에 뛰어든 이야기가 어색 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식 또한 국내 보험사와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화면부터 보험상품 견적을 내야하는 국내 보험사들의 UX는 너무도 폭력적입니다.
존루이스의 펫보험은 상품을 들기에 앞서 반려견을 준비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마음가짐과 반려견의 생애주기에 맞는 생활에 대한 팁들을 공유합니다. 보험을 들라고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줍니다. 대신 그 상황에 놓여있을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봐 주는 것이죠.
펫보험이 왜 필요한지,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지, 반려견의 신체 언어를 읽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이에대한 충분한 공유가 되었을 때쯤 보험에 대한 상품 설명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무엇을 요구하는 대신 여유있게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는 느낌은 더할 수 없는 편안함을 전달합니다. 황소처럼 끌고가야하는 보험이라는 부담의 무게도 어느새 가벼워져 있습니다.
비주얼 스타일 역시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포토그래피 스타일과 일러스트를 선택합니다. 존루이스 백화점과 유사한 결로 따뜻하고 친근한 톤앤매너를 가져가고 있죠. 기존 금융보험사 웹페이지의 통념에서 벗어나 심플하고 아름답습니다. 디자인 하나만 바꾸어도 보험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합니다.
존루이스만의 디자인과 고객 경험의 여정은 막연함과 두려움에 눈길을 포개고자 하는 그들의 섬세한 언어입니다. 비현실을 현실로 바꿔내는 마술사의 콧김과도 같은 것이죠.
좋은 콘텐츠는 사람을 멈추고, 읽고, 생각하게 하고, 행동을 바꾸게 합니다.
미래의 다음세대를 위한 사고방식의 근원은 ‘존재 자체’에 대한 공감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과 나누는 대화의 중심은 보험상품이 아닌 존재 그 자체여야 하는 것이죠. AXA처럼 산업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는 아키텍처와 존루이스의 친절한 사용자 경험의 결과물들은 ‘당신’에게 주목한 언어들입니다. AXA, 존루이스 모두 이를 위해 넓은 범위의 매개체를 활용하는 것 뿐이죠. 마음을 건너뛰어 팩트와 기술에 의지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건조하고 공허합니다. 서로에게 스미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구하고, 인생을 돌보는 탄력적인 시선을 가진 브랜드라면 오랜 시간 오랜 친구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과녁에 정확하게 닿는 공감적 생각을 해줄 수 있는 곳과는 무엇을 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곳에는 브랜드 전체를 믿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핵심주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죠.
이는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의 가치를 바꾸고 비즈니스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 브랜드만 경험하기에도 인생은 너무도 짧습니다.
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