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커머스’ 시대의 브랜드
결국 돈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은 단순히 ‘더 좋고 똑똑한 것’이 아닌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사려깊음’에 대한 가치의 값어치일 겁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의 고민에 대한 깊이있고 전문적이며 충분한 솔루션. 이러한 콘텐츠가 남다름을 만듭니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브랜드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Hims, Glossier, Care/of, Allbirds, Away, Dimple, Warby Parker, The peach truck, Blume 와 같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사로잡는 새로운 초능력으로 히어로가 되었거나. 혹은,
Aesop, Brompton, Patagonia, Freitag, Rimowa, Dyson, Leica 처럼
태생부터 진정성으로 가득 무장한 브랜드이거나.
이 시대의 히어로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제조 / 유통 / 브랜딩 / 마케팅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 마케팅과 이커머스를 결합하여 출발하였다는 점이 남다릅니다. 모든 과정을 브랜드마다의 특별한 경험으로 전달함으로써 제품의 기능보다 그 기능을 사용하는 고객의 경험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죠.
웹사이트 / 커뮤니케이션 방식 / 언박싱의 경험 / 패키지 디자인까지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첨단이나 최고를 외치지 않고 거창하거나 무겁지 않으며 자유롭고 즐거운 감성으로 솔직하게 말을 걸어온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 않습니다. 제조 / 생산 / 유통 방식에 있어서 진정성을 확보하면서 적절한 무게감으로 관계에 신뢰를 더합니다.
구매하는 방식(자체 플랫폼, 맞춤 큐레이션), 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제품, 패키지 디자인), 제품을 받아보는 과정(정기배송, 고객 대응),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사회적 가치, 뉴스레터)가 전달되는 방식까지. 제품을 둘러싼 모든 콘텐츠가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함 없이 브랜드의 의도에 맞는 경험으로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결국 주인공은 늘 그 시간을 품어내는 우리들이죠. 그 한 사람 일상의 일부를 차지해야 하는 일입니다.
과정을 허투루 하지 않고, 밀도 있게 설계하고, 섬세하게 담아내야 하는 책임감 있는 콘텐츠는 그래서 더 필요해집니다.
결국 돈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은 단순히 ‘더 좋고 똑똑한 것‘이 아닌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사려 깊음’에 대한 가치의 값어치일 겁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Amazon과 같은 전통적인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각자의 브랜드의 플랫폼에서 직접 판매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판매를 넘어 콘텐츠로 고객을 유인하고 반응을 관찰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경험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객 스스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자처합니다. 자체 플랫폼 내에서는 고객이 어떤 상품에 체류시간이 높은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검증할 수 있고 이렇게 축적된 고객 데이터는 향후 제품 투자에 대한 근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을 돌리는 데도 광고 전환 시에도 효과적이죠.
브랜드 플랫폼을 단순히 판매 사이트가 아니라 오디언스에 대한 투자 모델로 바라보았기에 설계부터 촘촘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헬스케어 브랜드 Care/of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꼭 필요한 영양만을 설계한다는 솔루션을 Subscription 방식을 통해 제공합니다. 고가에 약을 사야 하고 다 먹어야 한다는 매일의 부담감을 해결해 주었죠. 헬스케어도 즐겁고 쉽게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준 브랜드입니다.
제품에 대한 설명도 어렵고 복잡한 기능 중심의 나열이 아닌, 플랫폼에 사용자의 이름을 입력하면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건네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Care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의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차근차근 물어봐 주죠.
브랜드의 섬세한 배려와 케어를 이해하고 향유할 줄 아는 오디언스는 제품을 둘러싼 건강한 경험을 선사받습니다.
효능은 기존에 존재했던 수많은 헬스케어 제품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판매가 아닌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다가가는 방식이 섬세하게 달라졌을 뿐입니다.
가방이 아닌 여행에 집중한 캐리어 브랜드 Away는 브랜드 네임처럼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 집중합니다. 여행의 경험을 배가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여행자의 숨겨진 불편을 해결해 주는 기능뿐 아니라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헤아림으로 그득합니다.
좋은 소재, 편리한 내부 구획, 스마트폰 충전 기능은 물론 현지인처럼 도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여행자를 위한 기프트 세트를 넣어두었습니다. 그야말로 여행이 뭔지 아는 브랜드죠.
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보여준 콘택트렌즈 브랜드 Dimple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좌우 시력이 다르다는 사실을 착안해 개인 맞춤 제품에 대한 방대한 조합을 디자인 시스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 렌즈를 착용할 때 실수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점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주었죠. 시력마다 다른 컬러와 디자인 조합을 적용해 약 60개의 디자인 모티프를 만들어 어떤 눈을 위한 렌즈팩인지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구별이 가능해졌습니다.
Warby Parker나 Dimple은 구매 전 일정 기간 제품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갔습니다. Warby Parker는 온라인으로 안경을 살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5 days, 5 pairs’ 시스템을, Dimple은 데일리 콘택트렌즈를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라고 이야기하는 Allbirds는 30일 동안 신발을 착용해 본 후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껴보지 못한다면 질문도 받지 않고 다시 가져간다고 하니, 마음까지 편해질 수 밖에요.
