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

by 엄태용

아버지와 연을 끊고 나서도 목욕탕에 갈 때마다 마음이 묘하다.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를 보면 문득 저런 게 좋겠구나, 아버지가 있어서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나를 속이고 착취했던 사람인데도 그런 생각이 드는 내가 스스로 밉다.

오늘 상담 선생님이 그러더라.
내가 관계 중심으로 세상을 너무 많이 본다고.
객관적인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3자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당신 부모님은 이기적이고 착취적인 사람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내 인생이 더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소중한 내 아내를 위해서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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