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집회 후기(2026. 3. 26.)
아버지의 빚을 대신 지러 가는 날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 일찍 도착했다.
그래도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각자의 사연을 등에 지고,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서둘러 확약서를 작성했다. 미리 적어온 개인회생 사건번호를 또박또박 옮겨 적으면서, 손끝이 조금 떨렸다.
TV에서만 보던 법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몰랐다.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이후로도 삼십여 명이 조용히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변제금을 세 번 이상 납부하지 못하면 개인회생이 폐지된다는 안내가 법정 안을 낮게 울렸다. 다행히 나는 성실히 이어왔다. 단 한 번의 미납도 없이.
아내의 도움 없이는 걸어올 수 없는 길이었다.
아내의 허리디스크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걱정이 말 앞에 먼저 쌓인다.
판사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호명될 때마다 사람들은 확약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지옥의 심판을 기다리던 장면이 겹쳐 보였다. 저마다의 죄목과 사연을 안고, 심판대 앞에 서는 그 장면.
제일 마지막으로 내 이름이 불렸다.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확약서를 제출한 뒤, 법정을 나왔다.
문밖으로 걸어 나오며 생각했다. 이것은 아버지의 죄를 대신 비는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내가 내 삶을 지키겠다고 서약하는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