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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루트다 Jan 22. 2016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따라서

(본 글은 워드프레스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 2016년 1월 21일 )

여행을 돌아와 바로 작성해야했는데, 현실이라는 핑계에 잡혀 이 글을 완성하지 못하였다. 이미 여행의 기억을 많이 잊어버린터라, 이 글을 미완성인 채로 세상으로 내놓기로 결정했다. 여행말미에는 심신이 지쳐 많은 생각들을 남기지못하고 흘려버리고 말았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시간을 공유할 수 없게된 것은 아쉽다. – 15년 7월 15일


여행에서 돌아온지 수일이 지났다. 어쩌면 급하게, 어쩌면 오래전부터 계획됐던 이 여행을 통해, 나는 잠시나마 나를 돌아보고, 앞을 들여다볼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총 15박 16일의 짧지 않았지만, 부족했던 여행을 한 번 회상해보고자 한다.


– 여행의 시작
대학원으로부터 합격메일을 받은 후 ‘정말 여행을 갈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도 있었고, 아직 끝내지못한 그리고 이루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매년 그래왔듯이 나는 또 일의 바쁨 와중에 여행을 가는 선택을 했다. 10일간의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가고자 하는 나라를 살펴보았다. 프라하, 비엔나, 뮌헨으로 이어지는 루트와 지난 2013년에 다 둘러보지 못한 파리를 갔다오는 루트, 그리고 주변의 강력한 추천과 ‘꽃보다 할배’를 보고 추가한 스페인루트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제치고 나는 포르투갈을 선택했다.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나는 이른 아침 광화문 교보문고로 발길을 향했고, 그 날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서적이 ‘리스본행 야간열차’였다. 그리곤 무엇에 홀렸는지 몰라도, 바로 그 야간열차를 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주인공처럼 스위스 베른에서부터 26시간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발한다면 단 하룻밤의 여행이 가능했다. 그리곤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바로 마드리드 IN – 포르투 OUT 비행기표를 구매하였다. 무엇이 이 때의 결정을 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본 리스본의 따뜻한 색감이라기보다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의 주인공이 부러워서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주인공이 홀린 ‘포르투게스’라는 마법의 단어는 내게 없었지만 주변의 것을 정지시켜 놓은 채 며칠 전부터 다가오고 있던 알 수없는 답답함, 두려움을 알아보고자 포르투갈로 향햐기로 결정했다.


– 여정의 시작 (이 때부터는 일기장에 적힌 일기를 바탕으로 적어본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따라나선 여행이지만 우습게도 소설, 영화 그 어느 한쪽도 완독, 완람하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왔다는 핑계거리가 있었지만, 소설은 그 특유의 긴 호흡때문에,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급박한 전개때문에 보다가 스스로 중단해버렸다. 영화는 파리여행에서처럼 도시를 다녀온 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기위해 여행 끝난 뒤로 미뤘다. 소설은 인천공항에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된 책의 저자 ‘프라두’의 인생을 찾아 나가며, 포르투갈의 역사와 삶, 그리고 언어라는 면에서의 그의 생각과 프라두의 생각을 사색해나가는 전개이다. 책의 앞 부분은 지금의 내가 그런 것처럼,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그로인해 현재의 안정된 상황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두려움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리스본으로 향하는 야간열차안에서 프라두의 책을 읽으며 그가 느끼는 프라두의 인생, 그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사색을 묘사한다.
비행기 안에서 책의 전반부를 다 읽었다. 그리곤 나는 왜 이 여정을 시작했는 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았다. 힐링여행? 관광여행? 이 여정을 보낸다고해서 내안에 있는 답답함,두려움이 해결될까? 수많은 물음표만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곧 잠들었다.


– 찬란한 햇살의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야간열차를 타기위한 여정의 출발점. 택시를 타고 들어오면서 눈에 비친 마드리드의 거리는 쓸쓸했다. 화려함을 뽐내는 마드리드의 건물, 하지만 텅 빈 거리는 나를 반겨주지 않는 듯 했다. 처음 맞이한 마드리드는 칠흑과 같은 어둠으로 나를 맞이했다. 한 밤중에 Puerta del Sol(솔광장)에서 바라본 동상에, 온통 어둠으로 칠해진 거리에 압도되어 나는 바로 호스텔로 체크인했다. 출국 전날까지 한 운동의 여파일까, 압도된 것 때문일까, 첫 날은 피곤함에 침대에 바로 파뭍혔다.
아침에 바라본 마드리드는 따스한 햇살로 나를 맞이했다. 따스하다 못해 강렬한 햇살은 내가 스페인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어젯밤과 다른 이 이질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에 둘러쌓여 잠시동안 거리에 서있었다. 마드리드에 온 목적은 단지 하나다, 야간열차를 타는 것. 딱히 다른 일정은 없었기에,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프라도 미술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 크기는 가히 3대 미술관이라 불릴만하였고, 중간중간 허리와 다리가 아파 쉬어가며 관람을 하였다. 전체적으로 프라도 미술관이 주는 느낌은 파리 ‘오르셰’, ‘오랑주리’의 그것과는 달랐다. 아마 작품의 특성때문이라.. ‘기독교의 역사를 공부하고 왔으면 더 좋을 뻔했구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잠시 미술관에서의 휴식을 마치곤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드리드의 햇살이 포근히 감싸주고, 한 없이 즐거운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나는 잠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편안함이지” 혼자 되뇌이고는 마드리드의 거리와 공원을 혼자 거닐었다. 이 사람은 왜 걷고 있을까, 이 건물은 왜 이렇게 홀로 서있는 것일까, 낮에 마시는 맥주가 부럽구다 나도 마셔볼까하며 오후내내 거리를 걸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숙소에 돌아왔다. 건물로 들어오자 피부에서 전해져오는 햇살의 따스함이 사라지고, 이내 차가운 쓸쓸함이 몰려왔다. 이제 겨우 여행 둘째날이다. 큰일이구나.


