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설계하는 조건
글로벌 빌리지에서는 39억 명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은 단순히 대한민국에서만이 아닌, 그저 판매를 위한 소통도 아닌,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한 사명이 되어야 하죠.
연결성이 점점 강해지는 시대의 한 지점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요즘 중요하게 보는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소신 #서사 #시류.
공감을 잘 설계하는 브랜드들의 결과물들은 ‘소신, 서사, 시류’라는 시대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취해야 할 정보로 넘쳐납니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맞는 채널인 ‘좋은 샘’을 선택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죠.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변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자신만의 변하지 않는 믿음을 가진 소신 있는 브랜드가 더 빛을 발합니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비교 불가한 나만의 경쟁력이죠. ‘나는 자유로운가(free)’의 질문은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freewill)를 가지는가’의 질문으로 바뀌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유일하게 3년 연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12-34세 사용자들의 이탈이 크다는 점입니다. 텍스트만으로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통제되지 않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가짜 뉴스/편파적인 메시지나 잘못된 정보를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는데 이용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점 등이 페이스북을 등지게 하는 이유들입니다.
내가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소음이 될 때가 많습니다. 알고리즘의 작은 변화만으로 페이스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반대로 인스타그램은 가짜 뉴스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취향을 확장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노력을 들입니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워들을 광고 수입과 연결된 웹사이트로 보내는 것을 어렵게 하죠.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여기에 타협하지 않습니다. 외부 링크를 허락하는 것이 플랫폼을 어지러운 바자회처럼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공유 버튼을 넣지 않는 것 역시, 감정적인 목소리가 공유 버튼을 더 누르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근본적으로 인스타그램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사라지게 합니다. 이러한 숨은 곳에서의 다양한 자정작용들이 온전한 나의 취향을 만들어가고 확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타다 #배민 #위쿡 같은 브랜드들도 모두 마찬가지이죠. 사회적인 불합리함 들을 개선해 가는 브랜드들, 어렵지만 더 나은 가능성을 바라보고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들. 그들의 옳은 소신이 더 나은 삶을 향한 방향성을 만들어내고, 사회의 자정작용은 그래서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JTBC 뉴스룸을 애청했던 건, 단순한 팩트보다도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과 그 사람이 들려주는 시대의 깊이 있는 시선과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람 자체로 스토리텔러였죠. 이제는 어느 ‘좋은’ 채널을 찾아 목을 축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스토리텔링, 즉 서사를 가진다는 건, 상품이 아닌 브랜드가 가지는 긴 이야기가 걸어 들어온다는 걸 의미하며,
서사를 가진 브랜드는 그 만의 향기를 가집니다. 시간이 더할수록 숲은 더욱 깊어지듯이, 향기는 더 깊어지죠.
브랜드 서사를 통해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가 모두 연결돼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예컨대 가방 회사라면 가방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 가방을 보호해 줄 우산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가방을 언제 쓸지를 고려해 시티노마드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서사를 만들게 되면,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시의적절한 제품을 만들면 됩니다.
사람을 채용할 때도,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그 만이 가지는 생각과 이야기이죠. 회사의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기능인을 찾는 게 아니라 분야마다 스토리텔러들을 길러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도 생명력 있는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스펙이 아닌 자신만의 스토리, 서사가 있어야 합니다. 보다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고 애써야 하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고민해야할 주제이기도 합니다. 플랫폼이 다양화, 민주화되고 공유시대에서 구독 시대로 옮겨가면서 점점 더 필요한 건 그 안에서 빛날 수 있는 자신만의 진실된 이야기입니다. 텍스트로 이미지로 향기와 애티튜드로 촘촘한 결로 기억될 수 있게 말입니다.
세상의 변하는 감정을 읽을 때는, 단순히 관계의 ‘넓이’를 넘어서 ‘깊이’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에 대한 솔루션이 아니라 공감받고 싶은 부분을 ‘이해’ 해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해결될 때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때론 말없는 공감이 제일일 때가 있는 것처럼요.
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들에서는 이러한 ‘관계의 깊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파리 마레 지구의 독립서점 <Ofr>. ‘Open free ready’라는 뜻의 감각적인 Ofr 이름은 취향 좋은 서점 이름이기도 하면서 소탈하면서도 유쾌한 서점 주인이 직접 발간하는 매거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좋은 삶, 동료, 좋은 여행…’ 등 매거진의 주제도 시대의 감정을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Ofr은 서점의 역할을 넘어,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고, 전시를 여는 갤러리이자, 자체 제작한 굿즈를 파는 스튜디오, 현재까지 백여 권이 넘는 서적도 출간한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1996년에 문을 연 이 곳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인회, 북 토크, 전시, 각종 문화 이벤트 등으로 작가들과 일반 대중들의 정서적인 거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성수동에도 Ofr Seoul을 오픈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조합’들로 다양한 의미들로 겹쳐지는 이곳은 영감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키치한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토리텔러로서 자신만의 신념과 타인을 받아들이며 함께 삶을 즐기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게 예술이란, 어떤 감각과 사상을 즐기고,
나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함께 삶을 축하하는 방법이다.”
- Jeff Koons -
#소신: 속도를 내지 않아도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용기
#서사: 스펙이 아닌 매력의 깊이를 발산하는 스토리텔링
#시류: 관계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시대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
이는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의 공감을 잘 설계할 수 있는 진실된 축이 되어 줄 것입니다. 제프 쿤스의 말처럼 사람들과 함께 ‘삶을 축하하는 방법’을 나누면서 말이죠. 긍정적인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잘 아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자기 속도로 가는 브랜드는 인간적인 유유함을 가집니다.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랜드들은 은근하고 깊고 신선한 지란지교와 같은 향기로운 사귐으로 서로에게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라도 그렇게 각자의 맑고 높은 향기로 기억될 수 있게요.
올 해의 시작은 얼마 전 파리에서 수집한 좋은 말들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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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천천히. 괜찮아요. 뛰지 않아도 돼요.”
“It’s all true.”
“It’s yours.”
ㅡ
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