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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l 27. 2016

당신의 도시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습니까?

2016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 ‘문학이 기억하는 도시: 서울, 아시아’

취재 가는 길,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시청 앞에서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쳤다.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자신들의 언어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방인들에게 서울은 어떻게 기억될까. 만약 그들이 경복궁 일대를 돌았다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홍대와 강남을 방문했다면 불이 꺼지지 않는 밤의 도시로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날씨 운이 없어 항상 비가 오는 축축한 도시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서울을 경험한 이들과 다르게 아직 이곳에 온 적이 없는 타국의 누군가는 문학을 통해 서울을 기억할 것이다. 자국의 언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을 읽고 자국 문학가들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 이곳의 공기와 풍경을 상상한다. 나 역시 번역된 세계문학을 읽으며 그들의 도시를 기억한다. 오르한 파묵을 통해 이스탄불을 떠올리고 폴 오스터를 통해 뉴욕을 상상한다.      




문학이 바라보는 서울     


문학은 도시를 끊임없이 그려낸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작가들이 서울을 문학적으로 의미 있게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2016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은 ‘문학이 기억하는 도시: 서울,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각국의 작가들을 초청해서 열렸다. 몽골,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 터키까지 총 아홉 개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서울을 둘러보고, 낭독회와 간담회를 통해 아시아 문학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 3일 차인 7월 1일에는 ‘리딩 아시아(Reading Asia)’라는 낭독 공연과 낭독회가 진행되었다. 

이 날 워크숍에서는 문학계 인사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한 샤오궁의 단편소설 ‘서강월’을 재구성한 공연을 기다렸고,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아시아 작가들의 낭독을 기대하며 자리를 가득 메웠다. 남성중창단 이로스의 노래로 시작한 ‘리딩 아시아(Reading Asia)’ 프로그램은 전승희 번역가가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로 진행되었다.     




아시아의 도시를 읽다  

   

이날 공연은 중국 소설가 한 샤오궁의 단편소설 ‘서강월’을 극단 동네풍경이 낭독극의 형태로 펼쳤다. 한 샤오궁은 수필집 ‘산남수북’을 통해 루쉰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고, 이날 낭독공연을 맡은 극단 동네풍경은 우리 동네라는 표현이 어색해진 현대 사회에서 ‘동네’가 주는 따듯함과 정겨움을 되살리고자,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연극적 언어로 표현하는 창작집단이다. 프로젝터를 통해 소설의 앞부분이 스크린으로 소개되고, 이어 소설의 후반부를 낭독공연을 통해 이어나갔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각국의 작가들을 위해 통역가들이 공연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배우의 낭독과 아홉 개국의 언어가 혼재했다. 각국의 언어들이 부딪치는 것이 곧 공연 일부가 되었다.     

이어진 낭독회에서는 아홉 개국의 작가들이 무대로 올라와 자신들의 도시에 관해 쓴 에세이를 자국의 언어로 읽는 시간을 가졌다. 몽골의 푸릅후 바트호약, 인도네시아의 신따 유디시아 위수단띠, 인도의 판카즈 두베이, 필리핀의 산드라 롤단이 먼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도시에 대한 수필을 읽어나갔다. 눈으로는 스크린에 번역된 에세이를 읽고, 귀로는 작가들이 자신의 언어로 낭독하는 소리를 들었다. 작가들이 자국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마다 그 도시를 채우고 있을 말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작가가 지금 어디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 언어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통해서 그들의 도시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중국의 한 샤오궁,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타르, 태국의 쁘랍다 윤, 터키의 네르민 일디림이 낭독을 이어갔다. 그들 각자의 도시는 너무나 다르지만, 문학을 통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같았다. 잠시 머무른 곳이지만, 그들에게 서울은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했다. 아시아 작가들의 서울에 대한 에세이는 이후 연희문학창작촌이 발행하는 연간지 <2016 연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시리딩 아시아(Reading Asia)     


아홉 명의 아시아 작가들의 결과물은 낭독뿐만 아니라 전시로도 진행되었다. 시민청 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에는 아홉 명의 작가의 구체적인 프로필과 오늘 낭독되었던 에세이가 전시되고 있었고, 또한, 김남일, 찰스장, 김봄, 김경진, 이혜원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설치 작품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2016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 ‘문학이 기억하는 도시: 서울, 아시아’를 통해 국내외 작가들이 교류하고, 각국의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서로가 기억할 수 있는 도시가 늘어났다. 이런 기회들을 통해 서울이 문학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아시아의 도시들을 소개해줄 작가를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시는 작가를 낳고, 작가는 도시를 낳는다.”는 말을 되새기며 우산을 펴고 시민청을 나섰다.



관련 기사 보러가기


[몽골·인도·인도네시아 3人의 '서울 日記'] 조선일보 (2016.07.04.) 

http://goo.gl/xCdSh6


[조용호의 나마스테! - “수백만 벵골 여성들 전쟁 때 수난… 위안부 고통에 연대 의식”

방글라데시 소설가 샤힌 아크타르 ] 세계일보 (2016.07.07.)

http://goo.gl/Zb9b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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