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가 뭐길래
<데미안> 오롯이,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브랜딩
철없이 브랜딩을 하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처음부터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 속의 혜안들에 기대어 보는 중입니다. 새롭고 즐거운 발견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지난번 ‘자유’에 이어 이번 화두는 ‘관계’입니다.
인간이란 한자의 뜻이 인간과 인간 사이, 즉 ‘인간관계’잖아요. 인간 존재 자체를 관계성의 실체로 보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의 출발이자 궁극적인 목표 역시도 바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서부터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전부입니다.
관계에 대한 담론의 보고는 <논어>이기는 한데요. 관계 설정을 위해 내가 주체가 되어 오롯이 온전하게 나로 살아가는 관점에서 답을 가지고자 <데미안>에 어깨를 기대 보기로 했습니다.
* 데미안은 문장 하나하나를 모두 갖고 싶을 만큼 아름다움과 사유의 깊이를 모두 가졌습니다.
멀티 페르소나 시대의 고민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인 부캐로, 때론 본캐로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요즘.
부캐가 또 하나의 직업이 되는 유행에 맞춰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건 아닌지
나답게 사는 것 vs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사는 것 중 어떤 브랜딩이 더 진정성을 가지는 건지
특별함을 쫓다가 보편성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BTS의 ‘페르소나’ 가사처럼,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내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중에서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내면 그러는 척해야 하는지
그렇게 질문의 꼬리를 물다 보면 궁극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트라우마에 귀 기울이기
데미안은 내면의 자아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내면을 의식적으로 돌보며 그림자(트라우마)를 끌어안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살고 있어.”
우리는 현실적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것을 살피는데 더 무게를 두며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내면의 소리를 의식적으로 외면하면서요. 그러나 내면의 허약함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힘들지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입니다. 그게 가격이든 유통구조이든 제품력이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페르소나를 만들기 전에 말이죠.
핵심을 잡지 못하고 브랜드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건 무게의 방점이 외부에 있어 그러합니다. 브랜드를 많이 품어야 하는 플랫폼의 경우 무색무취이거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가 어려워 자칫 입점 브랜드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죠.
일도 삶도 사랑도, 간청하는 것도 강요하는 것도 아닌, 모든 순간에 있어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지녀야 무의식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기 확신을 가지며 건강하게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내면의 허약함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악화시키지도 말고 약화시키려 하지도 말고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두려 애쓰지도 말고요.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나를 선물로 주지 말고, 획득되는 가치로 존재하게 하세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하나하나 경이로울 수 있습니다.
나다운 삶 VS 내가 바라는 삶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려는 것, 난 그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이다. 그게 왜 그리 힘들었을까.”
이 한마디에 심장이 찔립니다.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을 살기 위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데미안을 통해 바라본 ‘진정한 삶’은,
페르소나가 건강하려면,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선명한 브랜드가 되려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위해 나를 버려가며 고통 속에 살지 않고 언제나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래야 보이는 나의 모습에 더 이상 끌려가는 게 아닌, 내가 페르소나를 건강하게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가요. 비로소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브랜드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추구하는 미션과 가치관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브랜드의 감정 느낌 경험들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요. 유수한 백 마디 말보다 투박하더라도 자기 말을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브랜드가 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편성을 좋아하지만, 오디언스를 흥분시키는 건 나만의 특별함이잖아요.
관계의 선 긋기
좋은 사람은 많지만,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있을 때 좋은 에너지를 교감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브랜드와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선을 그어야 타이밍은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영감을 주는 브랜드의 특징은 자기 확신을 가진 브랜드였습니다. 페르소나와 에고를 건강하게 끌어당기며 자기 탄력성이 꽤 높습니다. 자신의 단점도 인정하고 부드럽게 포용하며 관계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오히려 나의 부족한 점을 세상을 통해 채우고 끊임없이 성장해 가죠. 본질은 더 빛을 발하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사회적인 가치나 타인이 보는 시선, 지나치게 높은 욕망과 기대치, 자신이 가진 단점들에 의해 지배당하기에 회복력이 낮습니다. 중심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본질이 흔들리면 결국 인식에서 사라지고 시장에서 도태되게 되죠.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 어떤 브랜드들을 두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선을 긋다보면,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야 할 때와 주지 말아야 할 때를 알게 되고 쓸데없는 감정을 쏟아내며 살지 않는 요령도 생기고요.
다르게 얘기해보면, 나 역시도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되는 거죠. 브랜드 역시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아닌, 나의 오디언스에게만 좋은 브랜드이면 됩니다. 배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브랜드가 더 뾰족한 본질로 관계맺기를 적극적으로 제안합니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건강하게 세울줄 아는 브랜드가, 선을 잘 긋는 브랜드가 유연하고 현명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그냥 괜찮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리를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 Rapha, 사이먼 모트람 -
스스로를 플렉스 하는 일
자신만의 보석을 찾고,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게 노력하는 나만의 힘. 진정한 자율적 주체로서 내면으로부터 브랜드 자신만의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일입니다.
보이는 모습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유행에 맞춰 영혼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감정 느낌 경험 강렬한 집착들에 더 집중하면서요.
“누구나 자기 자신 편에 서야 한다.”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데미안>의 관점을 통해 본 ‘관계’에 대한 실마리는 ‘완만과 원만' 이었습니다.
완만하게 깎여지면 원만하게 살아진다.
파도에 깎여져 눈부시게 빛나는 조약돌처럼
그림자로 거칠어져 있는 내면의 보석을 완만하게 깎아내면
자기 확신의 선명함으로 오롯한 진정성을 갖게되고
관계의 원만함으로 온전하게 살아지는 것.
그것이 바로 브랜드 스스로를 플렉스 하는 길.
누가 원하는 내가 아닌,
오롯이 온전히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
브랜드도 사람도 관계맺음이 그래야 진실할 겁니다.
S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