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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y Jun 27. 2021

우리, 콘텐츠 커머스 시작할까요?

쇼핑의 격을 높이는 일


우리는 어느 각에 서 있나요?

우리는 어떤 격을 만들고 있나요?



패션 하우스의 이커머스 전략팀에 있습니다.

이커머스 전쟁의 한복판에 있죠. 업계는 지금 격한 감정적 동요로 파도가 거셉니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2021. 6

신흥강자 무신사의 29cm 인수: 2021. 5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 2021. 5

쓱닷컴(SSG닷컴)의 W컨셉 인수: 2021. 4


산꼭대기에서 굽어보면 지나가는 바람쯤으로 보일 텐데,  일상 속 새롭게 재편되는 생태계를 시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야심을 펼치고 미래 성장전략을 다시 다잡아 봅니다.


과연 인수가 답일지, 문제 한복판에서 잠깐 벗어나 꾸준히 변치 않는 호감을 전해주는 이커머스로 눈을 돌려봅니다. 몇 가지로 성공요인이 특징지어지는데 감탄과 함께 서로 성장하는 느낌을 주고받는 건강한 경험입니다. 쇼핑의 격의 다름이죠.



1.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최선'

상품설명이 매거진처럼 콘텐츠 하나하나 마음속에 내리 꽂힙니다. 심플하고 아름답습니다.

나이키(nike.com), 애플(apple.com), 러쉬(lush.co.kr)


‘혼자여도 잘할 수 있어'라고 결정적으로 이해받는 기분은 언제나 좋아요. 강물처럼 섬세한 뜨거움이 흘러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다른 제품도 어떻게 접근해 주었을지 그게 더 궁금해서 하나하나 눌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콘텐츠 개미지옥입니다.


얼마 전 국내 파업으로 배송지연이 되는 것에 대해 러쉬는 이렇게 말을 건네요.

"함께 기다려요. #느린배송"

이런 사랑스러움은 대체 누가 알려주는 거죠?

제게 스민 건 당시 움켜쥐고 있던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맥락이 닿아있어서였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을 포함한 관계자 모두에게 '최선임'을 마음에 품는 사람들이네요.


<나이키 연간 주가 추이>

"나이키, 2021.5 기준 매출 약 13.9조 원 기록 (전년 대비 96% 신장)"

나이키는 쉬지않고 기록갱신을 달성 중입니다.



2. '관점'의 엄선됨을 팝니다.

자신들만의 '엄선한' 브랜드를 '엄선된' 관점으로 오디언스에게 이야기를 전합니다.

에센스(ssense.com) / 미스터포터(mrporter.com) / 파페치(farfetch.com)


지금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을 팔기보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먼저 알려줍니다. 옷은 사회와 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격 있는 제안을 해주는 주체를 따르고 신뢰가 쌓일 수밖에요.



비전과 오디언스에 대한 정의가 뾰족하면 이를 만족시켜주는 콘텐츠 전략도 한 호흡으로 선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라고 평가받는 Ssense는 명확한 비전으로 독창적인 에디토리얼을 중심으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전과 타겟 오디언스 정의가 명확하다 보니 콘텐츠 전략 역시 뾰족해집니다. 

<비전>

- 콘텐츠, 상업, 문화가 뒤섞인 패션 커뮤니티 구축

<타겟 오디언스>

- 사회의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따르고 의지를 실험하고자 하는 트렌드 선도 계층

<에디토리얼 원칙>

- 패션을 중심으로 예술/음악/문화 카테고리 탐구

- 수준 높은 감도와 심도 있는 콘텐츠

<콘텐츠 경험 원칙>

- 초개인화, 끝없는 발견, 심리스 효율성

<디자인 원칙>

- 초간결, 조밀한 미학, 시스터매틱


자, 하나의 중심축을 두고 뻗어나가는 이 흐름이 느껴지시나요? 


출처: mrporter.com

"이번 여름 디너 파티에 손님을 감동시킬 5가지의 덜 알려진 와인"

돈을 지불하는 대상은 와인이지만, 그 상황에서 감동을 주고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함이 근본적인 목적이죠. 내가 설득하고 싶은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해하는 것이 그들의 접근 방식입니다. 고객 데이터라는 자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은 결국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에게서 시작해야 합니다.

'신뢰'가 단골을 만듭니다.  



