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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Sep 15. 2017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묻다

위원장 선임보다 개혁방향 논의가 먼저

지난해 말부터 문화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지원 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해체에 준하는 개혁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예술위는 문화예술계와 최소한의 합의도 없이 7월 10일부터 신임 위원장 공모를 진행했다. 이에 문화예술계는 위원장 선임 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앞으로 예술위를 어떻게 운영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장을 먼저 선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되었다. 진행 중인 공모 자체를 중단하기보다는 예술위가 본래의 설립 취지를 회복하고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문화예술계의 염원이 모인 자리였다.

진행 | 김상철(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발제 | 권혁빈(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토론 | 김종선(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이은지(청년예술가네트워크 정책위원), 이씬(뮤지션유니온 교육정책팀장), 조재현(공연예술인노동조합 부위원장), 고영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임정희(문화연대 공동대표), 송경동(시인), 최승훈(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하장호(예술인소셜유니온 위원장) 
일시 | 2017년 8월 3일 오후 2시 
장소 | 서교예술실험센터 세미나실





[발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공모, 괜찮은가?
권혁빈(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저는 지금 시점에서 예술위의 신임 위원장을 뽑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지난 7월 31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기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나서 신임 위원장 인선을 진행하고 새로 임명된 위원장이 개혁 과제를 수행해나가는 방법도 있는데요. 현 정부, 장관과 새로 임명된 위원장 개인의 선의에 개혁 과제를 맡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이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기관들이 윗선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장관, 기관장 한두 사람의 인선에 따라 지원사업과 조직의 운영이 요동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 우리의 창작환경을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술위의 문제는 위원장 혼자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체부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들이죠.

