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되던 해,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20대에는 결핍이 선물해준 단단함으로 도전을 했고
30대에는 정열이 꽃피워준 순수함으로 성장을 거쳐
40대에는 깊이의 성숙함을 다지기위해 퇴사를 결심
초중고대를 다 합해도 16년이니,
사회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는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서 배웠을까.
브랜드 컨설팅, 브랜딩이라는 업은 삶을 수집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늘 새롭고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죠.
수집하는 삶 속에서 또 다른 제 자신을 찾아내고 확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매번 새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큰 자산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뜨거운 마음이 있어야 길이 보이더라고요.
방식이 다시 미온적으로 정형화되려 할 때
열정이 그 부족함을 활기로 보완해 줍니다.
그래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는 모두 '의미 있는 확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다른 연결고리가 있어 그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되고, 그 사람을 찾아 인터뷰하게 되고, 어느 순간 아하 하는 삶과 마주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되고.
확장이 있고 시선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때 일도 브랜드도 생기를 가집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수집도 되돌아보면 이 세상에서는 필요한 수집입니다.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사회적으로 강건해 보이는 시스템도 영원히 안전한 구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조직의 존속보다도 인적 자본과 일을 통해 얻게 되는 경험 자본을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강건하게 해주는 내적 힘을 기르는 일임을요.
그러한 이유로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식과 태도인 듯 합니다. 방식면에서 깊이와 태도면에서 따뜻한 정열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정열과 정성이 없으면 똑똑함도 무색해 집니다.
요리를 할 때도 조리법만 따르다보면 경직돼버려서 마음을 담지 못하고 일률적인 경향이 생기는 것 처럼요.
브랜딩이 가장 생기 있는 모습을 찾기 시작할 때는
애정과 관심의 몰입도로 수심 끝을 차고 올라오는 탄성력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대상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을 때 보통 사무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목격하게 돼요.
일을 일로만 접근하는 것이 프로페셔널리즘은 아닌데 말이죠.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사랑을 주는 법에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합니다.
브랜드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음을 담는 만큼, 관심을 주는 만큼, 믿는 만큼 자랍니다.
다음을 위해 '기쁘게' 환송해준 동료들의 온기에 큰 마음의 신세를 졌습니다.
함께여서 즐거운 날이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잠시,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보내고 있습니다.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다음이 있다는,
다음이어서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믿음으로요.
저의 욕심은 앞으로도
이 일을 매일 조금씩 더 사랑하는 겁니다.
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