-리스본을 향해
마드리드에서의 셋째날은 이동일이었다. 남는 시간에 레알마드리드의 성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을 탐험한 후, 숙소에서 푹쉬다가 야간열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마드리드의 기차역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긴 거리를 이동하는지라 사람들의 짐이 컸을 뿐이다. 출발시간이 다되어 28인치쯤 되보이는 캐리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탑승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는 이 열차를 타보기 위해 포르투갈까지 날아왔다. 어찌보면 16일간의 여행 셋째날, 나는 내 여행의 목표를 다 이루는 것이었다. 플랫폼에는 새벽의 심연으로 나를 이끌 열차가 오랜 시간을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처럼 침대칸이 아닌 좌석칸에 앉은 뒤 생각했다. 그레고리우스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그는 후회했을까? 지금의 나는 그레고리우스처럼 기차만 내리면 다시 내가 정지시켜놓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만, 여느 평범한 다른 이들처럼, 기대에 찬 즐거운 유럽여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는 있었다. 당장 기차 밖으로 나가 공항으로 간다면, TV에서보던 바르셀로나나,  프랑스의 아를을 향해 갈 수 있었다. 정말 순간 가슴이 밖을 향했지만,  어차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여행을 가보자 하고 의자에 내 몸을 뉘였다. 소설 속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처럼 식당칸으로 이동해 술을 한 잔하지는 않았다. 술을 마시다 잠들어버리면 내내 기다려온 이 순간이 달아날까봐, 이 순간을 잡기 위해 조용히 좌석에 앉아 기차가 이끄는 곳, ‘리스본’을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이 경험은 훗날 다시 되새겨 질 수 있을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 –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 리스본, 그 허무한 도착
얼마쯤 시간이 지난 것일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나는 잠들어 있었다. 분명 나는 야간열차안에서 엄청난 사색을 거치며 나를 찾아갈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사색이 던져주는 피곤함을 이기지못하고 금방 잠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찾을 내 자신은 애초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순간 밀려드는 허무함에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물러터진 각오로 여행을 떠난 것이라니, 나 자신에 어이없어 하던 중, 기차는 내 목적지 Lisboa, Santa Apolonia(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역)에 도착하였다. 숙소가 위치한 Rossio역까지는 지하철을 또 타야했다. 지하철을 타고, 호시우역에 도착하자 드디어 리스본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닮은 건물들, 울퉁불퉁한 돌이 깔린 돌바닥,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울러진 색감. 이 따뜻함, 그래 이 따뜻함이 내가 상상하던 리스본이었다. 일전에 나자신에 실망해, 쳐저있던 기분은 어느새 잊혀져버렸다. 예약해둔 한인민박에 체크인을 하고는 곧 리스본의 시내로 나왔다. 나는 리스본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리스본은 내게 어떻게 다가올까?


– 아홉개의 언덕, 리스본.
민박집 사장님이 알려준 영화의 촬영포인트들을 먼저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푸니쿨라(가파른 리스본의 언덕을 오르긴 위한 트램처럼 생긴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 위의 거리는,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신기함보다는 익숙함이, 위압감보다는 친숙함이 몰려왔다. 골목 골목을 거닐며, 리스본 사람들이 사는 삶을 구경했다. 어느 새, 무엇을 찾으러 온 ‘나’ 보다는 리스본 사람들의 발자욱을 따라가고 있는 내가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어 건물 하나 하나, 골목 하나 하나를 찍으며, 그들의 삶을 최대한 따라가보려 했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영화의 촬영지인 ‘프라도’의 집 부근에 도착했다.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프라도의 집으로 향하는 그 언덕을 한걸음 한걸음 거닐며 기대한 그 화면이 나타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 집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사중이었다.”아, 무언가 처음부터 안맞는구나.”  순간 그레고리우스는 그다음 뭘했더라하며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가고자 했던 그 집을 들린 후, 리스본 여기저기를 자신의 일상처럼 돌아다녔다. 안경을 맞추러 가고, 의사와 대화를 하고, 다시 프라도의 책을 읽고 그와 대화를 하고…. 공사중인 집을 보자, 그를 따라다니는 여행은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을 따라다니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단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무언가를 내려놓고 어딘가로 가고 싶었을 뿐, 그리고 그와 같은 방법을 택한 것 뿐이었다. “야간열차를 타는 것.” 이 사실을 깨닫자 또 한번 헛웃음이 몰려왔다. 포르투갈로 여행지를 정한 단순한 이유때문이랄까. “단순한 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를 접고, 어디가 나올지 모르지만, 건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파란 바다를 보러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저 담아두고 싶었다.