현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예술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를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술위는 ‘정책의 일방적인 수혜자였던 문화예술인들이 정책의 입안자이자 수행자로 진입하는 곳’입니다. 원래 기관이 표방했던 바대로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예술인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지만 비상임위원의 수는 매우 적고, 인적 구성 역시 50대 이상 대학교수, 원로예술인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인선 자체도 문체부 장관의 승인하에 이루어집니다. 저는 예술위 정책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예술인의 숫자 자체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다 광범위한 예술인들에게 열어놓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몇은 여성, 지역에 할당되어야 하고 청년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구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형태로 예술인들이 직접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장르의 사업예산을 제안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방향에 따른 소위원회가 아니라 장르별 소위원회 형태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관료 조직에 대한 견제입니다. 지금 예술위는 지원행정기관의 성격이 강하고 관료조직의 권한이 생각보다 큽니다. 각 사업별 심의위원을 선정하고, 사무처 관료들의 인선은 사실상 사무처장이 수행합니다. 신임 위원장은 관료조직들의 자의적인 일처리 방식을 통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료들의 개입 문제도 있습니다. 문체부 산하기관들은 민간에서 공모한 기관장을 두고 있지만 실제 사업은 문체부와 기관 실무자들 간의 전화 통화로 이루어집니다. 예술위 기금은 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사용해야 함에도 쪽지예산이라든가, 문체부에서 내려보낸 예산을 실무자들끼리의 조율만으로 사용하는 구조를 극복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제안은 창작지원사업의 투명성 확보입니다. 예술위를 예술행정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가 이루어지는 기관으로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창작지원사업의 집행과정 전체를 예술인들이 평가할 수 있을 때 통제가 확실하게 이루어집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심사위원, 심사 과정, 심사 결과는 의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수혜를 받는 주체들이 심사위원이나 심사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내부 의결구조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술위 신임 위원장보다는 문체부와 장관에게 요구하는 사안이 많습니다. 문화예술제도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그 권한을 예술인들에게 이양해달라는 요구인 것이죠. 이 제안은 문체부가 스스로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김상철
오늘 토론회는 단순히 위원장이 누가 되는 것이 타당하냐가 아니라, 누가 되더라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화적폐’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김종선
저는 근원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공모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진행 중입니다. 당시 법률을 개정하면서 거의 모든 기관을 공무원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말만 위원회지 실제는 임명하는 방식이라 기관장과 다름없어요. 저는 반대로 수장들을 빨리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대로 임명해서 그 판을 바꾸지 않고 비워두면 모든 행정이 공무원 몫이 됩니다.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비전을 가지고 들어가는 게 기본 원칙인데 문제는 지금 그렇지 않은 거죠. 공고문을 보면 위원장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최소한 과거 정부가 만든 악법에 의해 임명하지만 실제 이 기관은 무엇을 할 것이고 위원장은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할 것이니 양해해달라는 말이라도 있어야죠. 새 정부가 시민정부를 표방한다면 문화 분야에 있는 부처들을 시민이나 예술가의 참여가 활성화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허울뿐인 시민정부는 사람 한 명 임명해놓고 모든 걸 맡기는 거거든요. 임명 후에 어영부영 시간이 가버리면 관료들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이 될 뿐이에요.
예술가와 시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위원회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장르별 자율적 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분야별로 한 명씩만 뽑다 보니 장년층으로 갈 수밖에 없고 보수정권에서는 보수적인 사람만 뽑을 수밖에 없죠. 장르별로 독자적인 위원회가 설립되면 그 안에서는 세대와 양성평등을 반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해요. 두 번째는 예산에서의 독립이 필요합니다. 예술위는 기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예산에 대한 자율성이 부족합니다. 보다 많은 국고가 들어올 수 있는 길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예술가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사무국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문제인데요. 개인적으로 행정 공무원은 비정규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행정을 공무원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할 수 있고 시민들이 참여해서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냥 공채로 뽑아서 평생을 정규직으로 두고 예술가 위에서 군림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고급 프리랜서가 공무를 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낫습니다. 위원들만 고정된 사무국과 영역 다툼하듯이 하니 안 되는 거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인데요. 예술위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예전 모델로 운영되었다면 그건 위헌입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닌 거고요. 민간인은 행정권을 직접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협치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고 기획예산처 예산 편성권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문체부에서부터 이를 과제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이은지
저도 예술위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에 대해 공감합니다. 그전에 수반되어야 하는 점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방향과 문체부의 정책적 의지, 위원장의 정책 방향 설정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살펴보면 예술인 창작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라는 목표와 제도는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고 그 개선 방법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내용은 협치 거버넌스를 통해 채워야 합니다. 현재 예술위 위원 구성은 10명 남짓인데요. 이들이 다양한 예술계 현장과 분야를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예술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금 더 확대된 거버넌스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위원들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창작지원 사업의 심사 기준은 경력 중심이라 청년예술가들이 예술계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술계도 새로운 세대의 도입이 필요하고,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청년예술가들의 성장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가 서울시와 포럼과 실태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올해부터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을 진행한 사례는 부분적인 협치 거버넌스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으로 확산되어야 할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예술위의 정책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청년예술가들을 위해 더 다양한 정책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권혁빈
예술위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많이 하는데 청년예술가들을 작업을 준비하는 단계의 예술가로 설정해놓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예술가 내에서도 아직 예술가가 아닌 유보된 존재로만 상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청년담론 자체가 예술계 내에서 재검토되어야 하고, 경력을 기준으로 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씬
저는 예술인들의 직업적 정체성과 생존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는데요. 창작환경의 개선은 지원금이 아니라 사실은 예술가들의 생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예술위나 여러 문화예술정책 자체가 변화된 한국 문화예술 산업 전반의 현황과 동떨어져 있는 오래된 정치적, 정책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노동의 당사자인 예술주체들에 대한 명확한 직업적 정체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접근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음악의 경우 기존의 툴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의 직업 분류 체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예술위는 노무현 정부의 ‘창의한국’과 ‘새 예술정책’에서 이미 훌륭하게 제시했는데 모두 이상하게 어그러졌고, 10년도 더 지나서 다시 무언가를 해보자고 하는데요. 밑바닥에서 시작하고 있는 여러 작업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기존의 예술조직과는 다르게 형성된 새 조직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상철
예술현장의 변화가 전통적인 예술위의 지원 체계나 정책 내에서 표집되지 않고 잔여적인 부분이 많은데 어느 순간 이 부분이 다수가 되는 상황이라는 진단 같습니다. 예총, 민예총으로 불렸던 예술단체 외에 유니온 등의 단체가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하고요.

