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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n 01. 2016

텃밭, 그 이상의 옥상텃밭

서울예술치유허브 ‘내부순환텃밭’


촉촉한 흙에 작고 예쁜 씨앗이 심어진다. 그 위로 시원하게 물이 뿌려진다. 이제 씨앗은 햇빛이 한 아름 가득한 옥상에서 틔워질 준비를 마쳤다. 작은 텃밭에서 톡 하고 터져 나오는 생명의 신비로움이 도시 농부의 마음에 설렘과 풍요로움을 안긴다. 옥상 텃밭에는 토마토, 감자, 상추, 그리고 여럿이 텃밭을 가꾸며 사는 즐거움이 함께 자라 나간다. 



새로운 작물 심기



순환하는 텃밭     


서울예술치유허브(구 성북예술창작센터)의 옥상에 초록 세상이 펼쳐졌다. 늦봄의 따뜻한 햇볕이 옥상을 한가득 내리쬐니 푸른 이파리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든다. 텃밭 손님의 눈에는 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지만, 텃밭의 주인에게는 하나하나 분명한 이름으로 기억되는 소중한 작물들이다. 텃밭의 주인들은 연초에 옥상텃밭 가꾸기에 모집된 시민 커뮤니티이다. 2012년 서울예술치유허브의 입주 예술가 이혁종과 시민 단체 정미숙 선생님, 생태 강사인 유경미 선생님이 모여 시민들과 함께 옥상에 친환경 텃밭을 조성하는 ‘그린테라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허브의 간접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금에 이르렀다. 올해도 서울예술치유허브 온라인 카페와 동네 곳곳에 비치된 홍보물을 통해 텃밭을 함께 가꿀 열 명의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텃밭을 관리하게 되었다.


옥상 감자밭


“텃밭 커뮤니티에 매년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어요. 정말 다양한 동네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하나같이 모두 원만하고 착한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텃밭에서 한마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어요.”     


수확한 작물 다듬기


옥상텃밭 커뮤니티의 정식 명칭은 ‘내부순환텃밭’이다. 옥상에서 밖을 내다보면 옥상 높이의 내부순환로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텃밭을 가꾸는 일이 우리의 몸을 순환시키는 일이기도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5년째 텃밭을 가꾸다 보니 여기저기서 흩날려 들어온 씨앗들이 알아서 자생하는 신기한 일들을 통해 ‘내부순환텃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순환하는 생태계를 경험하는 일도 생겼다.     


“텃밭에 있는 깻잎, 방아잎, 개똥쑥은 저희가 심은 게 아니에요. 어디선가 날아와서 텃밭에 심어졌어요. 정말 신기하죠. 텃밭의 존재로 자연이 순환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텃밭 전경



텃밭 들여다보기     


내부순환텃밭에는 다양한 품종의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다음 달에 수확할 감자가 가장 많고, 토마토, 파, 상추, 오이, 고추, 가지, 당근, 루꼴라, 애플민트, 더덕, 도라지 등의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감자와 당근은 그 이파리를 싱싱하게 피우고 땅속에 숨어서 알을 꽉 채우고 있고, 고추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고, 파는 화려한 꽃을 피워 조만간 씨앗을 거두어야 할 때가 되었고, 상추는 아침에 수확한 것만 해도 몇 봉지가 나왔다.


옥상 텃밭 다양한 작물


“텃밭의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다양한 품종의 작물들을 가꾸고 맛보는 즐거움이 대단히 커요. 올해는 다양한 토종 콩들도 심었어요. 내부순환텃밭은 알찬 텃밭이에요.”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땅에 직접 농사를 짓는 것보다 병충해가 크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 보니 텃밭을 가꾸는데 드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약되어, 일이 고되지 않고, 딱 즐길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은 적지만, 얻는 수확물은 풍성하기에 만족도는 더욱 크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난황유를 만들어 벌레를 잡고, 난각칼슘, 오줌액비로 비료를 대신해 친환경 채소로 키우기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해 먹을 수 있다는 보람도 있다. 


텃밭 가꾸기


옥상텃밭은 서로 알고 있는 농업 지식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되고, 때때로 세미나를 통해 농사에 대해 좀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부순환텃밭은 이렇게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적으로 순환하고 있다.     



텃밭 그리고 우리    

 

내부순환텃밭은 매년 3월 초 준비모임을 가지고 1년 농사의 운영방법을 함께 정하고 세부일정을 정한다. 그리고 이때 정해진 계획안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올해는 내부순환텃밭의 도시농부들이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함께 모여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 텃밭에서의 일과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오자마자 텃밭을 잘 둘러보고 바로 상추 등을 수확한 다음 작물에 물을 주고 새로운 품종의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병충해나 진딧물 등을 관리해주고 나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마지막 일과는 함께 모여 수확한 채소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것이다.


새로운 씨앗 심기


“지난번에 열무를 수확했었거든요. 우리 커뮤니티에서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 그걸로 맛있는 김치를 담가왔어요. 담가온 김치랑 오늘 수확한 상추랑 텃밭 비밀장독의 고추장을 넣고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거에요. 밥 다 먹고 텃밭에 있는 개똥쑥이랑 애플민트를 우려서 차도 마시고요. 우리가 수확한 채소랑 밥을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어디서 이런 걸 먹겠어요. 일하고 나서 먹으니까 더 맛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럿이서 함께 먹으니까 참 좋아요.”     


비빔밥, 옥상 작은 고추장독


여러 동네에서 다양한 삶들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밭을 가꾸고 식사를 나누다 보면 옥상 텃밭은 어느덧 도시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방이 된다. 이곳에서 작물 이야기부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오가고, 함께 사는 정도 오간다.     


옥상 사랑방, 애플민트, 애플민트·개똥쑥 차


내부순환텃밭은 매주 두 번 텃밭을 가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1년에 두 번 감자와 고구마 수확 시기에 맞춰 ‘달빛 수다’와 ‘불타는 고구마’ 행사를 진행한다. 성북구 주민을 비롯해 텃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다. 텃밭을 체험해보고, 수확한 농작물을 함께 나누어 먹는 동네잔치 같은 푸근한 행사이다.      


늦봄의 햇살이 옥상을 한가득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텃밭에도 도시농부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도시 속에 숨겨진 옥상텃밭에서 햇살을 머금은 작물의 키가 자라고, 도시농부들이 옥상에서 함께 텃밭을 가꾸며 사는 삶의 즐거움도 쑥쑥 자란다.


아담하고 예쁜 옥상텃밭



글·사진 김진희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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