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y May 03. 2020

로컬 브랜딩, 지역의 삶에 초대합니다.

대도시를 떠나 지역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로컬 브랜딩 이야기

당신의 기억 속엔 어느 여행지가 행복했었나요?


타지를 여행하면서 인상에 남는 지역은 무엇보다 사는 이들이 즐겁고 자유로운 활기찬 생활 모습이 엿보이는 마을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까지나 그곳이어야만 하는 나만의 기억으로 남는 시간들이죠.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자아를, 돌아가고 싶은 본래의 성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소의 제약 없이 일의 방식과 가치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소신 있는 소명과 자신만의 취향을 발굴하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는 시대에 ‘무엇을 공감하게 할 것인가, 어떤 취향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일을 준비함에 있어 꽤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자신만의 서사가 있는 사유로 공감이 되면, 감성적 유대감이 서고 이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취향을 수집하는 자는 먼저 마음으로 무너지고 경험으로 무너집니다.


로컬 브랜딩은, 공간 중심의 도시재생에서 벗어나 어떤 관점으로 경험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지역을 바꿔 나가려는 사람’과 ‘콘텐츠’의 존재입니다.



남다른 안목을 공유하는 사람들

런던에서 시작한 goop.com은 ‘내추럴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처럼 감각적이면서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궁금해하는 타겟 오디언스들을 위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포털 사이트입니다.

source: goop.com

‘소수의, 지역의 가치 있는 성분을 소싱, 지구를 위한, 더 적은 물건과 간단한 요리법’ 등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오디언스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하는 지점들을 찾아 깊이를 더해갑니다. 여행이 모두에게 동일한 휴가의 개념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어린이 친화적인 호텔, 직접 농사를 짓고 일할 수 있는 커피숍, 하루를 최대화하기 위한 지름길, 마음을 넓히는 독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솔깃한 제안들을 마련합니다.


source: goop.com

중요한 점은 이 많은 콘텐츠들이 하나의 일관된 관점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선별돼 큐레이팅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선된 경험의 라인업은 지역 생산자부터 제품까지 하나같이 지역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것들이죠. 단순히 더 많은 경험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고민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하고 고객이 찾아와야 하는 이유와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다른 안목을 발굴하고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자주적인 노력이 없으면, 그 경험 역시 빈한한 느낌이 듭니다. 명분이나 이념 평판이 아닌, 자주적인 자유로운 생생한 눈이 지역의 자존감을 끌어올립니다.  



지역민 스스로가 만드는 콘텐츠 자율성

일본 아타미시는 도쿄 근교에 위치한 바다와 온천이 있는 휴양지로 과거에는 호텔이 늘어선 환락가였습니다만 지역경제의 쇠퇴 후 폐색적인 공기로 가득해진 마을입니다. 그러나 지금,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목표로 조용히 힘차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ource: atamista.com

‘100 년 후에도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든다.’는 비전을 새롭게 세우고, 스페인 이탈리아 해변의 작은 도시와 같이 아타미만의 해변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지역 주민도 여행자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그런 행복한 기억의 도시로 말이죠.


source: atamista.com

전통적인 온천 관광지이기 때문에 마을이 쇠퇴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로 료칸에만 머물다 간다는 점을 발견하고 관광객들을 마을로 나와 거닐게 하기 위한 솔루션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유휴 부동산을 리노베이션해 공유 점포, 게스트하우스,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운영하는데 그중 공유 점포 Café Roca는 여러 점포가 입점해 공간을 셰어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역민, 점포주, 시 관계자 등이 모여 마을 비전을 논의하는 워크숍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souce: lcc.atamimarche.jp


리노베이션 학교, 스타트업 창업 지원 (99 ℃) 등 인재 육성 및 마을 견학, 체험 투어를 기획하고, 지역의 명물 축제인 ‘아타미 해변 마르쉐’는 ‘조금 더 나은 보통의 생활’이라는 테마로 아티스트들의 셀렉트숍을 운영합니다. '어부 체험, 낚은 재료로 만드는 어부의 밥’ 등 이색적인 체험으로 가득한데 참가자의 약 50 % 는 관광객이 아닌 지역 주민일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그들의 인재상은 언제든 당신이 오면 좋겠다는 것을 지긋이 이야기합니다.