조재현
여기에서 이야기된 것들을 정확하게 물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체부와 신임 위원장에게 정확하게 어떤 플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묻고 같이할 것을 강제하는 부분이 저희에게 있습니다. 촛불에서 요구했던 지점과 저희가 요구하는 지점은 새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문제, 거기에 대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또 바뀌는 구조가 아니라 실제로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부터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위원회를 장르별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문체부와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명확히 하고 논의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철
오늘 토론회를 바탕으로 예술위 위원장 공모에 대한 정리된 입장과 의견을 제출하려고 합니다.ㅇㄹㅋㅌㅇ1) 그래야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계가 침묵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요. 지금 단계에서 8월 5일 예정된 면접 심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장관에 의한 낙점 전에 위원장 후보에 대한 검증과 공론 과정을 거치자는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요. 크게 3가지를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원장 공모 과정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첫 번째 질문이 될 거고요. 두 번째는 우리가 예술위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공모제도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른 문화지원기구의 인선이나 공모 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부분까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승훈
문화산업 쪽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혁신과 원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현장의 불만이나 개선을 요구하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상황에서 많은 문화산업 단체들이 콘진원의 발전적 해체와 문화산업진흥 체제의 개편을 요구했고 대선 과정과 국정개혁 과제 수립 과정까지는 잘 반영되었는데요. 장관이 선임된 후 혁신의 논의 과정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배제되었어요.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TF위원들을 구성해서 서둘러 진행하는 이유는 새로운 원장이 오면 혁신 과제를 바로 추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문화예술 정책의 혁신 과제와 예술위 위원장 선임에서 겪고 있는 과정도 똑같은 유형 같아요.

김상철
예술위 위원장 공모가 다른 문화기구의 수장 선임에 앞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모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이후 문화기구의 수장 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저희도 지금의 수준에서 중단시키고 그 안에 공론 과정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넣어야 다른 문화기구들의 절차도 순연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뽑힌 후에 사후적으로 내부 개혁을 하는 것은 수장의 입장에서 더 힘들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외부의 요구를 받아서 안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야 밖에서의 의견이 관철되기 쉬워질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예술위 자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고영재
중요한 맥락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얼마만큼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문체부에게 이걸 받아라 말아라 하는 건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장관은 그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어요. 법으로 강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후보자들에게도 의무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시민사회가 여론을 만들어서 검증할 수 있는 토론회를 조직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후보자들도 참여하지 않을까요.

김종선
문화산업 쪽의 만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도 위원회 형태로 전환을 요구하고 콘진원을 해체하자고 이야기해요. 장관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고 지금 여러 상황들이 있으니 장관이 같이 참여하는 문화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회라도 한 번 하자는 것까지는 거부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추천된 사람들과 함께 예술위의 방향성에 대한 공론의 과정을 거치자고 하면, 이후 다른 기관에도 똑같은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요.



김상철
면접 심사 이후 추천된 인사 중에서 시급히 임명하지 말 것, 문화예술계에서 자체적으로 공론 과정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뜻이 되는 거고요. 적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예술위의 개혁 방안과 관련해서도 최소한 정부 측과 문화예술계가 책임을 같이 나누는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예외적으로 합의제 기구인 예술위의 위상을 별도로 한다는 것도 그 내용일 수 있고요. 재정과 관련된 내용도 기금 종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갈 수 있을 거고요. 현재 위원회 체계에서 바뀌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큰 틀과 방향 제시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장르별 소위원회의 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는 공통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 수단은 참여예산제적 방식, 위원을 선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추첨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형태입니다.

