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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Apr 04. 2017

문래의 예술을 부탁해 - 문래예술공장

문래창작촌과 문래예술공장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주인공 센이 신들의 세계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다룬다. 신들의 세계는 불현듯 센 앞에 나타났고, 센은 홀린 듯 그 세계로 들어갔다. 우리는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이렇게 걷다 보면 센과 치히로의 ‘센’처럼, 신비로운 세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문래창작촌은 내게 그런 경험을 선사했다. 영등포의 타임스퀘어와 신세계 백화점을 지나 주변 건물들이 낮아지는 것을 알아차릴 쯤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났다. 철공소에서 나는 것이었다. 이는 문래창작촌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었던가. 강렬한 소음과 냄새가 가득 차고, 곳곳엔 예술 작품이 즐비한 곳. 나에겐 이 공간이 ‘신들의 세계’였다. 

문래창작촌은 자생적 예술마을이다. 90년대에 철공소 밀집 지역이 쇠퇴하면서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홍대, 대학로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창작촌’을 형성했다. 이후 남아있는 철공소들과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어우러지며 지금의 문래동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곳에, 문래창착촌과 국내외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문래예술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문래예술공장(이하 예술공장)은 서울시 컬처노믹스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서울시창작공간’이다.  유휴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예술가에게는 창작 공간을 제공하며, 시민들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마련하고자 시작되었다.  2010년에 개관한 예술공장은 문래창작촌의 예술 역량을 증진시키고 예술가들의 활발한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4층 예술가 호스텔(좌), 3층 포켓갤러리(우)



                                                    3층 카페(좌), 3층 녹음실(우)


예술공장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꼭대기 층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국제 호스텔이 있다. 작고 아담한 방이지만 세탁시설, 주방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매번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특히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예술가들의 이용 문의가 쇄도한다고. 
  
3층에는 포켓갤러리, 녹음실, 영상 편집실이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 지원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또한 로비에는 작은 부엌이 딸린 카페가 있는데, 예술가뿐만 아니라 예술공장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2층 박스씨어터(좌), 1층 스튜디오M30(우)



2층에는 박스씨어터가 있다. 공연장의 형태를 취하지만 다목적 발표 공간으로도 쓰인다. 1층에는 다목적 공간 스튜디오M30이 있다. 이곳에서는 제작,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널따란 공간이 무용 연습실을 연상시키면서도 한쪽에는 중장비 같은 것들이 있어 작업실의 느낌도 주었다. 

이 공간들은 정기, 수시 대관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5월 중으로 하반기 정기 대관 신청을 받으니, 예술공장이 주는 혜택을 놓치지 말고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상생의 가치, 문래예술공장의 ‘공공환경 프로젝트’


촬영매너 안내판 <아 다르고, 어 다른 말하기>
프로젝트 <문래의 50가지 그림자>
길냥이 아트 식판
프로젝트 <컬러셔터>
아트선팅


문래예술공장은 적극적으로 지역과의 협업을 추구한다. 이는 예술공장이 추진하는 사업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첫 시작을 알린 ‘문래창작촌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문래창작촌의 예술가들과 철 가공 엔지니어들이 문래동의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후 2016년에는 ‘공공환경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꾸었고, 문래창작촌 만의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문래창작촌엔 '촬영 금지' 안내판 대신, 순화된 말과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한 안내판들이 있다. 이는 모두 촬영 매너 안내판 <아 다르고, 어 다른 말하기> 프로젝트 덕택이다. 문래창작촌이 형성되고 방문객들이 늘면서 무분별한 사진 촬영이 잦아졌다. 이에 철공소 관계자들의 초상권을 지키기 위한 '촬영 금지' 안내판이 부착됐는데, 공공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안내판들은 좀 더 재치 있는 작품으로 변모했고 철공소 관계자들과 예술가들의 상생에 크게 기여했다. 

80년대 철공소 입간판에 사용되던 글자체를 재해석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 철공소 외관을 장식하는 <아트선팅> 프로젝트도 있다.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문래동 골목길에 감각적인 외관을 가진 철공소가 있다면, 문래예술공장을 떠올려주길.  이 외에도 길 고양이 급식판 제작 프로젝트인 <길냥이 아트 식판>, 낙후된 철재 셔터에 도색작업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컬러셔터> 프로젝트,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는 조명 제작 프로젝트인 <문래의 50가지 그림자>, 점멸식 조명 제작 프로젝트 <문래동 청사초롱>이 있다.  

그래서인지 문래는 나에게 신비로운 세계였다. ‘상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문래에는 다양성이 공존한다. 문래동 거주민, 철공소 사장님들, 예술가들, 그리고 그곳에 방문하는 관람객까지. 이는 문래예술공장과 문래창작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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