‘민주주의 뷰티(democratize beauty)’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Glossier는 단순히 신제품을 리뷰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주당 1만 건에 달하는 메시지와 1분마다 5개의 DM를 주고받는 등 고객과 소통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제품 개발에 참여시킵니다. 처음부터 소비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보니 반품률 1%를 자랑하며, 광고비 지출 또한 미미합니다.
Allbirds는 더 나은 재료로 더 나은 디자인을, 더 나은 공정과 운송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땅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표준을 가지고 피마자 콩기름을 깔창의 자연 함량을 높이는 데 사용하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원사를 찾죠.
처음부터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전체 프로세스를 설계했습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실천 방법들을 구체화하고 별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실제로는 거의 0에 가까운 풋 프린트를 구상하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과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하고 신발 밑창을 만들 때 사용되는 CO2의 양을 제거하기 위해 신소재를 개발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이 연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고 공유함으로써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얻고자 노력합니다.
Warby Parker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35개의 저개발국가에서 18,000명의 안경전문가를 양성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남성 웰니스 브랜드 hims와 여성의 생리주기를 고려한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 blume는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과감성과 재치 있으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합니다. Dimple은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말하기 위해 호주에 사는 시각 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을 후원하고 있죠.
The Peach Truck은 복숭아를 농장에서 수확하는 시기인, 일 년에 오직 12주 동안만 마치 전국 투어 공연처럼 복숭아 투어를 합니다. 복숭아 철이 아닌 때에는 복숭아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뉴스레터를 보내주면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동안의 기쁨과 슬픔을 그대로 1년 내내 고객들과 공유합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통해 꼬박 복숭아 철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고객 자신이 복숭아 농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내친김에 복숭아 레시피 100개를 모아 요리책도 냅니다. 내자마자 베스트셀러였다는 건 안 봐도 알 겁니다. 회사는 복숭아와 관련된 제품도 내놓으면서 1년 내내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셈이죠.
Away는 Here 매거진과 팟캐스트로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들의 정신을 콘텐츠에 담아 여행을 사랑하는 오디언스를 모으는 데 열정을 쏟습니다.
“허니문의 성지 하와이로 홀로 떠나는 이별 여행”
“시대의 작가들이 여행을 떠난다면 반드시 챙길 여행 패킹 리스트”
이렇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여행 이야기로 욕구를 이끌어냄으로써, 캐리어의 좋은 기능을 광고하는 것이 아닌 캐리어가 필요한 이유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러한 콘텐츠로 구독하고 소식을 듣고 싶어 하는 오디언스라면 언제든 우리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 유통 브랜드들도 변하고 있습니다.
Nike는 아이를 위한 신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운동화에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운동화로부터 시작되는 경험까지 제공하고, ToysRus는 많은 물량으로 장난감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쇼룸 중심의 장난감 체험형 매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쇼룸의 형태이지만 매장에 설치될 수많은 카메라와 직원들을 통해 오디언스의 행동이 수집되고 데이터로 축적되어 기업에게 활용되는 구조이죠. 리테일은 이제 고객을 ‘탐구’하기 위해 설계되고 디자인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Dorco는 면도에 관한 갖가지 팁으로 가득한 그루밍 매거진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면도날을 고르는 법부터 멋지게 수염을 가꾸는 방법까지 면도기를 구매하고 싶도록 만드는 솔깃한 콘텐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오디언스가 고민을 해결하는 콘텐츠를 발견할 때 바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공략한 것이죠.
전통적인 제조 유통 브랜드들은 오디언스의 소비패턴이 바뀌었다고 해서 겁낼 일도 막연해할 일도 아닙니다. 니즈를 명확하게 이해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비즈니스들이 인정받기 시작한 시대가 되었을 뿐이죠. 판매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오디언스와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근 변화된 비즈니스의 변화는 오히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더 빠르고 더 쉽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섬세하게 당신을 이해하는 모델이 곧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Glossier는 뷰티 브랜드라기보다
뷰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술 기업이다.”
- Emily Weiss, Glossier CEO
이 시대 히어로의 공통점은 ‘더 좋고 똑똑한’ 것이 아닌 ‘사려 깊음’에서 나온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의 고민에 대한 깊이 있고 전문적이며 충분한 솔루션을 다각적인 경험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제품은 솔루션의 일부일 뿐이고, 그 솔루션이 콘텐츠이고 브랜드가 됩니다. 유감스러운 건, 아직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 전략 단계에서 이 점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당시 인기있는 키워드와 이슈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를 향한 것인가요.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누가 나인 건가요.
오디언스에 대한 사려깊음에서 출발해 제품을 둘러싼 밀도 높은 경험은 응축된 에너지가 정교하게 발산되는 순간의 떨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온 상황으로 전달된 경험은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지죠. 잘 갖춰진 이야기는 감정을 풍성하게 자극합니다. 브랜드 본연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진중한 감동과 함께 말이죠. 화제성 일회성 자극성이 아니라 이러한 콘텐츠가 남다름을 만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
긴 호흡으로 정성껏 푸른 나무를 심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