임정희
공모를 예술위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1차 서류 심사와 면접까지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된 거잖아요. 임원추천위원회 자체적으로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죠. 유예기간 동안 공청 절차를 밟자고 하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상철
이 절차가 법령 위반은 아니에요. 우리는 예술위의 위상을 합의제 기구로 이야기하고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집행하는 기구를 구상한다는 거죠. 예술위 수장의 정당성을 문체부 장관의 임명권만으로 보장해주면 합의기구가 되기 힘듭니다. 그렇게 선임된 사람은 운영권자에게 충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화예술계의 평가나 이해 과정을 선행하는 것이 자기의 정당성이 장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있다는 것을 강제하는 수단으로서 공론의 절차인거죠. 임명 절차를 뒤집을 수 없다면 개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재현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위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입니다. 내용적인 문제이고 어떻게 보장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뒤로 가고 요구가 선행되면 원하는 부분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권혁빈
어떤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첫 단추가 이렇게 진행되는 게 맞는지의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공모 자체를 어떻게 하자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논의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김종선
절차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장관의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고 문화계와 같이 뽑는다는 뜻에서 추천된 사람들과 장관이 같이 나와야 해요. 예술위의 전망이나 과제에 대한 토론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얘기해야지요. ‘예술계와 같이 위원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작하자’라는 정도로 가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송경동
기본적인 협치가 안 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나 예술위이기 때문에 공모 절차 전에 현장 문화예술계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지금 문화예술계가 연대해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킨 거잖아요. 진상 조사가 먼저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누가 선임되는지를 떠나서 예술위는 개혁이 필요하다, 현장의 문화예술계와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받고요. 나아가서 문화예술계와 어떤 상의나 존중 없이 위원장을 공모한 것에 대한 아쉬움 표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최승훈
문화산업 쪽에서도 문체부가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콘진원 혁신안을 만들어 발표해버리면 문화산업 진흥체제 혁신에 대한 논의 기회 자체를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지금 협회들은 문체부 혁신 TF를 거부하고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문화행정 전반의 문제로 넓혀서 문화예술단체들과 문화산업 관련 단체들이 서로 동일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얘기하면 좋겠습니다.

하장호
위원장 선출 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는 판단인 듯하고요. 위원장 인선이나 문체부 산하기관장 인선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 문체부 장관이 혁신에 대해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그림에서 인선을 진행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철
예술위 위원장 공모 과정은 단순히 한 기구가 아니라 문화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징후적인 것이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참조하거나 경청하는 부분에서 이탈하는 징후로 해석한다는 강력한 발언이 첫 번째라고 봅니다. 예술위 개선 방향과 관련된 합의 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한 항의나 의견 표명도 필요한 것 같고요. 새로운 예술위와 관련하여 장관과 위원장 후보들이 참석하는 구체적인 공론의 장을 제안하는 것, 이 3가지가 현재 얘기해볼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임정희
예전에는 예술위가 행정 절차상 합의할 수 있는 많은 통로를 만들어놓은 합의제 기구였는데 지금은 예술위 안에 현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없어요. 그동안 위원들도 허수아비로 있고 사무처에서 다 했던 거죠. 가장 나쁘게 바뀌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장과의 연계를 복원하는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김상철
문화예술 행정기구와 현장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적폐청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일 것이고요.

송경동
예술위 개혁을 책임 있게 하려면 우리가 TF를 꾸려서 문체부와 산하기관에 바라는 것을 전달하고, 어떻게 해야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주체가 되고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인들이 대응기구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문화예술계 안에서의 소통과 단결이 일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혁빈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예술위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다른 산하기관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문화는 유독 돈이 어디에 가느냐,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개혁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이제 덜어내고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토론회 이후 8월 5일 ‘가는 방향을 정해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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