·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지역을 바꾸어가는 데 전념해보고 싶은 당신

· 제로에서 새로움을 창조해가는 데 도전 정신이 넘치는 당신

·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 돌아보고 행동을 변화시킬 당신

· 사람을 좋아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특히 듣기 능력)이 뛰어난 당신

· 다음은 모두 해당 필요는 없지만, 이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역민이 주체적으로 비전을 세우고 스스로 컨트롤 타워가 되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아타미 시는 많은 힌트를 던져줍니다.  다정한 시선으로 마을을 구석구석, 찬찬히 내딛을 때 닿을 수 있는 솔루션들로 말입니다. 살고 있는 곳이 흥미롭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지역 삶의 모습은 지역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연대감

source: dontworryvillage.com

2018년 전남 목포에 만들어진 ‘괜찮아 마을’은 타지의 청년들을 정착시켜 지역 자원을 활용한 활동들을 펼치며 쇠퇴하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중입니다.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다 큰 청년들을 위한 마을’로 예술가 개발자 요리사 등으로 구성된 입주자들은 고즈넉한 한옥에서 6주간 머물며 프로그램을 수행합니다. 도와주는 사람서로 응원하며 등 떠밀어주는 기존 주민들과 스텝들입니다.

source: dontworryvillage.com

주변 섬을 탐험하고, 목포의 숨은 자원을 발굴·수집, 빈집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지역 특산물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홍어빵, 폐기물로 만든 수공예품, 남도 섬 자생식물, 소금으로 만든 천연 화장품 등)하고, 목포 사람들 인물 사진전, 슈퍼마켓 전시회 등 지역 콘텐츠로 채워진 문화 이벤트 기획 등 다양한 지역재생 활동들을 기획합니다.


source: dontworryvillage.com

공간은 괜찮은 집(숙박), 괜찮은 학교(강의실, 공방, 쿠킹 스튜디오), 괜찮은 공장(공유 사무실, 공유 가게, 도서관)으로 구성되어 해당 공간에서 정착-교육-창업 세 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오랜 기간 비어 있던 미용실을 개조해 만든 목포 최초 채식 식당 ‘최소한끼’를 오픈하고, 예술 치유 프로그램으로 ‘세심사’를, 수산물 시장에서 수거한 나무 상자를 활용해 가게들의 입간판을 만들고, 빈 슈퍼마켓을 팝업 갤러리로 탈바꿈시켰습니다.

source: dontworryvillage.com


따로 또 같이, 유기적인 전체로 활기찬 움직임이 일어나는 건강한 방식의 지역재생의 모습으로 말이죠. 거창하지 않아도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사회'임을 소리 없이 뭉근하게 응원해 줍니다. 그렇게 비스듬히 서로 받쳐주는 거죠. 막막하고 눅진했던 마음까지 쨍하게 말려지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



공간 중심의 도시재생을 넘어 지역 팬덤을 만드는 힘

남다른 안목으로 큐레이팅 한 지역만의 콘텐츠는 민간과 시의 협업 시스템이 만드는 연대감으로 자원의 건강한 순환을 만들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여행자들을 연결시켜주고 새로운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맹목적인 투자로 건물부터 짓는 도시재생이 아닌, 사람을 먼저 키우고, 이들의 좋은 안목이 마을의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정부에서 이를 뒷받침해주는 건강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자존감은 자율성과 연대감이라는 두 날개로 펼쳐져 지역만의 고유함을 누리며 내면의 풍요로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함을 낳습니다. 이러한 내면적 안정감이 관용을 낳고, 깊이를 만들고, 타인들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지역민의 자존감이 넘쳐흐를 때 지역은 따뜻한 활기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자들을 지역의 삶에 초대하세요.

지역도 여행자도 서로 기다렸을 겁니다.

 



Sey

작가의 이전글 퇴사생의 브랜딩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