– 따뜻한 색 블루, 리스본
리스본의 나머지 일정을 첫 날과 다르지 않았다. 누구와 같이 움직이지는 않고, 혼자서 리스본의 이 곳 저곳을 다녔다. 아침에 나와 에스프레소 한 잔과 빵 하나로 요기를 하고, 리스본 사람들의 여유를 따라다녔다. 파리의 샤를궁과 같은 전망을 보여주는 공원에도 올라가고, 리스본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궁에 올라 해가 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에는 다시금 소설 속 주인공을 불러내 보았다.

“사람들은 가끔 정말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일전에 한국에서 느끼던 알 수 없던 답답함과 두려움은 다른 진짜 두려움에 가려진 것이었나하는 생각으로 시작해, 그 진짜 두려움은 무엇인지, 그 두려움의 원인은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인가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두려움은 착각에 가득한 환상이요, 무지인걸까? 아니면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바쁜 생활에 쫓기던 내 뒤에 수어있어 깨닫지 못했던 것을 지금 막 깨닫고 있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리스본에서의 5일은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5일이었다. 내가 걸은 리스본은, 한국에서 내가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던 탈출구, 안식처였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움 풍경,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는 내가 바라던 것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깊숙히 내려가본 내 내면의 생각은 내게 두통과 쓸쓸함을 안겨다 주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 ‘잠시 쉬었다갑니다’, Nazare(나자레)
포르투갈의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한 없이 펼쳐지는 들판, 그 가운데 돌고 있는 풍차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양들. 다음 행선지를 거쳐 빨리 벗어나려고만 하는 내 마음이, 초조함이 느껴졌다. 수시간을 거쳐 드디어 나자레에 도착하였다. ‘조용한 항구도시 나자레’, 가이드북이 표현한 나자레다. 그리고 그것은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성수기가 아니라 사람들은 드문드문 있었고, 바람이 불지 않는 이 조용한 항구도시는 내가 잠시 쉬었다 가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일전에 리스본에서의 머리아픔을 잠시 식히고 가자고 생각했다.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과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은 다른 것일까? 나자레에서는 행복한 일들만 상상했다. 어쨌든 또 다시 내 내면의 공간으로 들어간 셈이긴 하지만, 내 기억속에 잠재되었던 행복했던 순간과 그 추억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같이 왔으면하는 사람까지…  아마 이 순간 ‘페트로눔’마법을 썼다면 패르토누스로 커다란 고래 한 마리쯤 나오지 않았을까? 

*페르토놈 마법: 정확한 이름은 익스페토 페르토눔. 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공격?및 방어 마법이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록 마법이 강해지고, 그 크기는 패르토누스라는 형상화되어 보여진다.


– 건국의 도시, Guimaraes
누군가가 말했었다. 포르투갈은 쓸쓸한 도시라고. 도시자체가 아름답지 않은 것도, 지루한 것도 아니다. 혼자 여행한지 어언 10일이 넘어가서 일까, 아님 단순한 외로움일까. 기마랑이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시 환기된 배경으로 인해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덮쳐온다. 손을 잡은 노부부, 사랑을 표현하는 연인, 포르투갈은 이런 곳이다. 멈춰있는 듯하지만, 멈춰있지않은 그래서 모든 것을 정지시켜 놓고 온 내가 더욱 쓸쓸 한 것일까.. 그곳에서 난 멈춰있었다. 그래서 오늘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 여행의 마지막, Porto
포르토로는 일찍이 도착했지만, 도착한 다음 날 바로 기마랑이스로 이동했었다. 포르투에서의 5일은 그저 매일 같은 코스를 걷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숙소를 나와 철골로 된 Ponte de Luis다리를 지나 도우루 강가변을 산책하고, 다시금 반대편으로 건너와 구 시가지를 둘러보고, 그리곤 이따끔 와인 한 잔에 취해 다시금 내 안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땐 이런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_앞으로의 삶은 이와 같은 일상의 반복이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이 잠시 흥분감과 두려움을 주겠지만, 이내 나는 호기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덧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떠나는 걸까, 내가 지나간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까.
여행의 막바지에 느낀 것은 나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이별을 하지못하고 남겨두는 과거가 두려웠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것때문에 곧 내가 맞이할 새롭고, 낯선 환경에게까지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닐까.


–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포르투갈에서의 일정이 다 끝난 지금에서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마저 읽는다. 이전에는 소설/영화가 주는 긴호흡/지루함에 완독/완람을 못했었지만, 지금은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며, 주인공이 되어보며 두 번째 여행을 하고 있다. 그가 그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그 때 주인공을 감싸고 있던 환경이 어땠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원했던 여행은 주인공과 같은 내면의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을 무엇일까? 내면의 세계를 제대로 살펴본 것일까? 모든 것이 물음표로 남은 채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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