3. 생에 '밀착'되는 만남

브랜드만의 중심 화두로 에디토리얼, VR의 형식으로 여행, 음식, 스타일, PB(자체 브랜드), 레시피 등 무궁무진하게 폭넓은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굽(goop.com) / 악사(axa.com) / 젠틀몬스터(gentlemonster.com) / 구찌(gucci.com)


아예 고객의 생애주기에 들어와 있어요. 해당 시기와 상황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대신 먼저 고민하고 해결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안심을 시켜줍니다. 혹은 구찌, 젠몬처럼 판타지 같은 삶에 우리를 초대하죠. 사람 놀라게 하는 능력이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젠틀몬스터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여 일리단의 불타는 초록 눈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아이웨어를 선보입니다. 제품은 일리단의 명대사인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가 들어간 스페셜 패키지와 함께 증정되며, 패키지에는 불타는 성전 확장팩을 30일간 이용가능한 게임 코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gentlemonster.com

캠페인 풀 영상은 NFT 플랫폼에서 경매한다고 합니다.


늘 이런 식이에요. 상품을 사러 왔다가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푹 빠져버리게 만듭니다.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걸 넘어서 고객의 이념까지 삼켜버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니까요.  

 


4. 거침없이 '나'를 표현  

물론, 넘사벽 중에서도 넘사벽입니다.

파타고니아(patagonia.com), 라파(rapha.cc)


고객을 대하는 접근이 다릅니다. 상품은 상품대로 진정성 있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콘텐츠에 그대로 묻어져 나옵니다. '나'가 흐려지지 않도록, '나'가 소멸되지 않도록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끊임없이 열정을 더합니다. 사람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나를 표현하는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입니다. 사회와 자연, 사람을 대하는 접근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품 퀄리티를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를 만들어 내는 브랜드들입니다.


출처: rapha.cc

채용조건: "사이클링을 사랑할 것, 고통을 감내할 것,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 스스로 생각할 것"

라파는 구성원을 뽑는 깊이조차 남다릅니다.

"RIDING IS THE ANSWER."

묵묵히 담담히 툭 던지는 메시지도요. (이 영상은 꼭 보셨으면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4qrT6IMmo


지인이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인터뷰는커녕 묵묵히 암벽 등반 시 사용하는 초크를 만들어 보여주더랍니다. 바위에 상처를 입히는 피톤을 대체할 초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파타고니아의 시작이었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죠. 지인은 작은 체구의 이본 쉬나드의 등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며 그때의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최선 / 관점 / 밀착 / 나'


우리는 어느 각에 서 있나요?

우리는 어떤 격을 만들고 있나요?



'왜' 이 비즈니스여야 하나요?

콘텐츠 커머스라는 매력적인 방식을 택하기에 앞서 '왜'를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왜 콘텐츠 커머스여야 하나요.

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요.

왜 이 비즈니스여야 하나요.


끌리는 지점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애정을 얼마나 두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이 모든 브랜드의 공통점은 브랜드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사이트에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단어 하나하나, UX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은 브랜드들이죠.


그러니 왜 안 팔리는지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애정이 식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의 잘함의 판단은 결과에 담긴 마음씀의 크기이고

마음을 쓴다는 건 당신을 아낀다는 뜻이니까요.


서로를 계속 성장시키는 브랜드는 이런 점이 다릅니다.

콘텐츠 커머스를 운영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팀을 내부에 구성하든

Hypebeast의 Hypemaker처럼 자회사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만들든

외부 에이전시에 콘텐츠를 의뢰하든


그 중심은 결국 내부의 관점과 생각에 있어야 합니다.

Content First라는 의미는 바로 이 점을 의미합니다. 사이트에서 콘텐츠가 먼저 보여야 한다는 뜻이 아닌,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이 먼저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고객은 압니다.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라 할지라도, 팔아야 할 상품을 정해두고 콘텐츠를 만든 것과 콘텐츠의 주제를 먼저 정하고 전개하는 것을요.


Content First라는 의미는 상품보다 콘텐츠가 먼저 보여야 한다는 뜻이 아닌,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이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객에게 비치는 재미와 즐거움은, 내가 세상에 투사한 매력으로부터 나옵니다.

고객 유입률, 월평균 페이지 뷰수, ROI, ROAS, 이탈률, 브랜드 성장률, 브랜드 교차 구매율...

답을 찾지 말고 한 번만이라도 문제 이면을 보려는 데 시간을 내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 데이터에 의지하기보다 업을 대하는 순수한 열정이, 오디언스를 향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즐기는 행복한 모습이 브랜드의 매력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크리에이티브팀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경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길 바랍니다.

그 힘의 중심은 어떤 프로모션보다 더 빠르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입니다.

고객으로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즐거움이거나 발견을 통한 지적 정서적 배움과 성숙의 기회일 때입니다.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문제 발생 시 바로 이탈로 이뤄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죠.


이 생을 유영하는 일이 후지거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지루해지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요.


우리, 콘텐츠 커머스 새롭게 제대로 시작할까요?




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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