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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n 16. 2017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관람기

아무나, 아!문화! PD

요즘 콜드플레이의 <Something Just Like This>라는 곡을 즐겨듣고 있다.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후렴구의 중독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사가 전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 때문이기도 하다.

전설 또는 신화 속에서 아킬레스,
헤라클레스, 스파이더맨, 배트맨은
그들의 뛰어난 능력과 힘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난 내가 의지할 수 있고
키스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늘 특별한 것을 원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길 원하는 세상에서 이 노래의 한 구절이 위로가 된다. 뛰어나지 않아도, 최고가 아니어도 나라는 존재가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다.



나를 위한 선물 준비하기


음악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나의 취미생활이자 매일매일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공연 현장에서 느끼는 전율과 열정은 일상의 피로를 해소해주고, 음악은 위로를 주고 감정을 치유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공연은 놓치지 않으려고 미리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티켓 예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알람을 맞춰놓기도 한다. 때로는 1년 전에 미리 예매를 해둔다.

나의 2017년 다이어리에 적힌 첫 번째 공연은 4월 15~16일에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였다. 첫 내한 공연인 만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티켓 예매부터 녹록지 않았다. 12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점심은 건너뛴 채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대학교 수강신청보다 더 긴장되고 경쟁이 치열한 순간이었지만 이 또한 공연이 주는 짜릿한 경험 중의 하나가 아닐까.

1 공연 시작 전 기념 촬영. 2,3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공연장. 4 LED 발광 팔찌와 입장 팔찌.




D-day, 살아 있음을 느끼다


라이브 공연 현장이 전하는 에너지는 중독성이 있다. 그 중독성에 이끌려 공연 기획사에서 일을 한 적도 있는데 기획자로서 무대 뒤에 있을 때나, 관객으로 무대 아래에 있을 때나, 공연 현장은 언제나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크리스 마틴이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미디어를 보면 분리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도 서로 동떨어져 있으며 갈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공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도 역시 모두 하나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공연 시작 전부터 나는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입장 대기를 위해 줄을 설 때부터 관객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으로 질서 있게 기다렸다. 우왕좌왕하거나 기다림에 지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공연장 입장 후 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견디기위해 낯선 옆사람과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가져간 과자들을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공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나누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조명이 꺼지고 첫 곡이 시작됐다. 그리고 연달아 두 번째 곡 <Yellow>가 흘러나왔다. 시작한 지 2분쯤 지나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음향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놀라는 찰나, 스크린에 노란리본이 나오고 마틴의 음성이 들려왔다. 세월호 3주기를 기리며 희생자 모두에게 사랑을 보내고 이들을 기억하는 의미로 10초간 묵념한 후 다시 공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노랗게 물들었던 조명이 꺼지고 모든 빛이 사라지자 주위가 숙연해졌다. 사람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기도했다. 잠시나마 콜드플레이와 5만 명의 관객이 하나가 되고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이었다. 추모의 시간은 10초로 짧았지만, 그 순간의 강렬함은 100분 이상이었다.

대표적인 히트곡 <Fix You>와 <Viva La Vida>가 이어지면서 객석은 흥분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또 누군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누군가는 신이 나 방방 뛰며 공중에 온몸을 던지기도 했다. 뜨거운 열정의 에너지로 충만했던 콜드플레이의 라이브 무대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공연 전 콜드플레이의 팬은 아니었지만 남들이 가니까 가보겠다던 친구 한 명은 “음원을 마네킹이라고 표현한다면 라이브 공연은 정말 살아 있는 실체를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콜드플레이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관객이 주최 측에서 나누어주는 LED발광 팔찌를 손목에 착용하고, 이 팔찌들을 음향과 조명 부스에서 조절하여 시시각각 다양한 빛깔을 내는 진풍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LED 발광 팔찌를 통해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참여하게 만들어 몰입도를 높인다. 사운드, 미디어, 조명, 무대효과 등 최고의 시스템과 화려한 구성으로 꾸며진 공연은 종합선물세트 같았고, 단순히 음악 공연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온 느낌이었다.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일상


다음날 월요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이었지만 나의 출근길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흥겨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향했다.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공연장에 날리던 꽃가루 종이들이 한 움큼 만져졌다. 혼자 피식 웃으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했다. 종일 무의식중에 <Something Just Like This>를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일상 속 모든 스트레스가 치유되고 삶을 싱그럽게 새출발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문화예술을 통해 또 한 번 위로를 받았다. 예술은 나에게 있어 삶에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영양제가 분명하다.



아무나PD의 콜드플레이 공연 현장 스케치




글 김해나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실
사진 김해나, 전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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