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12월 1일

by 엄태용


12월 1일 일요일, 오전 11시 41분

전화가 왔다.

발신자: 우리은행

"네, 안녕하세요."

"고객님, 우리은행입니다. 동원아파트 담보대출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심장이 뛰었다. 또 무슨 일인가.

"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현재 이자 납부 잘 되고 계시고요, 특별히 문제될 건 없어서 안내 차원에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송도 오피스텔은 연체 중이다.
하지만 신혼집, 동원아파트는 이자를 잘 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후

변호사 사무실에서 메시지가 왔다.

변제금 확정 안내

나는 화면을 열었다.

개인회생 변제금 안내

변제 기간: 2026년 1월 25일 ~ 2029년 1월 25일 (36개월)
월 변제금: 3,047,000원
총 변제금액: 109,692,000원

변제금 납부 방법:
법원 지정 계좌로 매월 25일 자동이체

주의사항:
변제금 납부를 2회 이상 연체할 경우 개인회생이 폐지될 수 있습니다.


나는 숫자를 다시 읽었다.

3,047,000원.

내 월급은 320만원이다.

320만원에서 304만 7천원을 내면, 남는 돈은 153,000원.

15만원.

한 달에 15만원으로 살아야 한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아내가 있다. 아내 월급 140만원을 합치면 155만원. 우리 둘이 한 달에 155만원으로 살아야 한다.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통신비, 식비.

계산을 해봤다.

불가능했다.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이 304만 7천원 중 절반, 약 152만원이 송도 오피스텔 채무 상환에 충당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빚.
내 명의로 빌린, 하지만 아버지가 쓴 돈.
10년간 월세 한 번 받지 못한, 그 빚.

3년간, 나는 매달 152만원씩 아버지의 빚을 갚는다.
총 5,472만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저녁

문자가 왔다.

나는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신세진 게 없다.

10년 전, "넌 공무원이라 대출 한도가 높아서 좋다"며 내 명의로 2억 2천 7백만 원을 빌렸다.
10년간 나는 1억 원의 이자를 갚았다.
월세는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22일, "어쩔 수 없다. 너도 개인회생해라"고 했다.

이제 나는 3년간 매달 152만원씩, 총 5,472만원을 아버지 빚으로 갚는다.

그런데 아버지는 "신세진 게 없다"고 한다.

"변제금 한 달에 3,047,000원씩 1월 25일부터 3년간 내야 합니다.
내 한 달 월급이 320만원입니다.
변제금의 50%가 송도 채무 상환에 충당됩니다.
아버지는 나한테 이렇게 빚을 떠넘기고 '신세진 게 없다'는 말이 나옵니까?"

나는 문자 창을 닫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대출을 해드리지 말걸.

2014년 10월.
공무원 임용 3개월 차.
아버지의 전화.

그때, 거절했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아직 신입이고, 제 명의로 그렇게 큰 대출은 못 받아드립니다."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착한 아들이고 싶었다.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네가 오빠니까 참아야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참았다.
그래서 대출을 해드렸다.

10년 후, 그 대가가 이것이다.

월 304만 7천원.
3년간 1억 970만원.
한 달 생활비 15만원.

그날 밤

나는 계산기를 꺼냈다.

3,047,000원 × 36개월 = 109,692,000원

1억 970만원.

송도 오피스텔 대출 원금이 2억 2천 7백만 원이니까, 3년 후에도 1억 1천만 원이 남는다.

3년간 매달 304만원씩 갚아도, 빚은 절반밖에 줄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절반 중 절반은 아버지의 빚이다.

나는 계산기를 덮었다.

아내가 방에서 나왔다.

"괜찮아?"

"응."

"거짓말."

아내가 내 옆에 앉았다.

"변제금 나왔어. 월 304만원."

"...뭐?"

"우리 월급 합쳐서 460만원인데, 304만원 내면 156만원 남아."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내가 말했다.

"왜 네가 미안해?"

"내가... 10년 전에 거절했어야 했는데."

아내가 내 손을 잡았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아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12월 2일, 새벽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2026년 1월 25일부터 3년간.

법원이 내 월급에서 304만 7천원씩 가져간다.

이유는, 아버지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 때문에.
아니, 투기 때문에.

대출을 해드리지 말걸.

그 후회가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2014년 10월의 나에게 "거절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3년.
36개월.
1,095일.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월급의 95%.
한 달 생활비 15만원.
아버지의 빚 5,472만원.

숫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2014년 10월.
핸드폰을 들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

꿈속의 나는 말한다.

"아버지, 죄송하지만 제 명의로는 대출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는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베개가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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